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

  • 최은지
  • |
  • 입력 2017-02-13 07:48  |  수정 2017-02-13 07:49  |  발행일 2017-02-13 제18면
세계와 우리 삶을 이루는 것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70213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면// 발가숭이 물방울이/ 수도꼭지에 매달렸다가/ 퐁당퐁당/ 눈 비비며 걸어 나오는 소리.// 째깍째깍/ 조그만 발로/ 방안을 요리조리 뛰어 다니는/ 시계 소리.// 낮에 놀던/ 덩치 큰 소리들은/ 잠이 들고/ 달빛처럼 가느다란 소리들이/ 잠깨어 뛰노는 시간.’(동시 ‘조그만 소리’)

이번에는 필자가 지은 동시 한 편에서 화두를 꺼내볼까 합니다. 우리는 평소 큰 소리에 더 잘 반응을 합니다. 이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잘 들리고,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전달 효과가 좋은 큰 소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 등 작은 소리는 귀 기울여 들어야 들리는 소리이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지나쳐 버리기 쉽습니다.

가만히 들어 보면 작은 소리에는 신비로움이 있고 낯섦과 설렘이 있습니다. 시골의 한옥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가느다란 달빛을 타고 흐르듯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낯선 이국땅에서 만나는 풍경을 볼 때와 같은 설렘으로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작은 소리들은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게 하고 온화하게 해 주기도 합니다. 강요하거나 명령하는 듯한 느낌의 큰 소리보다 무릎을 맞대고 속삭이는 듯한 작은 소리는 우리를 온화하고 평온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마음 온화하게 해주는 작은 소리
큰 소리는 다른 소리 집어삼키지만
작은 소리는 주변과 잘 어우러져

작은 것 무시하면 큰 손실 입지만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도록 주의
小에서 大 유추할 땐 더 신중해야



자동차의 경적소리 같이 큰 소리는 속이 뻥 뚫리는 듯한 통쾌함이 있지만, 주변의 작은 소리들을 집어삼켜 버리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소리는 다른 주변 소리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겨울철에 금강 하구에 가보면 가창오리의 군무를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가창오리떼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라는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그림은 수많은 작은 점들이 모여 한 폭의 그림이 된 작품입니다. 작은 것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움이 있지만, 다른 것과 어울려서 더 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작은 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몽돌해수욕장에 가면 차르르차르르 몽돌 사이를 빠져나가는 바닷물 소리와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만들어내는 화음은 어떤 음악회 못지않게 감동적입니다.

그러나 너무 작은 것에만 집착해 큰 것을 못 보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코끼리의 코만 보고 코끼리는 뱀처럼 생겼다고 우기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실수를 범할 때가 많습니다. 코끼리를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코끼리의 코를 통해 유추해 볼 때 코끼리가 뱀처럼 길게 생겼다는 생각은 본인 입장에서는 최선의 생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코끼리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코끼리는 뱀처럼 생겼다고 말한다면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입니다. 너무 자신의 경험에만 의지해 판단하는 것은 틀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좋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을 유추할 때에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은 것들도 우리 세계와 삶을 이루는 소중한 것입니다. 작다고 무시했다가는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막대한 재산과 소중한 재산을 앗아가는 큰 화재도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것이고, 대형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도 처음에는 작은 금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작은 불씨를 소중히 다루고, 건물에 작은 금이 갔을 때에 빨리 올바른 대처를 했더라면 큰 화재나 건물 붕괴라는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큰 싸움도 작은 말다툼에서 비롯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작은 것은 큰 것의 원인이요, 근본이고 본질일 수 있습니다. 작다고 무시하거나 내버려두지 말고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겠습니다.

김장수<대구 성서초등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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