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구시민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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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0   |  발행일 2017-02-20 제29면   |  수정 2017-02-20
김영화 경북대 교수
[기고]대구시민주간
김영화 경북대 교수

대구시는 21~28일을 대구시민주간으로 선포한다.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던 2월21일부터 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민주화운동이 발생한 2월28일까지 일주일간을 시민주간으로 정한 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동안 시민제안들이 결실을 보게 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며 대구의 시민정신을 기릴 수 있다면 분명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일주일 동안이라도 그동안 되돌아보지 못했던 대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새기고, 일제에 맞선 우리 지역의 자주·자강정신과 독재에 맞선 민주정신을 기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축제가 어디 있겠는가.

대구시민주간 선포는 시민이 대구의 주인임을 선포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1981년 대구직할시 승격을 기념해 만든 10월8일, 현재 ‘시민의 날’은 사실 ‘행정기념일’이지 ‘시민의 날’로는 적합치 않다. ‘시민의 날’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그동안 그리 크지 않았다는 사실은 행정이 시민보다 중심에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을 계기로 시민의 날을 시민주간과 통합해 조정·운영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시민주간 동안 시민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달리기만 하던 자동차에서 내려, 도심을 걸으며 마음껏 도시의 공기와 분위기도 즐기게 될 것이다. 몰랐던 이웃들과 얼굴을 대하고, 대구의 젊은이들이 펼치는 공연을 보며 그들에게서 대견함과 희망을 가질 것이다.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내가 몰랐던 우리 지역을 경험하고 학습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그 뿐이겠는가. 우리가 대구시민으로서 지역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고, 또 참여가 부족했는가도 절감할 것이다.

민주시민교육 현장은 교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축제의 한 가운데 사람들속에도 있다. 도시는 그 도시 안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간다. 시민이 생존에만 관심이 있다면 도시는 삭막한 생존경쟁의 현장이 될 것이다. 시민이 힘을 모아 함께 가꿔 나간다면, 나 자신이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의 도시, 대구가 될 것이다. 대구는 시민주간을 통해 생동감과 활력을 되찾고,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참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003년 2월18일에 일어난 대구지하철 참사다. 자랑스러운 역사와 더불어 부끄러운 역사도 되새겨보는 게 시민정신이다. 3월8일은 3·1운동이 대구에서 발발한 날이다. 이런 날들은 대구역사에 한 점을 찍는 중요한 날이다. 나아가 대구의 훌륭한 여성을 발굴해 조명하는 일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국채보상운동 때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리더였던 정경주와 작가이자 혁명독립지사였던 백신애는 이제 모습을 드러냈지만 아직 수많은 여성이 역사 속에 묻혀있다. 대구의 정신적 자산을 발굴하는 일은 대구의 정체성과 정신적 뿌리를 찾는 일이다.

시민주간이 더 발전하기 위해선 되도록 다양한 시민을 어떻게 자발적으로 참여시키고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반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미뤄뒀던 대구시사 발간, 역사와 인물을 발굴하고 데이터 구축을 하는 아카이브작업 등은 시민주간 선포와 더불어 곧바로 이어져야 할 중요한 과제다. 보다 많은 시민사회가 이러한 역사적 과제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도 지속적 과제가 될 것이다.

시민주간을 통해 250만 대구시민이 자부심을 되찾고, 대구는 더욱 발랄한 도시로, 희망과 꿈을 주는 도시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이제 시민주간의 선포와 더불어 주인으로서의 대구시민이 대구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역사적인 대구의 시민정신을 되새기며 다시 한번 있는 힘을 다해 창공으로 높게 뛰자. 비바 대구 (Viva Dae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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