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땐 놀이터 친구들 내려다봐요”…홀로 남겨진 예삐의 베란다 소통 눈길

  • 글·사진=김점순 시민
  • |
  • 입력 2017-02-01   |  발행일 2017-02-01 제14면   |  수정 2017-02-01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상
“심심할 땐 놀이터 친구들 내려다봐요”…홀로 남겨진 예삐의 베란다 소통 눈길
애완견 예삐가 베란다에서 놀이터를 바라보고 있다.

“예삐야! 많이 외로웠지?”

대구시 동구 신암동에 살고 있는 김미정씨(55)가 현관문을 들어서며 애완견 예삐를 불렀다. 기다렸다는 듯 강아지는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뛰어나와 김씨에게 덥석 안긴다. 얼굴을 부비며 반갑다고 애교도 부린다. 예삐와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이른 봄. 남편이 지인으로부터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동물은 좋아하지만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견은 탐탁지 않았다. 남편과 아이들의 역할 분담을 약속받고 어렵사리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또랑또랑한 모습에 ‘예삐’라 불렀고 서로 예삐를 독차지하려고 곧장 집으로 달려오곤 했다. 예삐 덕분에 가족이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장시간 집을 비울 땐 예삐에게 미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에서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베란다를 보고 놀랐다. 놀이터에서 왁자지껄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자 예삐가 쪼르르 베란다로 나온 것.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멍멍 짖기도 하면서 고개를 쭉 빼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그동안 강아지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뭘 하고 지내는지 무척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집에 있을 때 보통은 잠을 잔다. 그것도 아주 많이. 깨어있을 때도 그저 앉아서 주인을 기다리는 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삐는 가족들의 생각과는 달리 매일 베란다를 통해 바깥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미끄럼을 타고 시소를 타고 싫증나면 그네도 타는 아이들은 예삐의 또 다른 친구였다. 혼자가 아닌, 구성원이 되기 위해 예삐는 놀이터 친구들을 내려다보면서 가족을 기다린 것이다. 안심이 됐다. 집을 비울 때도 혼자 남겨둔 예삐 걱정은 반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혼자 사는 사람이 늘면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대부분 하루 종일 직장에 나가 일하느라 애완견을 집에 혼자 놔두고 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은 독신뿐 아니라 맞벌이 부부도 마찬가지다. 혼자 있을 강아지를 위해 주인이 집을 비울 때는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켜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씨는 “날씨가 몹시 추워 놀이터에 아이들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로 놀이터가 꽉 찰 따스한 봄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