[화요진단] 이제는 承服해야 한다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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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1   |  발행일 2017-02-21 제30면   |  수정 2017-02-21
20170221

치권 진영논리 편승 선동
특검·헌재를 압박해선 곤란
대선주자 제자리 돌아가고
우리가 만든 제도
우리 스스로 존중·승복해야


지난 18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수감되고 오후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특검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다.

이날 18차 촛불집회와 16차 태극기집회가 서울 광화문 일대를 비롯해 전국에서 함께 열렸다. 지난해 10월 하순 최순실이 사용했던 태블릿 PC가 등장함에 따라 수면 위로 오른 최순실 국정농단의 끝이 이제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번 주가 특히 대분수령이 된다. 연장이 되지 않으면 특검 수사는 28일로 만료된다. 헌법재판소도 오는 24일 변론을 종결하고 평의를 거쳐 3월10일쯤 결정을 낸다고 한다.

연말연시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킨 것도 모자라 국민에게 순실스트레스를 줬던 최순실의 국정농단이었다. 등장인물도 삼국지를 능가할 만큼 헤아릴 수 없을 정도고, 등장인물 개개인의 인면수심도 영화 소재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나같이 제 이득만 챙기려는 아귀보다 못한 이들의 독무대였다.

4개월여 대한민국, 아니 국민이 잃은 것을 되돌아보는 것만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고약하게도 이 기간 10여년 동안에 일어날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보호무역주의자인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경세로 전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미 국방부 장관이 나토에 국방비추가분담을 요구했다니, 우리라고 예외겠는가.

중국은 어떤가. 사드 성주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를 옭아매고 있다. 이 틈을 타서 일본은 소녀상을 문제 삼아 압박하더니 트럼프와 골프를 치면서 달콤한 밀회를 즐기고 있다. 트럼프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동안 숨죽이던 북한이 신형 IRBM인 북극성 2호를 쏘더니 급기야 김정남을 독살했다.

수개월간 지속된 탄핵 심판 동안의 국정공백의 결과가 충격적인 수치로 나왔다. WTO(세계무역기구)가 엊그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두 단계 떨어진 8위로 2009년 이후 최저라고 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처럼 앞으로 가기는 힘들지만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런데 외교·안보, 경제의 컨트롤타워는 실종이다. 머리를 맞대서 지혜를 짜내고 전략을 구사할 인력이 없는 상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대외 현안에 맥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사태는 전적으로 청와대와 정치권의 책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곁을 내준 것에 불과하며, 1%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정권교체기마다 친인척 비리는 봤어도 전무후무한 측근 농단까지 목도하고 있으니. 더욱 기가 찬 것은 탄핵인용이 되면서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판단한 정치권은 정권창출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정치가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촛불민심을 제 맘대로 해석한 야당 정치인들은 이미 대권을 잡은 양 우쭐댄다. 태극기집회에서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제 세상 만난 것처럼 고함을 쳐댄다. 진영논리에 편승해서 선동을 일삼는다. ‘제 버릇 뭐 못 준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국민은 배가 고프고 속이 상해서 광장으로 나서는데 공짜로 숟가락을 얻는 모양새이니. 2월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국회의원들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기실 대선주자나 정치인들은 최소한 헌재의 탄핵결정이 날 때까지는 선거운동을 자제했어야만 한다. 양상군자(梁上君子)에게 도리를 요구하는 게 어리석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대권주자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서 국민을 선동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특검과 헌재를 무시하거나 위협하는 발언도 삼가야 한다. 법은 만인에게 공평하다. 특검과 헌재도 우리가 만든 제도다. 그 권위를 우리 스스로 존중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承服)하는 게 민주사회를 향한 첫 출발이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서 알 수 있듯이 평형수는 좌우 균형을 잡아서 배가 순항토록 한다. 대한민국호(號)가 지금의 역경을 딛고 순항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평형수는 바로 승복이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고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든 간에 이를 따르는 게 대한민국을 수렁에서 구해내는 지름길이다.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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