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더 킹’ 최두일 役 류준열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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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3   |  발행일 2017-02-03 제43면   |  수정 2017-02-03
“이번엔 감정을 주먹에 담았어요”
20170203

류준열(30)은 대중에게 얼굴을 제대로 알린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된 신인이다. 하지만 그 1년 여간 그는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전형적인 미남형 배우는 아니지만 작품을 통해 보여진 그만의 매력은 그를 빠른 시간 내 강력한 팬덤(열성팬)을 지닌 인기 배우로 올려놓는 원동력이 됐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그가 연기한 ‘츤데레’(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신조어) 캐릭터 김정환은 아직도 많은 여성팬에게 이상형의 남자로 추억되고 있다. 여주인공 성덕선(혜리)의 미래 남편을 놓고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더니 류준열이 막상 남편 후보군에서 최종 탈락하자 인터넷 공간은 그간의 남녀주인공의 감정선과는 괴리가 큰 결말이라며 제작진을 성토하는 글로 도배가 되기도 했다. 미남은 아니지만 끌림이 있는 묘한 매력의 마스크를 가진 그는 ‘잘생김’을 연기하는,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표현해내는 신인답지 않은 연기 내공을 가진 배우로 평가받으며 단숨에 라이징 스타가 됐다. ‘응팔’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그는 로맨틱 코미디물인 MBC 드라마 ‘운빨 로맨스’에서 천재 게임 개발자 제수호 역을 맡아 또 한번 여심(女心)을 흔들어놨다. 제수호는 ‘응팔’에서의 김정환과 같이 ‘츤데레’ 캐릭터였지만 류준열은 전혀 다른 인물로 살려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어남류’를 지지하던 팬들 사이에서는 한(恨)으로 여겨졌던 달콤한 키스신도 소화했다. 그리고 이번엔 다소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그는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등과 호흡한 영화 ‘더 킹’에서 조직폭력배 들개파의 2인자 최두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두일은 권력을 좇는 고향친구인 검사 박태수(조인성) 뒤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팔에 문신이 가득 새겨진 류준열의 낯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개봉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류준열을 만났다.

◆제 안에 있는 두일의 모습 투영하려고 노력

영화 ‘더 킹’은 정치 검찰의 세계를 다룬다. 정권 교체기마다 권력의 줄을 잡고자 하는 일부 검찰 내 세력들의 민낯을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들춰내는 작품이다. 지금의 어수선한 시국을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이기도 하다. 국민의 답답한 속을 다소나마 풀어줘서일까. 영화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해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류준열은 이에 대해 “영화의 완성은 관객들이라고 생각한다. 보람되게 찍은 영화가 관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묘한 끌림의 마스크로 ‘응팔’서 주목
일명 ‘잘생김’ 연기…女心 쥐락펴락
영화 ‘더 킹’선 조폭 들개파 2인자役
권력 좇는 고향 친구 조인성의 해결사

“배역과 내 비슷한 부분 찾아 연기 투영
이번엔 최두일의 외로움과 맞아떨어져
조폭 캐릭터 살리려 무술팀과 오랜 호흡”
차기작은 임순례 감독 ‘리틀 포레스트’



류준열은 주요 배역을 연기한 4인방 가운데 혼자 조폭 연기를 했다.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가 소화한 폼나는 검사와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진다. “두일이 직업적으로 동떨어져 있긴 하지만 감독님 말씀대로 때때로 검사가 조폭 같기도 하고, 조폭이 검사처럼 보이기도 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에 저의 연기가 튀든 안 튀든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두일을 표현했습니다.”

사실 ‘더 킹’은 조인성, 정우성 두 미남배우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류준열은 상대적으로 출연 분량이 적다. 그럼에도 두 배우 못지않은 찬사를 듣고 있다. 여성팬들로부터는 ‘멋짐’을 연기했다는 재미있는 반응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를 찍을 때는 두일이 어떤 인물인지에 집중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어요. 그런데 인터뷰 중에 캐릭터가 멋있게 그려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보니 그제서야 여성분들한테는 그런(거친 캐릭터가 멋져보인다는 느낌이 드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보통의 영화에서는 검사가 점잖고 조폭이 껄렁하게 표현되는데 우리 영화는 반대로 그려지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두일을 외로운 인물로 설정하고 연기한 그는 “배역을 소화할 때 철저히 자신을 지우고 새로운 인물로 표현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제 안에서 비슷한 부분을 찾아내 투영하고자 한다”면서 “제가 고민거리를 남에게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인데 두일의 외로움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폭 캐릭터를 위해 그는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무술팀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화려한 느낌보다 감정을 주먹에 담아 깔끔한 액션을 선보이고자 노력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기본에 대한 영화

‘더 킹’은 현실을 반영한 민감한 소재의 영화다.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실존인물과 실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자료화면이 삽입돼 일부 내용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재현되기도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인물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많아 한층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섬뜩하리만큼 대담한 이야기를 다룬, 사회성 짙은 작품에 신인급 배우가 주요 배역으로 출연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거란 시선도 있다.

류준열은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라며 “‘더 킹’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기본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감독님이 마지막에 선거 결과를 오픈하지 않았던 것도, 결국은 투표를 통해 국민의 의무를 다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에 대한 판단은 결국 관객들의 몫”이라며 “영화를 본 관객들이 느낄 감정이 통쾌함과 불쾌함으로 나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 영화에 출연한 결정적 계기는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의 러브콜이었다. “‘더 킹’은 솔직히 한재림 감독님이 연출을 하신다고 해서 한 작품입니다. 평소 한 감독님의 팬이었어요. 감독님이 연출한 작품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응팔’이 끝날 때쯤 책(시나리오)을 주신다고 해서 마음속으로 이미 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어떤 작품인지도 몰랐고, 배역이 크든 작든 무조건 해야겠다 생각했죠.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당시에는 시국과 별 상관도 없는 내용이어서 출연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당초 현실 풍자를 염두에 두고 기획됐지만 공교롭게도 현 시국과 맞물리면서 신랄한 현실 비판 영화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치 현실이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류준열은 “실제로 영화의 흥행 여부는 우리의 삶과도 일정 부분 연결되는 것 같다”며 “공포 영화도 자기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으면 보게 되듯이 지금 우리가 관심 있어 하는 걸 꼬집어주는 영화라면 보게 될 것이다. 감독님이 선견지명을 갖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응팔’ 이후 쉼없이 활동

류준열은 이번 영화에서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 김의성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호흡했다. “그동안 상하관계에 익숙하지 않아서 선배님들을 대하는 게 어색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얘기도 굉장히 많이 나눴고요. (조)인성 선배님이 친한 지인분들과 모인 자리에 우연히 함께한 적 있는데 인성 선배님 또한 평소 저에게 가르쳐준 그대로 선배들을 대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때 선후배 관계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달았죠.”

류준열은 ‘응팔’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들은 차기작 선정을 까다롭게 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류준열은 그야말로 ‘열일하는’(열심히 일하는) 배우다. ‘응팔’ 출연 전에 찍은 영화 홍보에도 나섰고, 그 사이 빠듯한 일정으로 돌아가는 지상파 미니시리즈 남자주인공으로 활약했으며, ‘더 킹’ 이후 최근까지도 여러 영화의 캐스팅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작품은 본인의 선택인 것 같아요. 쉬고 싶으면 공백기를 갖는 거고 달리고 싶으면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을 하는 거죠. 저는 평소 재미있는 작품이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작품이 재미없다고 생각했으면 아마 1년이든 2년이든 쉬지 않았을까요. 저로서는 행운이죠.”

류준열은 열성적인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인터넷상에 그와 관련한 기사나 게시물이 올라오면 빠른 속도로 댓글이 달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응팔’ 출연 이후 생겨난 이 같은 현상은 ‘더 킹’ 홍보 과정에서도 눈에 띄었다. 특히 그는 여성팬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듯하지만 아직 그는 얼떨떨한 상태였다.

“‘응팔’ 때나 지금이나 여심을 자극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응팔’ 장면 중에 정환이가 만원버스에서 덕선이를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을 좋아해주실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팔에 솟은 힘줄을 보고 그리 반응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웃음).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입장이다보니 팬들께서 조금 더 뾰족하게(눈에 띄게) 사랑해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보내주시는 애정에 깊이 감사하고 있어요.”

류준열은 곧바로 차기작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의 촬영에 들어갔다. ‘아가씨’로 충무로의 신예로 떠오른 김태리와 함께 출연하는 이 영화는 눈이 와야 영상을 찍을 수 있는 독특한 작업 환경을 갖고 있다. 그는 “농담 삼아 3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라고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사진=박푸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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