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농촌을 잇는 새로운 도전, 위팜(We 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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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9일 달성군 옥포면 기세리의 ‘위팜’ 체험농장에서 북성로 청년사회적기업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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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순도가와 손잡고 ‘위팜’에서 생산된 쌀로 빚은 손막걸리 ‘북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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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을 뿌리지 않는 ‘위팜’의 논에서 풀씨가 날라온다고 인근 논에서 물길을 막았다. 김매기는 그래서 더욱 힘든 작업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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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7일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의 농사법으로 키운 벼를 수확하고 있다. 일반적인 농사법으로 짓는 것과 비교하면 수확량은 절반 정도 적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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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팜’ 참여자들이 직접 손으로 탈곡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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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 옥포면 기세리의 ‘위팜’ 체험농장에서 수확한 쌀을 도정하고 있다. 660㎡의 논에서 120㎏을 생산했다. |
‘위팜(We Farm)’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활성화랩 ‘마르텔로’ 전충훈 대표는 우연히 일본 농촌의 비즈니스 구조를 고민한 소네하라 히사시의 책 ‘농촌의 역설’을 소개받았다. 원제는 ‘일본의 농촌은 보물산이다’. 도시와 농촌이 현실적으로 협력해 부가 가치를 창출해낸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는 책이다. 전 대표는 완전 감동했다. 그 길로 일본 니혼게이자이 출판부를 찾아 한국에서 번역본을 냈다. 책 출판과 함께 꿈은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를 해보자. 이후 4년 동안 100여 차례의 강연과 미팅이 이어졌다.
소네하라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NPO(법인) ‘에가오츠나게테’와 2008년부터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던 미쓰비시사가 손을 잡고 야마나시현에서 진행한 ‘하늘과 땅 프로젝트’를 모델로 삼았다. ‘하늘과 땅 프로젝트’는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CSR(기업의 사회공헌활동) 프로젝트였다. 미쓰비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원들의 휴경지 개간 체험, 아파트 주민들의 모내기 체험 투어, 도쿄 중심가에서 야마나시현 식재료 판매전시, 야마나시현 식재료 발굴 현지투어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마르텔로’에서는 한국형 ‘하늘과 땅 프로젝트’의 출범을 위해 대구 지역의 많은 기업에 제안서를 냈다. 중요하고 훌륭한 프로젝트라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은 없었다. 지역 기업의 CSR라고 해봤자 기업 이미지 쇄신 차원의 보여주기식 활동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아무도 하려 하지 않으니 직접 하는 수밖에. ‘마르텔로’가 주축이 되어 대구 북성로 골목에 자리 잡은 여러 사회적 기업들이 함께 나섰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기업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 그러니 일단 보여주자. 그렇게 ‘위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지역활성화랩 ‘마르텔로’ 전충훈 대표
日 소네하라 著 ‘농촌의 역설’보고 감동
2012년 번역본 출간…강연·미팅 활동
미쓰비시의 ‘하늘과 땅 프로젝트’ 모델
대구 많은 기업에 제안서 냈지만 무반응
결국 청년사회적기업가 20여명과 팔걷어
대구 인근 달성의 휴경지 660㎡ 임차
모값 등 100만원 들여 10월 120㎏ 수확
수제 전통 쌀막걸리 ‘북성’1천병 생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시작
달성군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달성군 옥포면 기세리의 버려진 땅 660㎡(200평)을 임차했다. 달성을 기점으로 한 이유는 농촌자원 활용사업을 실천하기 위한 자원이 풍부하고 거대 소비지인 대구에서 1시간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료와 퇴비값, 모값을 합쳐 100만원이 들었다.
처음에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기업팜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 간단한 제안서를 만들어 친분이 있는 기업·단체에 의뢰를 했지만 국내에 사례가 없어서 섭외는 힘들었다.
1년에 서너 번 모내기 하고 김매기 하고 추수만 하면 벼는 쑥쑥 자란다. 엄청 많은 시간과 노동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버려진 농촌의 땅을 살리고 직원들이 1년에 몇차례 함께 농사 체험을 하면서 수확물도 얻을 수 있다. 수확물은 회사 판촉물로 쓸 수도 있다.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보육원과 양로원을 찾아 가지만, 낙후되고 소외되어 가는 농촌에서 도시와 농촌의 연대를 통한 지역 재생에 나서는 것만큼 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큰 일도 드물다. 하지만 보지 않았으므로, 해 보지 않았으므로 기업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아예 직접 농사를 짓기로 했다. 2011년부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해 오면서 북성로에 사회적경제클러스터를 구축했는데 여기에 소속된 북성로의 청년사회적기업가들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마르텔로’를 비롯해 <주>나릿, <주>시너지어스, <주>빈칸엔터테인먼트, <주>노티플, 드림스 등에서 힘을 합쳤다.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의 농사
원칙은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농기계로 땅을 갈지 않아 연료비 절감과 토양 수분 보존 등의 장점을 가진 농사법). 지난해 6월9일 모내기를 시작으로 위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청년사회적기업가 20여명이 모내기에 나섰다. 참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농사 경험이 전무했다. 일단 농약을 치지 않기로 하자 김매기가 보통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쑥쑥 자라는 잡초를 내버려둔다고 윗논과 아랫논에서는 물을 막아버렸다. 농약을 치지 않아 풀씨가 인근 논으로 내려간다는 이유에서였다. 논 김매기는 물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편이다. 하지만 논에 물이 줄어들면서 김매기는 엄청난 노동이 되어 버렸다.
김매기 첫날. 처음엔 아침에 출근하듯 오전 9시에 논에 모였다. 풀을 뽑기 시작한 지 한두 시간이 지나자 해는 중천에 떠올랐고 한여름 더위는 더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낮 12시도 되기 전에 작업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날은 좀 더 일찍 모였다. 오전 6시. 역시 작업은 크게 진척이 없었다. 해가 뜨는 것은 잠시였고 그다음은 견딜 수 없는 더위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날은 오전 4시에 모였다. 동이 트기도 전에 논으로 나갔다. 얼추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해가 뜨면 일을 그만두고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같이 논으로 나오는 농부의 일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초보 농꾼들은 10월을 맞았다. 결실의 계절이었다.
10월27일 추수가 시작됐다. 낫으로 벼를 베고 탈곡까지 한 알 한 알 손으로 직접 했다. 기계로 하면 몇 시간도 안 걸릴 것을, 온종일 허리를 구부려야 했다.
소출은 다른 논에 비해 절반 정도였다. 120㎏, 한 가마니 반. 첫 농사 치곤 괜찮은 결과였다. 농사는 혼자 짓는 게 아니라는 것, 자연의 시계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 몰랐던 사실들을 스스로 배우고 깨달으면서 벼가 자라고 익어가듯, 함께 성장한 시간들이었다. 그들이 얻은 것이 어찌 한 톨의 쌀 뿐이었겠는가. 쌀 한 톨에 수많은 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은 시간들이었다.
◆복순도가 ‘북성’의 탄생
수확한 쌀은 탈곡 후 건조한 뒤 정미소에서 도정을 한 후 미리 약속된 ‘복순도가’에 넘겨 술을 만들었다. ‘복순도가’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마르텔로’와 인연이 맺어진 곳이다. ‘복순도가’는 천연재료로 손수 만든 수제전통막걸리다. 누룩향이 살아있고 천연탄산이 일품인 프리미엄 막걸리로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으로 생산된 그 귀한 쌀로 술을 만들게 된 ‘복순도가’에서는 오히려 미안해 했다고 한다.
생산된 쌀은 복순도가에서 쌀막걸리 ‘북성’으로 태어났다. 1천병의 막걸리로 지난달 16일 북성로 허브에서 파티를 열었다. 북성로 동네 주민들과 도시농업, 6차산업 등과 관련된 시민단체, 예술가 등을 초청해 시음회를 가졌다. 그간의 노력과 과정을 설명하고 사진전을 열고 제품 전시도 했다. 그 과정과 의미를 알고 마신 술의 맛은 더욱 특별했다. 함께 즐기고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술 한 잔이 바꿔놓은 사회와 미래는 맛있고 멋있었다.
올해 농사는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났다. 1천320㎡(400평)의 논에서 쌀을 재배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계단식 논이 모여 있는 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달성군 내 관광스팟과 연계할 계획이다. 달성군농업기술센터가 기술 지원 및 일부 예산 지원을 하기로 했다. 쌀 소비 촉진, 도시농업과 도농교류의 새로운 모델, 색다른 형태의 체험관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 ‘하늘과 땅 프로젝트’의 선례를 따라 한국판 ‘북성’을 만들어 낸 전충훈 대표는 “군위, 의성, 상주, 성주 등 대구 인근 지역의 휴경지를 발굴·개간해 농촌 재생과 6차 산업화의 대표 모델을 만들겠다” 고 야심차게 말했다. 전 대표는 “사람이 오기 시작하면 농촌에도 활력이 생기고 그러다가 사는 사람도 생기고 그 사람이 지역을 재생시키는 키맨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지역 자원과 연계한 관광프로그램도 만들고 빈집 리노베이션 투어와 한달살기, 두달살기와 같은 살아보기 체험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대부분 홍보나 이미지 쇄신 차원에 머물고 있지만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역이 생각외로 많다. 구성원들이 즐기면서 행복해하면서 할 수 있는 활동이라야 사회공헌활동도 지속가능하다”면서 “기업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직원들의 연수와 자사 홍보를 할 수 있어서 앞으로 위팜 참여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
글=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사진=지역활성화랩 ‘마르텔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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