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과학적 훈련으로 삼성의 ‘화수분’ 키운다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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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1   |  발행일 2017-02-21 제26면   |  수정 2017-02-21
■ 오키나와 리포트-코칭스태프 개편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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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신동주 타격코치가 반구형 고무패드 위에 올라 ‘하체 밸런스 유지’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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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시라사카 트레이닝 코치가 불펜피칭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를 상대로 고무줄 당기기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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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세리자와 배터리 코치가 팀 포수들을 상대로 포수 앞 땅볼 상황 훈련을 시키고 있다.

지난해 1월15일 삼성 라이온즈는 1차 전훈지인 괌으로 떠났다. 괌에서부터 서서히 몸을 달군 선수단은 20여일 뒤에 2차 전훈지인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올해부턴 일정이 달라졌다. 전지훈련이 예년보다 약 보름 늦춰진 지난 1일 시작됐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규정에 따라 매년 12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비활동 기간을 엄격하게 시행하기로 하면서 생긴 변화다. 이 같은 변화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한수 감독은 지난해 말 취임 직후 코칭스태프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전지훈련을 대비한 ‘효율적인 훈련법 연구’를 주문했다. 몇 개월이 지난 현재, 타격, 수비, 주루 등 각 파트별 코칭스태프들은 오키나와에서 각자의 훈련법을 적용시키고 있다.

◆시라사카 코치의 부상방지훈련

삼성은 지난해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주축 선수들의 연쇄 이탈로 시즌 내내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고 결국 정규시즌 9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은 처방을 내렸다. 시라사카를 트레이닝 코치로 영입한 것이다.


부상방지-시라사카
메디슨볼 던지기 등
몸 전체 사용법 전파
견갑골 보호에 주력

타격-신동주
무거운 배트로 훈련
하체 밸런스 강화
균형감각도 키워줘

배터리-세리자와
백업포수 육성 노력
2인1조로 집중 조련
세밀한 훈련법 강조


시라사카 코치는 일본리그에서 10여년간 부상 방지 전문인력으로 활동했다. 2005년 지바 롯데의 컨디셔닝 코치로 활동할 때 부상 선수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그해 지바롯데는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했다.

20일 오전,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만난 시라사카 코치는 “올시즌 부상자가 나오지 않게 할 자신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하이(네)”라며 짧지만 힘 있게 말했다. 시라사카 코치의 이 같은 확신에는 이유가 있다. 그가 오키나와에서 풀어놓은 트레이닝법은 과학적이었다.

그는 불펜피칭을 하고 돌아오는 투수들에게 트레이닝용 고무줄을 당기게 했다. 투수들의 ‘투구 메케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견갑골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피칭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넓은 잔디밭으로 이동해 시라사카 코치의 지도에 따라 또 다른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들은 메디슨볼(고무재질로 5㎏ 이상의 중량이 나가는 축구공 크기의 공)을 있는 힘껏 땅에 혹은 위로 던졌다.

시라사카 코치는 “공이 무겁다보니 자연스럽게 온몸을 이용해 던지는 동작을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을 던질 때 몸을 전체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훈련이 끝나자 이번에는 선수들이 2명씩 짝지어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타구를 끝까지 지켜봐야하는 야구 특성상 동체시력을 키워주기 위한 훈련이다.

◆공격의 두 박자 타격과 주루

20일 오후 아카마구장에서는 좌타 외야자원 문선엽이 마치 벌을 받는 듯한 동작을 하고선 배팅훈련을 소화하다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세를 최대한 낮춘 후 1~2㎏짜리 쇠링을 끼운 배트로 훈련을 하고 있던 것.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배트가 900g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문선엽이 휘두른 배트의 무게는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사실 훈련직전에 문선엽은 “이 자세로 공 100개 이상을 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20개 정도의 공만 친 뒤 훈련을 포기했다.

신동주 타격코치가 준비해온 타격훈련법이다. 선수들이 상체만 신경쓰며 스윙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신 코치의 이번 전지훈련 최종목표는 ‘하체 밸런스’ 키우기다. 신 코치는 “시라사카 트레이닝 코치와 의견을 많이 나눴다. 그가 일본리그서 활동하던 시절에 지켜봤다는 타격코칭 방법도 많이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신 코치는 또 다른 방식의 훈련법을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반구형의 고무패드위에 올라 스윙을 하는 모션을 취했다. 그는 “균형을 잡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고 스윙 함으로써 하체를 이용해 배팅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훈련의 대부분이 이처럼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삼성은 ‘빠른 야구’를 추구한다. 때문에 김재걸 주루코치의 주루훈련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스피드가 중간 수준인 선수들이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치고, 때때로 도루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김 코치의 목표다.

이를 위한 김 코치식 주루 트레이닝법은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오랜 시간 비디오분석을 통해 파악해 온 상대투수들의 투구패턴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상대 투수의 빈틈을 찾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발이 느린 선수들도 뛰는 야구를 구사할 수 있는 맞춤형 주루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다”며 “도루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팀을 압박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두 박자 내·외야수비, 배터리

최형우(KIA)의 이적과 이원석·강한울 등의 합류로 삼성의 내·외야 지형도는 지각변동 중이다. 김 감독의 ‘무한경쟁’ 선언에 어느 누구도 자리를 꿰차지 못한 상황이다.

이윤효 수비코치는 그가 준비한 훈련법을 비밀에 부쳤다. 수비훈련이 사실상 작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언급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코치는 “동체시력이 중요하다. 때문에 동물적인 감각과 민첩성뿐만 아니라 동체시력을 동시에 키우기 위한 훈련을 실내에서 주로 하는 편이다. 야수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고 주로 감각을 키우면 좋을 것 같은 선수들을 단련시킨다. 공을 지그재그 방향으로 던지는 이 훈련이 수비훈련 중에서는 나름대로 과학적”이라고 귀띔해줬다.

일본 출신 세리자와 배터리 코치의 지도법은 언제나 관심거리다.

그는 2012~2014년 삼성의 통합우승을 이끈 뒤 2년간 일본팀에서 활동하다가 이번에 다시 삼성에 복귀했다. 그가 이지영과 이흥련(두산)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적이기보다 일본인 특유의 효율적인 코칭법을 주로 활용한다.

세리자와 코치는 “지금 3명의 포수를 훈련시키는데 2명을 1조로 묶고, 나머지 1명은 단독 훈련을 시키고 있다. 횟수로 따졌을때 1명은 집중해서 훈련받는 것이고, 2인1조는 돌아가면서 훈련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력을 키워야 하는 선수를 집중 훈련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2인1조의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실력이 올라와 있는 만큼 번갈아가면서 세밀한 훈련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경쟁심리도 유도한다. 일본인 특유의 세밀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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