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언프렌드·조작된 도시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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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0   |  발행일 2017-02-10 제42면   |  수정 2017-02-10

언프렌드
죽은 ‘외톨이’ 친구에게서 메시지를 받다


20170210

여대생 로라(알리시아 데브넘 캐리)는 하루에도 수십명으로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친구 신청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면 어릴 적부터 항상 혼자였던 소녀 마리나(리슬 알러스)는 학교에서도 늘 외톨이처럼 지낼 뿐 아니라 SNS 친구하나 없다. 그런 마리나는 어느 날 인기 많은 동급생 로라를 본 후 그녀에게 SNS 친구 신청을 한다. 그리고 로라는 마리나의 SNS 페이지에서 기묘한 분위기의 일러스트 영상들을 보고 호기심에 이를 수락하게 된다. 그러자 마리나는 로라의 진짜 친구가 되기 위해 그녀의 SNS에 극도로 집착하게 되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로라는 결국 마리나를 친구 목록에서 삭제해 버린다. 마리나는 또다시 자신을 외톨이로 만든 로라에게 분노를 느끼고 그녀에게 참혹한 저주를 걸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얼마 뒤 마리나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고 그날 밤 그녀가 꺼져버린 노트북 앞에서 끔찍하게 자살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로라의 SNS에 자동으로 업로드된다. 로라는 서둘러 동영상을 지우려 하지만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SNS 계정을 탈퇴할 수도 동영상을 지울 수도 없게 되고, 심지어 죽은 마리나에게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또 로라의 주변 친구들까지 죽은 마리나의 SNS 친구 신청을 받게 된다. 꺼진 노트북, 스마트폰의 검은 화면 속 자신과 눈을 마주친 로라의 친구들은 연이어 끔찍한 자살을 하게 되고, 친구들의 자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차례로 로라의 SNS에 업로드되기 시작한다.


꺼진 전자기기 검은 화면 ‘블랙 미러’와 저주 소재
SNS로 대표되는 현대 인간관계 고민 담은 공포물
獨 배우 겸 감독 시몬 베호벤 연출…신인 대거 출연



독일 영화 ‘언프렌드’는 SNS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의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SNS의 발달로 인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블랙 미러’를 공포의 소재로 활용했다. ‘블랙 미러’란 일반적으로 노트북, 스마트폰, TV 등 전자기기의 액정이 꺼져있을 때의 검은 화면을 의미하며, 기술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생겨나는 미디어의 부정적인 현상을 일컫는다. 영화는 결국 온라인 공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로라가 인간 관계에서 결핍이 있는 인물인 마리나와 SNS 친구가 되면서 ‘블랙 미러’의 저주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친구 사이를 맺고 끊는 일회성 인간 관계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단지 SNS 친구의 수만으로 사람의 사회성을 구분짓는 편협한 시선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SNS 친구에 대한 마리나의 강한 집착은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친구 관계에 얽매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불안감을 표현하고, SNS를 벗어나 꺼져있는 노트북 앞에 홀로 남겨진 마리나의 모습은 현실보다 SNS 속 인간 관계에 더욱 의존하는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보여준다. 누구나 한 번쯤 ‘블랙 미러’ 속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영화 속 ‘블랙 미러’의 저주가 더욱 오싹한 공포로 다가온다.

공포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이 ‘언프렌드’에도 신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관객들이 캐릭터를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자기 자신이나 혹은 주변 사람으로 받아들여야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명 배우보다는 신선함을 주는 신인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인기 여대생 로라 역은 최근 인기를 모은 미국 TV 시리즈 ‘워킹데드’의 번외편인 ‘피어 더 워킹데드’ 시즌 1, 2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호주 출신의 신예 배우 알리시아 데브넘 캐리가 맡았다. 그녀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려야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또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배우 리슬 알러스가 극중 로라와 그녀의 친구들에게 끔찍한 죽음의 저주를 거는 외톨이 소녀 마리나로 분해 처음으로 국내 관객에게 얼굴을 알린다. 독일의 영화배우 겸 감독인 시몬 베호벤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속 배경인 캘리포니아 대신 남아프리카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진행됐다. (장르:스릴러,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91분)


조작된 도시
게임에 미친 백수, 한순간 살인 누명을 쓰다


20170210

전직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이지만 지금은 PC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별 볼 일 없는 백수 신세인 권유(지창욱). 그는 오늘도 게임 세계에서 치밀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며 멤버들을 이끈다. 자신을 ‘대장’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멤버들과 함께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판 격한 전투신을 소화하던 중 누군가 옆자리에 놓고 간 휴대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된다. 스스로를 휴대전화 주인이라고 밝힌 낯선 여성은 그에게 사례비를 줄 테니 휴대전화를 자기가 있는 곳으로 갖다 달라고 부탁한다.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았으나 휴대전화를 주인에게 제대로 돌려줬다고 생각했던 그는 그러나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미성년자 강간살인이라는 잔혹한 범죄의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사건 현장에서는 살인에 사용된 흉기와 그 위에 묻은 지문, 핏자국, 정액 등 그의 범죄를 입증할 각종 증거물이 발견된다.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린 그는 속전속결로 진행된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흉악범만 수감되는 교도소에 갇힌다. 그곳에서도 그는 앞서 수감된 악질 죄수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어머니마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자 그는 결국 탈옥을 감행한다.


‘웰컴 투 동막골’ 이후 박광현 감독 12년 만의 신작
지창욱 첫 스크린 주연…강도 높은 액션 완벽 소화
방대한 데이터·최첨단 장비 이용 시각적 효과 재미



바깥세상에서 그는 자신이 살해된 여성이 있는 공간에 들어갔다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3분16초에 불과함에도 마치 모든 증거가 짜 맞춘 듯 자신을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는 데 대해 의문을 품고 이를 고발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만들어 인터넷 공간에 게시한 인물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가 바로 ‘털보’라는 닉네임을 쓰는 자신의 게임 멤버이자 초보 해커인 여울(심은경)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군가에 의해 완벽하게 조작된 범죄라는 확신을 갖자 여울과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영화계 말단 스태프(안재홍) 등 권유의 게임 멤버들이 모두 모여 자신들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숨겨진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나간다.

‘조작된 도시’는 사이버 공간과 현실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고 있는 현대 사회를 정조준한 영화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충동조절 장애로 묻지마 살인 등의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과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의 출현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많은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겉보기엔 단순한 범죄오락 액션 영화로 생각되기 쉽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날카로운 주제의식으로 현실을 그려낸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조작된 도시’는 정보와 돈만 있으면 범죄도 조작할 수 있다는 각종 범죄 영화에서 익히 봐온 친숙한 설정에 방대한 데이터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시각적 효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재미를 선보인다. 박광현 감독이 ‘웰컴 투 동막골’(2005)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연출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젊고 세련된 감각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는 배우 지창욱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기도 하다. 그는 주인공 권유 역을 맡아 한순간에 살인자로 몰리게 된 억울함과 절망감, 조작된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뒤의 분노까지 다양한 감정 연기는 물론, 강도 높은 액션신까지 완벽히 소화해낸다. ‘써니’ ‘수상한 그녀’ 등으로 흥행 배우로 올라선 심은경이 권유를 돕는 게임 멤버 여울로 출연해 시크한 매력을 선사한다. 이 밖에도 안재홍, 오정세, 김상호, 김민교, 김기천, 이하늬 등이 출연한다. (장르:범죄·액션,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26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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