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에 사는 것을 부러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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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9   |  발행일 2017-02-09 제30면   |  수정 2017-02-09
20170209
성승모 성동병원 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고
각종 교통시설도 편리해
서울에 있는 친구들이
내가 대구에 사는 것을
부러워할 날 오길 꿈꾼다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와 생활한 지 올해로 9년째다. 주말을 대구에서 쉬면서 보내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동대구역에서 서울행 KTX에 자주 올라타게 된다. 수서고속철도(SRT)가 개통되면서 강남지역에서 용무를 보기가 편해졌다. 좌석에 전기콘센트가 설치되어 휴대전화 충전이 가능해지는 등 고객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최근 대구신세계백화점을 방문했는데 엄청난 규모와 인파에 놀랐다. 책에 관심이 많아서 반디앤루니스 서점을 먼저 찾았다. 도서관처럼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뉴스에서 화제가 되었던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서점이 있는 별관(파미에타운)으로 향하는 무빙워크 초입에서 ‘장소의 탄생전’이란 사진전시회가 눈에 띄었다. 한때 화려한 모습을 자랑했던 미나카이 백화점과 여러 건물들이 멀리서 보이는 오래된 사진을 보면서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1973대구신세계’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사진의 해설을 읽다가 신세계백화점이 대구 동성로에 존재했던 3년여 기간이 대구에서 보낸 필자의 초등학교 학창시절과 겹친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묘한 인연이라 느껴졌다.

동대구역 앞 횡단보도를 건너 파티마병원 쪽에서 와서 대기 중인 택시를 타고 범어네거리 방면으로 가려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 택시 승차장까지 거리가 멀고 도로에 차가 많으면 승차장에서 택시가 빠져나가기가 어렵다.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줄을 무시하고 뒤에서 승차하는 무질서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모 고위공직자가 서울역에서 KTX를 타기 위해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플랫폼까지 관용차를 타고 들어간 것을 비판한 신문기사가 있었다. 누구든지 원하면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택시나 자가용을 탈 수 있는 입체적 시스템이 동대구역에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동대구역 횡단보도 근처에는 단속카메라가 있고, 차에서 내려 인도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차단벽이 설치되어 있다. 멀리서 온 친지나 손님을 맞이하고 배웅하기 위해 차를 몰고 가도 잠시 정차하기가 어려우니 아쉬울 때가 많다. 역사에서 가까운 동대구역 제2주차장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을 제외하면 빈 자리가 거의 없다. 신세계백화점 우수고객이 되면 일정 시간의 무료 주차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을 잘 활용하면 쇼핑도 즐기면서 편하게 손님을 배웅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대구역에서 인천공항행 직통 KTX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여행상품을 이용하거나, 밤 9시 이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에 탑승했을 경우에는 KTX로 이동하기가 어렵다. 지난해 11월 정명훈 지휘로 펼쳐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관람하려고 잠실에 위치한 롯데콘서트홀을 찾았다. 훌륭한 공연이었지만 밤 11시에 출발하는 KTX 막차를 타기 위해 끝까지 다 보지 못해 아쉬웠다. 막차 시간이 조금이라도 연장된다면 좋을 것 같다.

힘들게 KTX나 SRT를 타고 서울로 가지 않더라도 대구에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최근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하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자주 방문하고 있다. 시설과 음악 모두 수준이 매우 높아 만족스럽다. 올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다음번에는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도 연주할 기회가 생겨서 두 교향악단의 실력을 비교해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올해 폴 매카트니, 노라 존스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일본에서 공연을 펼친다고 한다. 이런 가수들이 대구도 방문해서 단독 콘서트가 열린다면 무척 좋을 것 같다. 암표를 구해서라도 KTX를 타고 대구를 방문해야겠다면서 서울에 있는 친구들이 대구에 사는 것을 부러워할 날이 오길 꿈꿔본다. 성승모 성동병원 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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