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할배가 지켜주는 청도 통점마을…“전쟁·태풍에도 큰 피해 없었죠”

  • 이외식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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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5   |  발행일 2017-02-15 제14면   |  수정 2017-02-15
대보름 당산제 올리고 지신밟기
500년 이상 지켜온 마을의 전통
올해도 주민의 안녕과 풍요 빌어
당산할배가 지켜주는 청도 통점마을…“전쟁·태풍에도 큰 피해 없었죠”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난 11일 청도군 운문댐 상류지역 신원리 통점마을 주민들이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주인 주인 물리소. 나그네 손님 들어간다 ~ 어루화시나 지신아 지신 밟자 성주야 ~ 용두머리에 터를 닦아 집터하고 대명당….”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난 11일 청도군 운문면 운문댐 상류지역 신원리 통점마을에는 천왕대(일명 선황대)를 앞세운 풍물 장단소리가 고요한 산촌을 울리며 긴 계곡을 타고 메아리쳐 운문댐의 맑은 물결을 출렁이게 했다.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 할배에게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올리고 마을의 공동체적 유대를 공고히 하는 소통과 화합의 지신밟기 한마당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지신밟기에 앞서 주민들은 열흘 전부터 마을 앞 운문산 자락에 자리잡은 수령 5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높이 30m 둘레 2.5m인 적송나무 ‘당산 할배’에게 치성을 드렸다. 산신단과 당상목 주변을 청결히 하고 왼쪽으로 꼰 새끼 금줄을 두르고 잡귀의 침범을 막는 황토를 뿌려 부정을 막기도 했다.

제관은 생기복덕(生氣福德)을 가려서 심신이 맑고 깨끗한 사람을 선정한다. 또한 한 해 동안 상가 출입이나 장기간 외지 출타를 금하고 개고기 등 비린 음식을 피해야 하며 언행도 삼가고 근신해야 한다.

이날 당산제에서는 음력 정월대보름 자시(밤 11시∼1시) 목욕재계한 제관이 미리 준비한 제물을 정성을 다해 바치면서 고유제를 지낸 것을 시작으로 주민 68가구의 소원과 기원을 담은 68장의 소원지를 불사르며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당산제를 마친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음복하며 덕담을 나누면서 마을의 발전과 친목을 도모하기도 했다. 특히 이 마을은 다른 마을과 달리 음력 10월 상달에도 당산제를 모신다고 한다. 통점마을의 당산제 연원은 정확한 고증은 없지만 마을 원로들은 대략 500년 이상 전승되었다고 추정한다.

당산제에 관한 일화도 많이 구전되고 있다. 주민 안휴영씨(63·펜션업)는 “6·25전쟁의 동족상잔으로 좌우가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때 이웃마을에는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으나 통점마을은 한 사람의 피해자도 없었다”며 “40년 전쯤에는 다른 마을의 소가 죽거나 다친 일이 자주 발생했지만 이 마을은 희한하게도 가축의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들려줬다.

또 2003년 태풍 매미가 대단한 위세를 떨쳐 인근 마을에서는 사상자를 생기고 가옥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상당했지만 통점마을은 별로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모두가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 할배의 신묘한 가호 덕분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번 당산제를 주관한 제관 정도원씨(63)는 “전통 세시풍속이 시대의 변화로 차츰 밀려가고 있어 아쉽지만 우리 마을은 500년 이상 전래된 마을 공동체 의례인 당산제와 지신밟기로 주민들이 화합하고 소통하는 전통문화의 콘텐츠를 잘 간직하고 있다”며 자긍심을 드러냈다. 통점마을은 농지 대부분이 운문댐 조성 시 수몰돼 지금은 주민들이 민박이나 펜션·식당 등을 운영하거나 표고버섯 재배를 하고 있다.

글·사진=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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