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웃으면 복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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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0 07:51  |  수정 2017-02-20 07:51  |  발행일 2017-02-20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웃으면 복이 와요

서울 출장을 갔다가 광화문 교보문고에 걸린 커다란 그림을 본 적이 있습니다. 까까머리 어린이가 이를 다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그림이었는데, 그 그림을 보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하루 종일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 서점에서 그 그림이 이순구 화가의 ‘이순구의 웃는 얼굴’이란 그림책 속 초야라는 주인공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다른 사람이 웃고 있는 것을 보고 따라 웃고 그러면서 함께 기분이 좋아질까요? 19세기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감정이란 것은 몸에 나타난 변화를 마음이 지각한 것이라 합니다. 또 오랜 인지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갖는 자신의 감정이란 것이 타인과 공감하고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나타나는 마음 상태라고도 합니다. 즉 친구가 기쁜 일이 있어 환하게 웃고 있는데 자신도 함께 활짝 웃으면서 축하한다면 그 친구의 기쁨에 진정으로 공감하게 되고 자신도 진심으로 같은 크기만큼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슬픈 일을 당한 친구가 얼굴이 망가진 채 울고 있을 때 함께 얼굴 망가뜨리며 울어주면 그 친구의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우리 몸의 생리상태가 우리의 감정을 결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의 얼굴표정이 우리의 감정, 즉 우리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의과대학 폴 에크먼 교수는 자신의 얼굴 표정에 따라 다른 정서적 감각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즉 그저 활짝 웃는 표정만 지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죠. 폴 에크먼 교수는 미국 드라마 ‘라이투미(Lie to me)’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데, 드라마는 사람의 얼굴표정 변화를 관찰하여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또 그 사람의 심리상태가 어떤지를 알아내는 폴 에크먼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즉 사람의 얼굴표정은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므로, 우리가 다른 이의 얼굴표정을 모방해 봄으로써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 흥미로운 연구보고를 발표하였는데, 얼굴에 보톡스 주사치료를 받은 사람은 치료를 맞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다른 사람의 얼굴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명백하게 기쁜 일이나 슬픈 일에 나타나는 얼굴표정에서 상대방의 감정상태를 읽어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나, 약간 슬프거나 약간 행복한 일을 경험한 얼굴표정에서는 보톡스 주사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이를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렸습니다. 즉 얼굴에 보톡스 주사치료를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얼굴표정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감정을 제대로 읽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이는 폴 에크먼 교수의 이론에서 그 답을 유추해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표정에서 자신의 감정이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표정을 관찰하고 이를 따라함으로써 그 사람의 감정상태를 공감하는 경험이 가능한데, 보톡스 주사치료로 자신의 얼굴표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으니 타인의 얼굴표정을 따라할 수 없고 따라할 수 없으니 결국 감정도 공감해볼 수 없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 삶이란 다른 사람과의 교류 속에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해주면서 함께 울어주고 웃어주면서 그 사람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고, 또 반대로 나의 마음속 감정을 상대방에게 드러내면서 위로와 기쁨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 ‘人’자에도 나타나듯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대어 사는 존재입니다. 가끔은 혼밥 혼술 하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은 떼밥 떼술 하며 가족 혹은 친구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표정을 따라하면서 마음의 건강도 지키기 바랍니다. 정말 웃으면 복이 오는지는 저도 모르지만, 적어도 마음의 건강은 온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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