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영 원장의 한의학 칼럼] 억울한 감정 쌓인 화병(火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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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1 08:00  |  수정 2017-02-21 08:00  |  발행일 2017-02-21 제21면
[전기영 원장의 한의학 칼럼] 억울한 감정 쌓인 화병(火病)

어느날 50대 남성이 잠이 안 오고 머리가 부서질 듯하다며 한의원을 찾았다. 조금만 신경 써도 눈이 빠질 듯하다고도 했다. 사업하다 돈을 떼이게 돼 신경 쓰다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화병의 일종이었다.

예전에는 주부들에게서 화병이 많았다. 여성의 경우 남편의 외도와 고부 간의 갈등이 가장 많고, 남성은 직장에서 인간관계와 경제적인 문제가 많다.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생활 양식과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신경을 너무나 혹사하는 까닭에 학생, 취준생, 직장인, 주식투자자, 사업가 등 여러 계층에서 나타난다. 억울한 감정이 가슴에 쌓여 응어리가 생겨서 화(火)의 성질로 표현되며 육욕과 칠정이 격동하면서 화병도 그에 따라 발생한다.

중국의 의학자 하간(河間)은 성 내면 화가 간에서 일어나고, 술 취하고 포식하면 화가 위장에서 일어나고, 성생활이 과하면 화가 신장에서 일어나고, 슬프면 화가 폐에서 일어나고, 심장은 임금의 장기로서 심장에서 화가 일어나면 죽는 것이라고 했다.

똑같은 스트레스도 어떤 이는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쉽게 넘어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정신적인 수양과 교육의 정도에 따라 화병은 극복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긴장, 불안, 근심, 갈등, 억눌린 감정은 정신 사유 활동에 문제점을 일으켜 결국에는 오장육부에 영향을 줘 병으로 발전한다.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한 느낌, 무엇인가 명치 밑에서 위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느낌, 몸이나 얼굴 쪽으로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 갑작스러운 화의 폭발 등의 특징적인 4가지 증상 중에서 2가지 이상의 증상이 느껴질 때 화병으로 진단한다.

임상표현에 따라 실화(實火)와 허화(虛火) 두 종류로 나뉜다. 실화는 대개 급성열병에 기인하며 고열, 다한, 갈증, 얼굴과 눈이 붉으며, 피를 토하고 코피가 나며, 혀가 붉으며 맥이 강하게 나타난다. 허화는 대개 체액의 훼손에 기인하며 만성소모성 질병이 나타난다. 불면, 수면 중 식은땀, 기침, 맥이 약하며 빠르게 나타난다.

화병의 대표적 처방은 육울탕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은 것이 잘 내려가지 않을 때 좋다. 사칠탕, 시호억간산, 소요산, 청간해울탕 등 증상에 따라 처방한다.

지금 처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은 건전한 마음을 갖고 심신을 수양하게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환경이 개선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일 경우 그 환경이 그렇게까지 나쁘지만 않고 더 나쁜 환경에서도 잘 극복해 나가는 경우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그 상황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 있는 정신 건강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스트레스가 누적되거나 우울한 감정이 생길 경우에는 가까운 주변 사람과 대화나 운동을 즐기고, 가끔씩 노래방에 가서 목청껏 노래 불러 억눌린 감정을 발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풍 성모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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