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예측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소설가 김진명씨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대선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
지난해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후 출판계는 때마침 김진명 작가(59)에게 주목했다. 김 작가는 2014년에 출간된 자신의 소설 ‘싸드’를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칠 것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포착해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김 작가는 1993년 첫 작품인‘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데뷔한 이래로 국내 정치와 안보 문제를 다룬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무궁화~’는 핵무장을 추진하다 목숨을 잃은 대통령과 핵물리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600만부 이상이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도 ‘글자전쟁’ ‘고구려’ ‘킹 메이커’ 등으로 국내 정치 및 국제 정세 속 한반도를 조명하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이들 작품에서 김 작가는 특유의 상상력과 논리적인 추리를 선보여 격동기에 정가에서 의견을 구하는 인물로 첫손에 꼽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예언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김 작가는 최근에는 19대 대선을 예견하는 글을 각종 매체에 기고하고, TV 정치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한 방송사의 대선 면접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선 후보를 평가하고 있는 그를 만나 올해 대선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대통령이 ‘대형사고’ 친 상황
보수 유권자 또 표 주지 않을 것
황교안, 박근혜정권 자식 이미지
인물난에 지지율 그 정도로 나와
유승민 ‘따뜻한 보수’ 외치지만
지도자 흠 공격하는 차가운 모습
보수 마인드 못맞춰 지지율 답보
진보는 경제운용 마인드 부족해
보수가 정책협조로 이를 메우면
다시 국민 지지 얻을 수 있을 것
▶이번 대선의 구도를 전망해달라.
“이번 선거는 진보 후보가 될 것이라고 본다. 과학적으로도 그렇다.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보수 후보가 박근혜였는데 박 후보는 보수의 정통성을 강하게 갖고 있었고 새누리당의 인기도 상당히 높았다. 달리 말하면 후보 본인의 인기에다 보수·영남 등 이른바 표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석권하고 있었는데도 문재인 후보를 아주 근소하게 이겼다. 지금 여권에서는 어떤 후보가 나와도 그 당시의 박근혜보다는 많이 떨어진다. 그 당시에도 몇 퍼센트 차이였는데 지금은 (보수가) 안된다고 보는 게 과학적이다.”
▶보수에 희망이 없다는 건가.
“지금 대통령이 대형사고를 쳤는데 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도 그에 못지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총선부터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를 내부 분열로 엉터리로 만들었다. 대선을 앞두고 또 분열된 것 아닌가. 투표라는 것은 결국 잘한 정권이나 사람을 한 번 더 밀어주고 아니라면 단호하게 심판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엉망을 만들어놨는데 (보수 유권자들이) 또 찍는다는 건 회의적이다. 보수가 어떻게 단결을 하고 어떤 바람이 불더라도 안될 것 같다.”
▶그럼 진보 후보에 대한 평은 어떤가. 지금 지지율상으로 문재인·안희정·이재명이 거론된다.
“좌파 성향을 구도로 보자면 이재명 성남시장이 가장 왼쪽에 있고, 조금 오른쪽에 문재인 전 대표가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좌파 내 가장 오른쪽에 있다. 이 같은 구도로 봤을 때 문재인이 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정치권에서는 안 도지사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안 도지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나 일단 민주당 경선룰 자체가 50%를 차지하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하게 되어있지 않나. 이 시장은 워낙 지지율이 낮으니 논외로 하고 문 전 대표와 안 도지사가 겨룬다고 봤을 때 안 도지사가 이기는 길은 첫 투표에서 절반을 넘기는 수밖에 없다. 만약 결선투표가 시행될 경우 이 시장 지지자는 문재인으로 갈 수밖에 없다. 가장 왼쪽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은 조금 덜 오른쪽으로 간 사람을 지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더 오른쪽에 있는 후보를 지지할 리 없다.”
▶이재명 시장이나 안희정 도지사는 희망이 없다는 건가.
“안 도지사가 민주당 안에서 이기는 길은 없다. 지금 어떤 종류의 변신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사고방식이나 견해가 종래와는 달리 크게 변하는 일)를 하느냐, 아니면 지금처럼 끌려가느냐인데 어떤 식으로 전회할 것이냐를 본인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장은 너무 극단적이다. 촛불집회가 일어날 때는 과격한 주장이 맞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의식이 가라앉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할 때는 안정된 사람을 찾는다. 국내 유권자들은 극단적인 걸 굉장히 싫어하기에 국민이 뽑는 큰 선출직은 더 이상 힘들지 않을까. 문재인정부 내에서 내각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보수 쪽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 지지자들은 안타깝겠지만, 이번에는 어떤 각도로 봐도 보수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다고 본다. 보수정당은 강력한 후보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모이지만 지금은 그럴 사람이 없다. 황교안은 무엇보다 단정하고, 국회에서 나와서도 숱한 공격들에 대해서도 예의를 최대한 지키는 모습들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그에게 두 가지 단점이 있다면 하나는 박근혜 정권의 자식이라는 점이다. 또 대통령 후보라면 국민 전체를 대표하고 비전을 줘야 하는데 황교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워낙 보수 후보가 없고 권한 대행을 하고 있으니까 지지율이 그 정도 나오는 것이지 개인 황교안으로 대결하자면 불가능하다.”
▶대구·경북(TK) 대선 주자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지지율이 답보 상태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지도자가 다소 흠이 있고 때가 묻더라도 ‘가자’고 한다면 따라가야 하는데 유승민 의원은 이를 공격하고 대화를 닫아버렸다. 이건 보수 전체의 마인드에 맞추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아주 아쉬운 부분이다.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팩트를 완전히 확인할 때까지 신중하게 움직였어야 했다. 결국 법원이 아닌 언론에서만 나온 걸 가지고 반응한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적이 쳐들어온다면 상대방의 세력을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것이 지도자상인데 섣불리 움직였다. 또 하나는 따뜻한 보수를 외치지만 차가워 보이는 점도 있다. 국민이 원하는 보수 전체의 지도자가 되려면 분위기를 바꿔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TK 정치권은 어떻게 될까. 2명의 대통령을 잇따라 배출했지만 지금 현재 허탈감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지금 캄캄할 뿐이지 오히려 굉장히 밝다고 본다. 지금 처신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만 정치하고 내일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이데올로기다 뭐다 하지만 국민들이 정치를 느끼고 평가하는 기준은 먹고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먹는 걱정이 없어졌다 할 때 정치를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진보가 정권을 잡게 되면 국민들이 ‘이제 잘 먹게 됐다’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아니다. 너무 힘들다. 지금 국내는 물론 국제 정치·외교·안보 여건이 너무 안 좋다. 지금 집권하는 사람은 어쩌면 독배를 마시는 것일 수도 있다. TK 정치인들은 내일을 봐야 한다. 대통령 선거는 오늘의 일이고 다음을 봐야 할 것이다.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통 크게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의 자세가 필요하다.”
▶보수 정치권은 어떻게 하면 다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진보는 가치 판단에 능하고 비판을 잘한다지만, 경제 운용이나 기업 경영 등의 마인드는 부족하다. 노무현정부 때 경험을 했지만 나라가 제대로 움직이려면 공무원, 유학파 학자, 교수 이런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데 당시 민주당 구성을 보면 변호사, 시민운동가, 기자 등 전부 비판만 하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노 정권이 왜 실패했느냐 보면 정책과 사람이 없어서 실패했다. 이번 정권도 진보에서 잡겠지만, 보수 쪽은 협조하지 않고 싸우는 모습만을 보여줘서는 안될 것이다. 정치라는 게 보수·진보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진보의 부족한 점을 보수가 메워줘야 한다. 보수 쪽에도 사회적·경제적 경험과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다음 정권을 (보수가) 잡을 때까지 나라를 위해서 도와주는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정권을 진보에서 잡는다면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까.
“우려하는 안보 문제는 문재인이 어느 정도 해소하지 않을까. 박근혜정부의 안보 정책은 아주 쉬운 것이었다. 그냥 닫아버리면 됐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잘된 안보라고 볼 수 없다. 문재인에 대해 우려하는 게 많지만, 다소 현실인식이 변했다고 본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은 했지만 공동집권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비서실장이 힘이 있었지 않나. 문재인도 그걸 경험하고 과거 나이브(naive·순진한)하던 것에서 현실인식을 좀 옮겼다고 본다. 한·미 동맹관계를 예전처럼 단절시키려고는 안 할 것이다. 요즘도 보면 민주당이 미군하고 관계를 잘 맺으려 한다. 북한 지원 문제도 변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담=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정리·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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