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게을러지지 않는 것이 ‘배움의 방법’이다(不懈學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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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3 07:45  |  수정 2017-02-13 07:45  |  발행일 2017-02-13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게을러지지 않는 것이 ‘배움의 방법’이다(不懈學則)

닭의 해(정유년) 첫 절기인 입춘이 지났는 데도 날씨가 쌀쌀합니다. 친구들과 등산을 갔습니다. 친구가 재채기를 하더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에 갖다 대고 ‘히~잉’하고 코를 풉니다. 같이 있던 여자들이 무심코 “아유, 더러워!” 합니다.

‘… 코흘리개로 커다란 궁전으로만 알았던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졸업이라니 ….’ 답사에 코끝이 찡해지고 졸업생들은 훌쩍훌쩍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습니다. 식장의 모든 사람들 눈시울이 촉촉이 젖습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코흘리개 입학생들의 왼쪽 가슴엔 손수건이 매달려있었습니다. 항상 그 손수건으로 코를 닦거나 더럽던 고사리 손도 닦았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시골 집성촌 훈장이셨던 아버지는 나에게 ‘소학’을 읽어주곤 하였습니다. 소학 입교편에 나오는 ‘불해학칙(不懈學則)’이었습니다. ‘게을러지지 않는 것이 배움의 방법’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치면 그것을 본받아야 한다. 자세는 공손하여야 한다. 마음은 배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선 ‘불해(不懈)’하고 일렀습니다. ‘게으름뱅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라(勿懶)’라고도 하였습니다. ‘게으름부리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착한 것을 보면 이것을 따라야 한다. 친구들과는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힘을 믿고 함부로 싸우지 말라’고 하면서 ‘관포지교’의 우정도 들려주었습니다. 관중과 포숙아의 사귐처럼 친구와는 사이좋게 지내라 하였습니다. 불해학칙은 관중이 쓴 ‘관자’에 나오는 글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좋은 말만 해라. 정직해라. 밝은 곳에서 놀아라. 옷은 반듯하게 입어라. 몸은 깨끗이 씻어라’는 것은 일상생활의 부탁 사항이었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에는 늦도록 글 읽는 ‘숙흥야매(夙興夜寐)’를 강조하였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게을러지지 않는 배움의 방법임을 깨우쳐주었습니다.

숙흥야매 글은 여러 책에 나옵니다. 사자소학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책 읽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명심보감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부터 밤이 깊어 잠들 때까지 효도를 하라’고 훈계합니다. 시경에도 자신의 삶을 경계한 시가 여러 편 나옵니다. 퇴계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낮에 부지런히 노력하고 저녁에 두려워하며 조심하는 것이 공경하는 마음씨’라며 그림으로 설명을 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숙흥야매와 함께 나오는 글의 내용들은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삶의 자세입니다. 지혜롭습니다.

옛날엔 예닐곱 살 전후로 소학을 읽었다고 합니다. 소학동자 김굉필은 책을 펼치면서 온화한 자세로 공손하고 겸허하여 배우는 바를 극진히 하였습니다. 그는 평생 거짓되고 사악함이 없었으며 항상 정직했습니다.

이제 정보통신의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선 창의·융합형 인재육성을 위한 행복교육을 한다고 야단입니다. 어떻든 나에게 최대의 적은 게으름입니다. 게을러지지 않는 것이 ‘배움의 방법’입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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