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팔공산 구름다리, 비슬산 케이블카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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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6   |  발행일 2017-02-06 제31면   |  수정 2017-02-06
[월요칼럼] 팔공산 구름다리, 비슬산 케이블카
배재석 논설위원

예부터 팔공산과 비슬산은 ‘북팔공’ ‘남비슬’로 불릴 만큼 대구의 진산으로 통한다. 팔공산이 웅장한 남성미를 뽐낸다면 비슬산은 포근한 여성미를 보여준다. 대구 도심에서 가까워 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도시의 허파 역할도 하는 산소 같은 존재다. 신라 오악(五岳) 중에서 중악에 해당하는 팔공산은 임진왜란 때는 영남의병의 중심지였으며, 불교문화의 보고(寶庫)다. 생물자원 가치도 높아 2014년 자연자원 조사 결과 모두 4천741종의 동식물이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존가치와 이용가치를 합한 경제적 가치가 5조2천억원에 달한다.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비슬산도 연간 15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다. 정상에는 100만㎡ 참꽃 군락지가 펼쳐져 있고 대견사도 복원돼 해마다 참꽃축제 때면 구름인파가 몰려온다.

대구시민의 자랑이자 안식처인 팔공산과 비슬산에 머잖아 구름다리와 케이블카가 생긴다는 소식이다. 대구시는 최근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에서 동봉 방향 낙타봉까지 폭 2m, 길이 230m의 국내 최장 구름다리를 설치하고 스카이워크 등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달성군도 비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참꽃군락지까지의 구간에 케이블카를 놓기 위해 3개 안을 두고 타당성 용역 중이다. 올해 용역 결과가 나오면 실시설계를 거쳐 2019년 말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의 명산에 관광 인프라가 확충된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마냥 기뻐만 할 수 없는 것은 행여 지나친 개발 욕심으로 소중한 자연을 오히려 훼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다 후손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구름다리가 아니더라도 지금 팔공산은 곳곳이 상처투성이다. 팔공산 산신이 노해서 대구에서 유독 대형사고가 잦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천왕봉 정상 부근에는 통신사와 방송사의 송신탑이 흉물스럽게 들어서 있고, 건너편에는 공군부대 시설이 정상을 점령하고 있다. 팔공산의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골프장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가산산성 인근 등 곳곳에 전원주택단지와 모텔·상가 등이 들어서 난개발이 심각하다. 비슬산 케이블카 역시 친환경 공사를 강조하지만 참꽃 군락지와 천연기념물 제435호 암괴류 훼손 가능성이 없지 않다.

팔공산과 비슬산은 굳이 인공구조물이 아니라도 관광객을 끌어들일 문화적 자산이 차고 넘친다. 팔공산의 경우 천년고찰 동화사를 비롯해 품고 있는 절과 암자만 55곳에 이른다. 국보 2점, 보물 29점 등 지정·비지정 문화재가 165점이나 된다. 특히 유불선(儒佛仙)과 가톨릭, 토속신앙의 문화유산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곳이다. 불교문화 체험과 한티성지 순례 등 다양한 탐방코스 개발이 가능하다. 대구·경북이 상생협력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108㎞ 둘레길도 매력적이다. 고려 태조 왕건과 견훤의 공산전투, 부인사 선덕여왕 행차와 초조대장경, 김유신과 원효대사에 얽힌 이야기 등 스토리텔링과 뮤지컬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비슬산 케이블카도 냉정하게 수요예측을 하고 사업성을 면밀히 따져본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전국에서 불고 있는 케이블카 열풍에 휩쓸려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시작했다가는 황금알이 아니라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용객이 내국인 위주의 한철 반짝 수요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봐야 한다. 지금 전국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은 줄잡아 30곳이 넘는다. 그렇지만 전국의 관광용 케이블카 20곳 가운데 제대로 흑자를 내는 곳은 3~4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본도 1990년대 초에 마지막 케이블카를 설치한 뒤 경제성과 환경문제로 더는 건설하지 않고 있다.

눈에 확 띄는 구름다리와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지자체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노약자에게 관광 편의를 제공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그러나 자연은 한번 망가지면 원형대로 되돌리기가 사실상 어렵다. 세수증대 못지않게 환경적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시민과 지자체, 환경단체 등 이해 당사자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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