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착한식당’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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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7   |  발행일 2017-02-17 제40면   |  수정 2017-02-17
생청국장비빔밥·독계탕·우엉들깨탕…“보약 같은 한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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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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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향이 머무는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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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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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힘사

음식은 생존을 유지시켜 주기도 하지만 고독한 영혼이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주는 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음식은 허전한 마음속의 병을 치유하고 재생하는 기능도 있다. 특히 윤리적으로 ‘착한 음식’인 경우는 더욱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에 깃든 정성도 중요하지만 좋은 재료가 더 중요하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이 있듯 음식과 약은 따로 노는 게 아니고 영혼과 몸처럼 한몸으로 붙어다닌다. 음식과 약은 그 원천이 같다. 어떤 음식이 우리 몸에 해롭게 작용할 수도 있고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음식이 아니더라도 다소 거칠지만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은 약이 되는 것이다. 요즘 착한식당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식당은 자연에서 거둔 싱싱한 제철재료로 요리를 한다. 단순히 요리 하는 게 아니고 오랜시간 세월의 맛을 빚어 낸다.


▶두부마을

제철 재료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힐링푸드 전문점이다. 두부를 주재료로 하는 청국장, 채식주의자를 위한 사찰·약선 음식을 특화했다. 양지바른 한 편의 장독대에서는 된장·간장이 익어가고 있다. 3년 이상 묵은 것만 쓴다. 그날에 쓸 두부만 직접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대부분 직접 텃밭에서 키운 유기농 채소를 기반으로 상을 차린다. 천연조미료만으로 맛을 낸다.


제철 재료를 엄마표 손맛으로 요리
청국장·약선음식 특화한 ‘두부마을’
발우스타일 사찰음식 전문점‘일월정’
토종닭 ‘독계탕’ 사철 보양식으로 딱

‘연향이 머무는 뜨락’의 연잎밥 정식
채식주의자 위한 ‘아힘사’ 밀불고기
동화사 사찰음식 체험관선 실습까지



보리밥, 들깨순두부탕, 정구지찌짐 등 집밥 메뉴가 주종을 이루지만 보쌈정식 등 한정식 코스 요리도 낸다. 구수한 메주향이 은은하게 번지는 청국장에는 버섯 등 각종 채소류와 두부가 가득 들어 있다. 가끔 씹히는 콩은 입안 가득 진한 풍미를 더해준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를 위해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집 음식은 몸에도 좋고 맛도 있다.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킨다.

생청국장비빔밥은 별미다. 효소가 살아 있는 건강음식이다. 청국장 알갱이에 싱싱한 채소와 나물반찬을 넣고 양념장에 쓱쓱 비비다 보면 밥 한 그릇이 금세 뚝딱이다. 투박해 보이지만 손맛이 더해진 나물이기에 더 감칠맛을 낸다. 구수한 맛에 건강해지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밑반찬들도 엄마표.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2길 2-6/ 053-592-4900)


▶일월정

달성군 지정 사찰음식전문점 중 한 곳이다. 무채색 계열의 식재료가 푸드라인을 형성한다. 달성군이 개발해낸 ‘사찰비빔밥’도 보기에는 거친 시골밥처럼 보이지만 맛은 별스럽고 깊다. 마늘, 부추, 흥거, 달래, 파 등 승가에서 금기시 하는 오신채(五辛菜)와 고기와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모자반(마재기)과 시래기, 무나물, 다진 콩잎, 숙주나물, 콩나물, 김부각 등이 들어간다. 고추장은 맛이 너무 강해 비빔밥 본연의 맛을 가리기 때문에 집간장과 된장만으로 간을 한다. 시래기는 물에 충분히 불리고 나머지 재료와 잘 융합되도록 장만한다. 특히 연하게 간하고 생콩가루 넣고 들기름으로 볶는다. 미역과 김가루로 만든 부각을 고명으로 얹어 마무리한다.

식기와 그릇도 승가에서 사용하는 발우 스타일이다. 스님들이 쓰는 그릇을 ‘발우’라고 한다. 이 집의 ‘독계탕’도 건강을 책임지는 좋은 음식이다. 의성 육쪽마늘로 직접 흑마늘을 만들고 천궁, 황기, 밤, 대추 등 아홉 가지 한약재를 토종닭과 매치시킨다. 가마솥에 한약 달이듯 곤 국물에 일일이 손으로 찢어 뚝배기에 닭살을 담고 찹쌀로 지은 밥을 얹어 한번 더 바글바글 끓여낸다. 국물은 구수하고 입술에 붙을 정도로 제법 걸쭉하고 차지다. 닭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특유의 한약 냄새도 거의 없다. 사계절 보양식으로 딱이다. 입맛이 없거나 힘이 없을 때, 과음했을 때 해독작용과 강장작용에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 논공로 697-5/ 053-615-0558)


▶연향이 머무는 뜨락

연잎, 연잎가루, 연잎즙, 연근, 연자(씨), 연꽃가루 등을 사용해 요리를 만드는 연요리 전문점이다. ‘웰빙’ 재료로 각광받는 연은 흙탕물에서 자라지만 꽃과 잎과 그 위의 물방울까지도 깨끗하고 청정하다. 예로부터 중국과 인도에서는 신성한 약초로 여겼다. 재료 자체의 맛에 충실하기 위해 양념을 가능한 한 절제한다. 그래서 더 담백한 맛을 낸다. 연요리는 옛날 방식이 아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냈다.

연잎밥 정식은 테이블에서 끓이는 시원하면서 얼큰한 연잎국수를 시작으로 8가지 메뉴를 차례로 내온다. 이 밖에 각종 장아찌, 15가지의 정갈한 반찬이 깔린다. 마무리 식사는 이 집의 메인요리인 찹쌀, 현미, 흑미, 수수, 조, 쥐눈이콩, 현미 등 15가지 잡곡을 연잎에 담고 네모지게 착착 접어 6시간 동안 쪄내는 연잎밥이다. 연잎밥은 간간하다. 쫀득쫀득 떡같이 차지다. 입속에 퍼지는 연잎의 향부터 음미를 해야 된다. 혀에 닿았을 때와 목으로 넘어갈 때 살짝 다른 맛을 낸다. 이 집은 직접 콩을 재배한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된장·간장·고추장. 모든 요리는 몇 년에 걸쳐 빚어낸 효소로 만든 소스로 맛을 낸다. (대구 동구 갯바위로 57/ 053-981-8200)


▶아힘사(Ahimsa)

계란·유제품·화학조미료·오신채를 일절 쓰지 않는 채식만 하는 ‘비건(Vegan)식당’이다. 채식은 몸은 물론 정신과 영혼을 살찌운다. 그래서 투명한 의식을 촉진시킨다. 사랑과 치유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당 같은 식당이다.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기 위한 식사법을 강조한다. ‘아힘사’는 인도 종교·도덕의 기본적 사상인 ‘불살생(不殺生)’을 의미한다. 간디가 독립 운동을 벌일 때는 ‘비폭력’의 뜻으로 사용됐다.

채식은 풀만 먹는 게 아니다. 이 집은 다양한 영양 만점 요리가 많다. 밀불고기와 콩가스가 대표격이다. 식물성 단백질인 글루텐과 견과류를 넣어 반죽하고 간장으로 감칠맛을 낸다.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했다. 숯불향까지 묻어 있다. 색상이나 고소하게 씹히는 식감이 고기와 같다. 텁텁함이 전혀 없다. 부드러운 맛이다. 마니아가 많이 찾는 곳이다. (대구 동구 화랑로9길 45/ 053-744-3373)


▶동화사 사찰음식 체험관

사찰요리의 핵심은 고기와 오신채와 향신료를 빼고 간단하게 요리하는 것만은 아니다. 수행자의 영육을 맑고 건강하고 막힘 없이 순환하도록 만들기 위해 올리는 공양이다. 이 체험관은 스님들이 수행의 하나로 먹었던 사찰음식을 누구나 쉽게 만들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사찰음식은 신비한 것이 아니다. 흙의 기운이 가득하다. 약도 안 치고 벌레들이 먹도록 내버려 두면서 키운 무공해 채소가 주종을 이룬다.

팽이버섯 장아찌는 팽이버섯의 쫀득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 생강채를 넣어 상큼함도 느껴진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맛이 밋밋할 수 있지만 먹고나면 부대끼지도 않고 그냥 깔끔, 담백한 맛이다. 시래기들깨전은 물에 불린 시래기에 들깨·쌀·찹쌀가루를 섞어 들기름으로 노릇노릇하게 지져 냈다. 그래서 구수함이 강조된다. 우엉들깨탕은 표고버섯에 두부·우엉·애호박을 미리 개어 놓은 들깻가루에 풀어 뭉근한 불에서 끓인다. 워낙 구수하여 다소 심심할 것 같은 밥상에 힘을 보태준다. 표고버섯이 들어간 찹쌀전병무침도 꽤 인상에 남는다. 납작하게 프라이팬에 지진 찹쌀가루반죽을 식히고 표고버섯과 애호박을 양념하여 볶아 살살 버무려 낸다. 매주 다른 요리 3가지를 선보이며 실습 및 시식도 있다. 식사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12시. (대구시 동구 동화사1길 1/ 053-980-7977)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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