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동네 작은 술집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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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7   |  발행일 2017-02-17 제23면   |  수정 2017-02-17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옆에는 아담한 술집이 있다.

그곳 주인은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밉상도 아니다. 나와 친구들이 가끔씩 그곳을 찾을 때마다 주인은 살갑다. 작은 술집의 술값은 다른 집과 같지만 안주 값은 무척 싼 편이다. 보통 직장인들이 자주 들러도 주머니가 털리지 않을 정도로 부담이 없다. 작은 술집은 돈을 받고 파는 안주에 비해 공짜로 주는 안주가 더 많다.

술을 시키면서 안주는 시키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공짜는 언제나 푸짐하다. 가끔씩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때에는 장부도 없이 흔쾌히 외상도 해준다. 작은 술집에서는 아무리 외상이 밀려도 주인은 눈치를 주지 않는다. 주인은 때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손님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믿고 외상을 준단다. 나와 내 친구들은 지인들을 만날 때에는 어김없이 약속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다. 내가 마음이 편해야 친구와 따뜻하게 얘기하면서 흔쾌히 마음을 열 수 있는 이유에서다.

작은 술집의 주방에는 나와 동갑내기 소띠 주방장이 있다. 많은 양의 요리를 좋아해 손이 크다는 소리를 듣는 주방장의 음식 솜씨는 장금이에 버금갈 정도다. 쟁반이 넘칠 정도로 차려진 안주를 바라보는 주인도 늘 흐뭇하다. 평소 먹고 싶거나 TV를 보다 갑자기 안주가 생각나더라도 미리 연락하면 뭐든지 다 해준다. 우리나라에서 한 곳밖에 없는 우리 동네 작은 술집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주인과 소띠 주방장은 맥주 한 잔도 마시지 못한다. 금전적 욕심이 아니라 작은 술집을 찾아주는 손님 때문에 가게를 운영한단다.

작은 술집에서는 술을 자제할 것을 권하는 것 외에는 손님과의 실랑이가 생기지 않는다. 한 달에 두세 번 쉬는 날에는 왜 가게 문을 닫았느냐며 안부를 묻는 손님들도 여러 명이란다. 가끔씩 작은 술집의 문을 두드려도 반갑게 맞이하기에 단골 손님들은 이곳을 아지트라고 부른다.

어떤 샐러리맨은 참새가 직장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앗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정겹고 부담 없는 우리 동네 작은 술집처럼 나머지 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은 나의 바람이 머리를 흔든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옆에 작은 술집이 있어서 살맛이 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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