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대구교육, 봄 같은 봄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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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6 07:36  |  수정 2017-02-06 07:36  |  발행일 2017-02-06 제15면
[행복한 교육] 대구교육, 봄 같은 봄 오기를 기다린다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소한·대한 지나면서 해가 조금씩 일찍 뜨더니 기어코 봄이 왔다. 매화꽃이 피었다는 반가운 소식으로 휴대폰은 훈훈하다. 입동 무렵 시작한 촛불은 14차례 촛불을 드는 동안 벌써 100일이 흘러 입춘이 지났다. ‘춘래불사춘’은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에겐 늘 가슴 아픈 말이었다. 우리 역사는 봄철에 일어난 수많은 운동과 혁명이 결국 실패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봄이 되면 교회마다 사순절이 시작되고 참꽃이 피면 부활절을 맞지만 부활 같은 부활을 맞은 기억이 없다. 이제 그만 봄 같은 봄이 오면 좋겠다. 다시 입춘이다. 대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촛불의 힘이 만들 민주주의의 그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야 우리도 봄 같은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들떠 있다. 하지만 대구교육계에는 아직 한겨울 찬바람만 불고 있다.

지난 1월에 나는 서울을 두 번 다녀왔다. 미래교육포럼의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과 비전 대토론회’와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새로운 학력 한국을 바꾸는 학교교육체제’를 주제로 한 교육혁신 국내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전국 교육청들은 새로운 학력, 새로운 교육, 새로운 한국이라는 미래교육을 꿈꾸고 있었다. 무엇보다 촛불로 드러난 민주주의의 힘을 어떻게 교육을 바꾸는 힘으로 받아들일지를 토론,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구교육은 마치 섬처럼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에서 왔습니다”라는 인사말에 많은 분들은 걱정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대구 학생들’에 대한 견해를 묻자 다들 웃기만 했다. ‘시도교육청 평가 5년 연속 1등’에 대해 묻자 ‘우리 교육청은 별 관심이 없어요’라고 했다. ‘작은 학교 통폐합은’하고 물었더니 ‘통폐합 계획이 없어요. 교육부 압박을 그냥 버텨요’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대답한 많은 이들은 이웃 교육청 학교장이거나 장학관들이거나 교육개발원 연구자들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동안 나는 자괴감이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으려고 용을 썼다.

우리 학교 국기게양대 옆에 걸린 대한민국 교육수도 깃발이 작은 바람에도 유난히 팔랑거린다. 참 가벼워 보인다. 촛불이 대한민국을 밝히는 동안 대구교육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학교 급식 비리 적발, 생활기록부 조작, 사립학교 대규모 교사채용 비리, 100여개 초·중·고교의 가구 납품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12월 인조잔디와 우레탄에 대한 기준이 강화돼 발표되었지만 아직도 학교 우레탄과 인조잔디는 다 걷어지지 않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학교에 그 책임을 떠넘겨두고 있다. 그나마 석면 철거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다행이다.

지금 대구는 작년 여름 유가초등 통폐합에 이어 대동초등 통폐합으로 시끄럽다. 아직 조례가 심의되지 않았음에도 교육청은 이곳에 97억원을 들여 교육박물관을 짓겠다고 한다. 교육청은 폐교 찬성률을 높이려고 대상자도 아닌 졸업예정자에게 1천만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온갖 회유를 하기도 했다. 류규하 시의회 의장이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같이 지역사회와 교육수요자의 공감대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계획단계부터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다시는 지역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하라’고 경고했지만 교육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최근 회복중심 생활교육을 하겠다며 관심군 학생들의 리스트를 상급학교에 제공하라고 했다가 언론의 문제제기로 폐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대구교육에 대해 들려오는 뉴스는 기쁜 소식이 없다. 이러는 사이 대구교육청의 청렴도는 추락하고, 교육감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구교육에도 봄이 와야 한다. 기어코 봄이 오도록 만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촛불혁명이 필요하다. 봄 같은 봄은 올 것이다.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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