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국회의원이 주인인 대한민국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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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5   |  발행일 2017-02-15 제30면   |  수정 2017-02-15
20170215
임성수 정치부장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국회의원이 총리·장관 독식
말만 지방자치 외치는 그들
권력분산 핑계로 개헌 추진
의원이 주인인 나라 만들라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탄핵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입지와 소속 정당의 이익만을 위해 각기 다른 목소리에 열을 올린다. 보수 진영도 둘로 갈라지면서 ‘보수의 텃밭’이라는 대구·경북(TK) 시·도민들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소위원회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개헌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 대통령제 대신 이원집정부제를 택하겠다는 것. 개헌특위 소위가 내놓은 개헌안은 대통령은 직접 투표로 뽑는 대신 권한은 대폭 축소하고, 국회의원들이 선출하는 국무총리가 대부분의 권한을 갖는 제도다.

대통령은 외치(외교부)만 담당하고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는 국방부를 비롯해 법무부·국정원·감사원 등 실질적인 정부 운영을 관장하는 진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식 대통령 직선 의원내각제인 셈이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외교는 통일·국방과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대통령에게 단순 외교 업무만 맡도록 하겠다는 발상의 진원이 궁금하다. 14명의 개헌특위 소위원 중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만이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원집정부제를 가미한 의원내각제 합의는 ‘최순실 사태’를 불러온 원인이 대통령 중심제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순실 사태가 제도상의 문제 때문만인지에 대해서는 복기(復棋)를 해 봐야 한다. 정치권 내에서도 대통령 중심제가 최순실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 보좌진과 여당 의원들의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마치 대통령 중심제가 탄핵 정국을 불러왔다며 자신들의 권한을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모양새다.

개헌특위 소속 한 의원은 “순수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지만,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이원집정부제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요구가 직선제니까 대통령은 허수아비로 세워두고, 국회의원이 선출하는 국무총리에게는 모든 권한을 줘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20대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지난해 초 국회의원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총선 후보자들은 모두 낙선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일고 있는 지방분권 개헌에 대해서도 국회의원들은 말로만 지방자치·지방분권을 외친다. 지방분권이 강화될수록 국회의원들의 권한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비가 줄어들면 운신의 폭 또한 좁아지고, 지방의원들의 권한이 높아지면 자신들의 경쟁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국회의원들이 지방분권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이원집정부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국회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는 대통령제를 전제로 구성됐다는 약점이 있다.

대선주자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원집정부제 또는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해산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최순실 사태는 대통령제의 문제가 아니라 측근들이 헌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면서 “이원집정부제도 하나의 내각제로, 총리와 장관 등을 국회의원들에게 다 맡기는 것이다. 20대 국회는 내각제를 전제로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를 해산한 뒤 국민들에게 내각제에 대한 입장을 소상히 밝히고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이 던진 말이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촛불 민심은 내각제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임성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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