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불확실성의 시대 ‘생활자본’으로 이겨내기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2-07   |  발행일 2017-02-07 제31면   |  수정 2017-02-07
[CEO 칼럼] 불확실성의 시대 ‘생활자본’으로 이겨내기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지난 주말 우리 연구원들과 함께 경주로 새해 워크숍을 갔다. 2016년의 사업을 평가하고 2017년 새해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자리였다. ‘잘해보자’는 의기를 다지는 일정을 마치고 마무리하는 시간에, 올해의 황금휴가를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에 대한 각자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연휴 일정을 보면서 환호와 설렘이 이어지는 순간에, 나는 불현듯 이러한 황금연휴가 달갑지 않은, 휴가의 의미가 자신의 생활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오랫동안, 일한 정도만큼만 보수를 받는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나의 경험이, 휴가의 달가움보다 일도 없고 돈도 없어 휴가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을 먼저 기억해낸 것이다.

이미 2000년 초부터 많은 학자들은 초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자격과 살아남기 위한 태도, 그리고 앞으로 세상에서 없어질 일자리의 문제들을 거론하였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고 스스로의 생계를 책임지는 수단으로서의 일자리가 점차 없어질 거라는 예측 속에서 우리 사회와 가정, 학교는 선택받기 위한 자기증명의 기술을, 그리고 살아남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동시에 세계화 속에서 확장되는 정치경제시스템은 ‘키우는’ 시스템이 아닌 ‘걸러내는’ 시스템을 더 세분화, 전문화시키고 있다.

잘나가는 기업인 구글에서 2011년 1천900명을 더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주가가 20% 넘게 폭락한 사례는 우리 사회의 ‘일방적인’ 이윤 중심 시스템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경이로운 기술발전이 분명 인간사회를 풍요롭게 할 수도 있으나 구글의 사례처럼 이윤만을 추구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대체 가능한’ 몸뚱아리밖에 없는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밀려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이 저서 ‘유연한 인간’에서 말하듯 경쟁력 있는 정규직으로 머물려고 한다면, ‘젊고, 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뛰어가고, 어느 시간이든 투입될 준비가 돼야 되고 기본적으로 2개 국어 이상은 해야 되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수록 우리의 삶 자체는 점점 더 불안해진다. 최근 점집의 호황과 비현실적인 가상세계가 자주 거론되는 현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한 심리의 반영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이 살아가는 자리에서 확실한 삶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데 있다. 더 많은 돈을 벌어 안정적 삶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이 어렵게 된다면, 덜 벌면서도 안정적인 삶이 가능한 조건들을 생각해야 한다. 최근 ‘자본’이라는 개념 아래 화폐로 환원될 수 없는, 그러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사회자본’ ‘문화자본’ 등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생활자본’을 추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어떤 것이든 돈으로 환원되는 경제시스템 속에서 돈으로 구매하지 않아도 충족할 수 있는 영역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더 많이 만들고 확장시키는 것이다. 더 자급자족하고, 더 호혜적 방식으로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더 인정으로 마음을 열고, 공생함으로써 상호이익이 되는 영역을 만들어 내는 방법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할 듯싶다.

그 시작으로 삶터와 일터에서 자족적이며 호혜적인 생활자본을 만들고 확충하는 것, 이 지점에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생존조건에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경쟁의 ‘걸러내는’ 시스템이 아닌, 상생의 서로를 ‘키워내는’ 시스템에 대한 의지의 공유일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