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정치인 대구시장과 관료 대구시장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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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3   |  발행일 2017-02-13 제31면   |  수정 2017-02-13
[월요칼럼] 정치인 대구시장과 관료 대구시장

필자가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에 대한 이미지는 전형적인 행정관료였다. 행정고시 출신에 튀지 않는 차분한 말투, 상관의 지시를 조용히 성사시키는 업무 스타일이 그렇게 인식하게 했다. 그래서 선출직 스타일은 아니라고 봤다. 그런데 그는 재선 구청장이다. 내가 그의 진면목을 몰라본 것이다.

올해 들어 그는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2월2일자 영남일보에 기고한 ‘통합공항 이전, 똑똑한 시민들에 달렸다’는 제목의 칼럼 때문이다. 그는 칼럼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반대했다. 올 들어 그는 공개적으로 K2 공군기지만 이전하고, 민항은 그대로 둬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 관료 출신 이 구청장이 현행 법과 정부의 방침을 뛰어넘는 방식, 즉 정치인들이 잘 쓰는 기존 틀을 깨는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전까지 대구시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구청장(혹은 군수)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적이 없었다. 대구시장의 권한과 위상이 구청장보다 훨씬 크고 구청 업무가 잘 돌아가려면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대구는 강대식 동구청장, 윤순영 중구청장이 바른정당에 입당하기 전까지 시장·구청장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같은 당 소속끼리 각을 세울 필요가 없었던 것도 또 다른 이유였을 것이다.

난 이 구청장의 주장이 대구 발전에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K2기지와 민항이 함께 이전하는 권 시장의 통합이전 방침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 구청장과 같은 주장을 하는 시민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대구공항 이전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내가 더 의미를 두는 것은 구청장이 시장과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상황이다. 이 구청장의 행동은 내년 대구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적인 포석일 수 있다. 이것 자체가 의미 있다. 수성구청장과 같은 기초단체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구청장이 대구시장을 노리는 게 이상할 게 없다. 구청장이 대구시장직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은 대구의 정치환경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는 방증이다.

연장선상에서 이 구청장의 ‘도발’에 대한 권 시장의 대응도 정치인 출신답다. 행정관료 출신의 전임 시장들 같으면 구청장이 시장에게 달려들면 아예 외면했을 것이다. 그런데 권 시장은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있다. 아예 TBC대구방송이 마련한 대구공항 이전 토론에 권 시장은 이 구청장과 마주 앉았다.

권 시장이 이 구청장과 토론하면서 이 구청장의 몸값을 올려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직 대구시장이 현직 구청장과의 토론에 응했다는 점에서 권 시장의 가치를 높게 보는 유권자도 많을 것이다. 통 큰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동시에 ‘행정가 권영진’의 모습도 보여줬다. 권 시장이 추진하는 통합이전 방식은 현행 법과정부의 방침에 따른 행정적인 접근이다. 권 시장은 지금까지 지나치게 대민접촉이 많아 ‘이제 정치 그만하고 행정을 하라’는 비판을 들었다. 권 시장이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행정적인 접근방식을 보여 준것도 그에게 득이다.

권 시장 이전에는 모두 관료 출신의 시장이었다. 대구의 변화를 위해 이제는 관료 출신이 아닌 정치인 출신이나 CEO 출신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나올 때 등장한 인물이 권 시장이다. 권 시장에 대한 평가는 내년 대구시장 선거 때 대구시민들이 내릴 것이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 때는 권 시장, 이 구청장 외에도 보수진영 후보와 진보진영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권 시장과 이 구청장 외에 또 다른 정치인 출신이나 행정관료 출신 후보가 나올 수 있다. 올해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적인 상황이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정치인 출신 시장 후보와 관료 출신 시장 후보의 경쟁이라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생길지 궁금하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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