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당신은 스트롱맨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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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4 07:56  |  수정 2017-02-14 07:56  |  발행일 2017-02-14 제25면
[문화산책] 당신은 스트롱맨입니까
안현주 <메시지캠프 기획팀장>

세계는 미국의 트럼프부터, 필리핀의 두테르테까지 스트롱맨의 시대가 됐다. 이들은 강한 국가를 꿈꾸는 만큼 강경한 발언으로 뉴스를 장식한다. 일반적으로 세계 정상들의 발언은 정제되어 있으며, 그 기저에는 고도의 돌려 말하기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이들은 이러한 상식을 깨버린다. 이들 스트롱맨은 공통적으로 직설적이고,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대립을 피하지 않는다. 물론 대중의 눈에는 단순한 막말로 비추어질 때도 있지만 고도의 계산된 전략이 숨어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연설에서 누구나 알아들을 법한 중학생 수준의 쉬운 어휘를 반복 구사함으로써 백인 저학력층을 공략했다. 그 결과, 블루칼라 백인 비중이 높은 중북부의 쇠퇴한 공업지대, 소위 러스트 벨트를 중심으로 트럼프 지지율이 상승했으며, 대통령 당선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때로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일정 방법을 취해야 할 때가 있나 보다.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서 크게 두 가지의 방법을 취할 수 있다. 데이터에 기반을 둬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방법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나의 주장이 맞다는 확신을 상대방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것이다. 후자는 스트롱맨으로 불릴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의 설득 방법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들의 감정적인 설득이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액션을 취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저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믿음직스럽군’이라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연륜, 지위, 성격 어느 것에서 오든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들은 신뢰 가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인을 쉽게 설득한다. 또한 이들은 선동적인 말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나의 이슈에 대한 주장을 하기보다는 현재를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심리적인 불안감을 자극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사한다. 또는 필요에 의해 우리 편과 반대편으로 편 가르기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좋은 사람이며, 무슬림은 나쁜 사람이라는 식이다.

가끔은 가짜 스트롱맨들이 존재한다. 스스로 강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끊임없이 표출하는 기저에는 실제 자신과 반대되는 이미지를 만들고 유지하려는 심리가 있다. 말하지 않아도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굳이 떠들어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알지 못할 때 분노를 통해 상대방을 제압하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분노는 증폭되고 정당화된다. 약한 사람들은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또는 선택받기 위해 공작의 화려한 날개가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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