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촌 상당수 불꺼져 있고…텅빈 상가 곳곳엔 임대 현수막

  • 강승규,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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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1 07:29  |  수정 2017-02-21 09:12  |  발행일 2017-02-21 제3면
대구 테크노폴리스, 첨단 신도시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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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전경.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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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년 전만 해도 논밭이 대부분이었던 대구 달성군 현풍·유가면은 지금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대구시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토균형 발전을 위해 이곳에 테크노폴리스를 조성하면서부터다. 대단지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고, 대구 도심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직통 진입도로까지 개설됐다. 노년층 위주의 도시가 젊은층 중심으로 바뀌면서 지역 상권이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욕구를 만족시켜 줄 기반·편의시설의 확충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첨단과학도시로 ‘우뚝’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의 첫 번째 명함은 ‘첨단과학 도시’다. 대구시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726만㎡ 규모의 테크노폴리스는 국비 2천823억원, 지방비 1천630억원, 민자 1조2천780억원 등 총 1조7천233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06년과 2008년 각각 일반산업단지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후 2009년 5월 토목기반공사에 착수, 같은 해 10월 산업용지 분양을 했다. 이후 2014년 1월 1단계 사업(597만1천975㎡·82.3%)을 준공하고, 6월 현풍IC~테크노폴리스 연결도로와 10월 대구수목원~테크노폴리스 진입도로를 각각 개통하기에 이르렀다.

입주민 편의시설 없어 큰 불편
병원가려면 중·달서구 나와야
턱없이 부족한 대중교통도 문제

연구 교육기관 등 101개 입주
텍폴 조성 사업 마무리 공사중
내년 하반기까지 도로 등 구축



2015년 12월엔 66만9천57㎡ 규모의 2단계 사업(9.2%)을 완료했고, 이달중 3단계 사업 준공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 단계인 4단계 사업은 45만5천495㎡(6.3%)로 2018년 하반기까지 도로를 개설하고 연구시설을 갖추게 된다.

현재 △DGIST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경북대 IT융합기술대학원 등 8개 연구·교육기관 △KNT(일본)와 KT&C(미국), 하이컨코리아(홍콩) 등 10개 외국인 투자기업 △현대IHL<주>과 상신브레이크<주>, SMEC 등 83개 국내기업 등 총 101개 기관과 기업이 입주한 상태다.

시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향후 18만1천78㎡의 외투유보용지에 대한 외자유치에 온 힘을 쏟을 방침이다. 유치업종은 전기, 전자, 기계, 메카트로닉스, 자동차 등이다.

이광엽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테크노폴리스 개발팀 주무관은 “90% 이상 준공된 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은 현재 사실상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밤만 되면 ‘암흑 도시’

“밤만 되면 도시가 썰렁해 너무 무섭습니다.”

20일 오후 7시 테크노폴리스 중심상업지구. 10층 안팎의 대형빌딩이 경쟁하듯 줄지어 들어서 있지만, 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빌딩 1층엔 휴대전화·화장품·의류 등의 판매장, 2층부턴 커피숍과 음식점·미용실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손님이 있는 매장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거리 역시 한산했다. 상업지구 안쪽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빌딩이 많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곳곳에서 ‘상가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중심상업지구 중심으로 건립된 대규모 아파트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그 규모가 웅장했지만, 불이 켜진 곳은 적었다. 아파트 상가에도 편의시설 대신 부동산 사무소가 입점해 있었다. 특히 저녁땐 도심을 지나는 차량이 드물어지면서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 차량이 많아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테크노폴리스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다수 아파트가 입주가 끝나는 내년 말쯤이면 상권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테크노폴리스 주민의 고민

지난해 4월 테크노폴리스로 이사 온 강모씨(35·현풍면). 그는 쌍둥이를 낳은 아내가 다닐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테크노폴리스는 물론 인근 옥포와 화원 등에도 산모가 다닐 만한 병원이 없었던 것. 달성과 인접한 달서구 상인동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쌍둥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대학병원 진료를 권유받았다. 이 때문에 김씨 아내는 집에서 25㎞나 떨어져 있는 중구 동산의료원까지 가서 진료받고 출산하는 불편을 겪었다.

강씨는 “달성엔 유아가 진료받고 입원할 수 있는 전문화된 아동병원이 손에 꼽힐 정도다. 대부분 달서구까지 가고 있다”며 “대구에서 아파트 가격이 저렴하고 살기 좋은 것 같아 이사 왔는데 부족한 의료시설 때문에 다시 이사를 생각할 정도”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6세 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씨(39·유가면)도 올해 유치원 입학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당초 보내려고 한 A유치원의 입학 경쟁률이 10대 1을 웃돈 것. 입학에 떨어진 김씨는 여기저기 알아보다 월 납부금이 비싸고 도심에서도 많이 떨어진 B유치원에 보냈다. 이마저도 겨우 입학시킨 것이다. 김씨는 “테크노폴리스에 젊은 부부들이 많다 보니 미리 찜해놓은 유치원에 보내기가 힘들었다”며 “빨리 유치원이 증설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인들도 걱정이 많다. 중구 동성로에서 10년째 의류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39)는 지난해 하반기 테크노폴리스에도 의류점을 열었다. 유동인구도 많지 않고 사업성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임대인의 파격적인 제안에 솔깃했다. 이 제안은 시설 비용 일부와 3개월 월세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불편한 교통

대구시는 2014년 12월 달서구 대곡동~달성군 유가면 쌍계리 13㎞ 구간인 ‘테크노폴리스 진입도로’를 개통했다. 왕복 4차로의 이 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도심에서 테크노폴리스까지 10여분 만에 갈 수 있다. 하지만 테크노폴리스를 오가는 이들이 이 진입도로로 대거 몰리면서 퇴근시간엔 대곡동으로 나가는 구간에 지정체 현상이 벌어진다.

특히 이 구간을 오가는 급행 8번 버스는 운행 횟수와 정차 지점이 부족해 주민들이 이용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노폴리스에서 수성구로 매일 출퇴근하는 박모씨(58)는 “앞으로 테크노폴리스 입주 가구가 더 늘어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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