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메모리 후가공 기술 개발…기능성 섬유 지역 선두주자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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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4 07:45  |  수정 2017-02-14 08:50  |  발행일 2017-02-14 제17면
■ 섬유후가공기업 ‘벽진바이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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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진바이오텍에서 생산된 선염지를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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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진바이오텍의 임직원들이 기술개발을 위한 회의를 열고 있다. <벽진바이오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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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진바이오텍 공장.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0여개 업종 단체와 공동으로 조사한 ‘2017년 산업기상도’를 발표했다. 산업기상도는 맑음, 구름 조금, 흐림, 비 4단계로 나뉜다. IT·가전업계는 ‘맑음(매우 좋음)’, 섬유·의류 산업은 ‘흐림(어려움)’으로, 조선·자동차 업종은 ‘눈 또는 비(매우 어려움)’일 것으로 전망됐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이던 섬유는 후발 신흥국과의 경쟁심화 및 가격경쟁력 열세, 해외 생산 확대 등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최근엔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첨단기술 및 패션브랜드 등 지식 기반적 요소를 강화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2017년도 전체 섬유산업의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지만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지역의 섬유산업을 이끌어가는 지역 기업도 많다. 지난 10일 방문한 벽진바이오텍(추광엽 대표)의 공장 2동에서는 기계설비들이 돌아가는 소리로 활기가 넘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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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진바이오텍이 지역 최초로 생산한 모달니트. 촉감이 좋아 여성의류에 많이 사용된다. <벽진바이오텍 제공>

대구·경북서 드문 후가공 업체
2010년 대구시 스타기업 지정
해외유명기업서도 기술력 인정

신진대사 촉진‘원적외선 가공’
탄소섬유 등 미래 아이템 개발
지역 최초로 모달니트 생산 등
친환경천연소재 개발에도 주력



◆기술이 융합된 기능성 섬유

벽진바이오텍은 1993년 대구시 북구에서 사업을 시작해 성서산단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 24년 만에 급성장한 기업이다. 나이키, 더 노스페이스 등의 유명업체와 무봉재 신발지 등을 거래하며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2010년엔 대구시스타기업으로 지정됐고 6년이 흐른 지난해는 스타기업 100육성사업에 지정돼 중견기업으로 덩치를 키우는 중이다.

벽진바이오텍은 전체 매출의 60%를 수출에서 얻고 있다. 2015년 50명이던 종업원 수가 지금은 70명 가까이 증가하며, 작지만 강한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섬유는 방직, 제직, 염색, 후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의류로 탄생하게 된다. 벽진바이오텍은 마무리 과정인 섬유 후가공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후가공 과정을 통해서 섬유는 부드러워지고 방수, 친환경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벽진바이오텍은 자체 개발한 후가공 기술을 통해 여러 기능성 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원적외선 가공’은 가시광선 중 빨간색보다 긴 파장대인 25㎛ 이상 적외선을 이용한 기술이다. 원적외선 가공을 거친 원단으로 만든 옷을 입으면 원적외선이 인체의 신진대사와 혈액순환 촉진 등 건강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냉감·온감을 높여주는 기능도 한다. 혹한이나 한파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체온 보온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온감의 경우, 광발열 가공제를 이용함으로써 처리 전 원단 표면보다 평균 2.8~3℃ 높일 수 있다. 냉감은 흡수냉감 가공제를 이용해 처리 전 원단 표면보다 평균 1.5~2℃ 하강효과를 가진다. 조희국 책임연구원은 “기후변화가 심한 곳에서도 입을 수 있게 원단을 후가공했고 러시아, 미주, 유럽 등지에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벽진바이오텍은 기능성 제품의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융합’과 ‘친환경 녹색혁명’이라는 업계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미래 아이템을 개발하는 중이다. IT기술 등 첨단 기술과 디자인, 패션의 융합을 이뤄 신소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해당 신소재에는 초극세사 나노섬유, 탄소섬유 등으로 의료기기에서 사용되거나 고감성 스포츠웨어에 사용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최초, 지역 최초 섬유 후가공

대구·경북 지역에 섬유후가공 분야의 업체는 벽진바이오텍이 거의 유일하다. 섬유산업의 중심지로 여겨졌던 대구·경북에 섬유 후가공 업체가 전무하다는 약점을 벽진바이오텍이 극복한 것이다.

벽진바이오텍이 자랑하는 ‘최초’라는 타이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벽진바이오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메모리 후가공 기술’은 메모리 직물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기술이다. 메모리 후가공을 한 원단은 원단을 구겼을 때 구김이 그대로 남는 면이나 린넨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구김이 펴지고 본래의 매끄럽고 유연한 상태로 돌아온다.

또 벽진바이오텍은 지역에서 최초로 ‘모달니트’를 생산해냈다. 모달니트는 친환경천연재생섬유로 지난해부터 벽진바이오텍이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는 제품이다. 현재 수도권 업체들에게서도 주문 연락이 올 만큼 인기가 높다. 촉감이 보들보들해 주로 원피스 등 여성의류에 많이 사용된다.

벽진바이오텍은 모달니트를 비롯해 각종 천연섬유 생산에도 힘 쏟고 있다. 천연섬유는 면, 마, 린넨, 텐셀 등으로 피부에 닿아도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이에 맞춰 천연소재에만 적용할 수 있는 ‘바이오천연가공기술’도 개발했다. 폴리에스테르와 같이 합성섬유는 실의 길이가 긴 장섬유에 해당하고 면, 린넨, 텐셀과 같은 천연섬유들은 단섬유로 분류된다. 단섬유이기 때문에 실을 이어 길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모우(이음새)를 제거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모우를 제거할 수록 촉감이 부드러워지고 매끄러워 보이는 등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 또 수축률을 안정화시키며 탄력성도 높여 자연스러운 느낌을 발현해낸다.

이양원 이사는 “앞으로 기능성 제품과 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가공방법 등을 다양화할 계획”이라며 “기능성 제품들로 이제까지 매출이 성장해 온 만큼 앞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해 좋은 성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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