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문체부 반성이 주는 의미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2-20   |  발행일 2017-02-20 제30면   |  수정 2017-02-20
문화예술 표현의 자유 훼손
인간 기본권리에 대한 도전
문체부 사과·재발방지노력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생각
일상도 더불어사는 삶 중요
[아침을 열며] 문체부 반성이 주는 의미
최현묵 대구문화 예술회관 관장

지난달 2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의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반성과 다짐의 말씀’, 즉 반성문을 발표하였다.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 및 실국장 명의로 발표된 이번 반성문에서 “예술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지키는 보루가 되어야 할 우리 문화체육관광부가 (중략)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너무나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고백에 이어 이번 일을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 (중략) 오로지 문화예술의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문체부로 거듭나고자 하는 각오와 노력”을 약속하였다.

이번 반성문의 핵심은 결국 ‘표현의 자유’에 관한 재인식이다. 표현의 자유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헌법 21조와 22조에 근거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인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며, 이것에 대하여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강제로 막거나 제재할 수 없다. 사실상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는 서구 민주주의 역사에서 피 비린내 나는 투쟁의 결과로 획득된 인류 보편의 지혜 중 하나다. 그리고 과거 종교나 이념 등의 차이로 비롯된 전쟁과 살육의 역사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봉건주의 시대와 민주주의 시대를 구분하는 중요한 척도가 바로 이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가 그 여부에 있기도 하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정치나 사회 분야가 아닌 문화예술 분야에서 훼손되는 사태가 생겼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문화는 서로 다른 것이 어우러지는 조화를 기본원리로 삼기 때문이다. 도, 미, 솔, 서로 다른 음계가 조화를 이뤄 음악이 되고 흑, 백, 적, 청, 서로 다른 색이 어우러져 미술이 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갈등과 대립으로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결코 똑같은 음, 색, 사람으로는 예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예술가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예술가)과 다른 것을 추구하여 자기만의 개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그리고 천성적으로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곤 한다. 사람들은 그런 예술가를 가리켜 창의적 혹은 개성적이라 말하고, 또 어떤 이들은 반항적 혹은 이단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체로 사람들은 그런 예술가들의 특성에 관대한 편이다.

그렇지만 일부 사람들은 예술가의 그런 기질을 싫어하기도 했다. 플라톤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상국가에서는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중세 종교가 지배하던 암흑시절에는 아예 예술 자체를 말살하고자 하였으며, 예술가 기질이 있는 사람들은 반종교의 이름으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르네상스 이후 예술가들이 인정받는 시대에도 예술가들은 함부로 자신의 생각을 말해서는 안됐다. 왕과 귀족의 눈치를 봐야 했다. 소위 예술의 자율성, 혹은 예술의 비판기능이 용납되기 시작한 것은 거의 19세기가 되어서야 가능했다. 그리고 그 시기는 바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렇듯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는 오랜 연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역사의 오류와 과오를 반성한 토대 위에 피워낸 꽃이자 과일인 것이다.

다시 1월23일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반성문으로 돌아오자. 문체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예 문화예술진흥법에 문화예술의 표현이나 활동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나 개입 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은 문화예술의 원리를 우리 삶에 대입하는 것이다. 즉 생활 속에서 각자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적의와 거부보다 인정과 관용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다르고 틀려도 함께 살아야 한다. 그게 우리 앞에 주어진 명제다. 그게 누구 편이든.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