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딥워터 호라이즌·매기스 플랜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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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7   |  발행일 2017-01-27 제42면   |  수정 2017-01-27

딥워터 호라이즌
그날 석유시추선은 ‘시한폭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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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무리한 작업량으로 이미 시한폭탄 같은 상태가 됐다. 하지만 배를 임대한 석유업체 본사는 시추 일정과 비용을 이유로 안전검사를 무시한다.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총 책임자인 지미(커트 러셀)와 엔지니어 팀장 마이크(마크 월버그)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곧장 안전점검을 진행할 것을 주장하지만, 본사 관리자인 돈(존 말코비치)은 억지 논리로 시추선의 안전성을 증명하며 자신의 뜻대로 시추 작업을 진행할 것을 명령한다. 결국 시추선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유 굴착작업은 시작되고, 아직은 앳돼 보이는 굴착반 직원 케일럽(딜런 오브라이언)은 시추관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그 순간, 배 전체를 뒤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2010년 4월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앞바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해상 석유 유출 사고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초대형 재난 영화다. 반잠수형 해양굴착 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석유 시추선으로, 갑판만 축구장 크기에 최대 146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를 자랑했다.


2010년 사상 최악 멕시코만 해양 석유유출 사고 다뤄
실제 배의 85% 크기 세트 제작으로 생생한 리얼리티
피터 버그 감독, 인간 탐욕이 빚은 끔찍한 현실 고발



폭발 당시 아파트 24층 높이까지 불기둥이 치솟을 정도로 거대한 화염이 시추선 전체를 뒤덮었고, 총력을 기울인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화재는 36시간 동안 계속됐다.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결국 사망자 11명, 중상자 17명의 희생자를 내고 침몰하게 된다. 또한 수심 1천500m 아래 시추 파이프가 파괴되며 이후 5개월간 약 7억7천800만 ℓ의 원유가 바다에 유출됐다. 이는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규모의 62배에 달한다.

영화는 일반적인 재난 영화 공식을 따른다. 재난 발생 전 여러 전조 현상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뒤이어 예상을 뛰어넘는 재앙이 닥치게 되며, 참혹한 재난 현장에서의 사투와 희생, 그리고 생존 등이 동시에 그려진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동료를 구하거나 남편의 생사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를 비롯해 재난 현장에 있는 자들의 가족들이 겪는 불안한 심리 상태에 대한 묘사 등 익히 봐 온 재난 영화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끔찍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시추선이라는 공간을 재현해낸 건 이 영화가 가진 차별적 요소다.

제작진은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 장치로 가득한 시추선을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지 않고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실제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85% 크기에 해당하는 세트를 사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던 미국 루이지애나 남부에 제작했다. 또 극 중 주요 등장 인물들은 실제 사건의 생존자이기도 하다. 배우들은 캐릭터 표현을 위해 생존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이들에게 영화 전반에 대해 자문했다고 한다.

‘론 서바이버’로 실화 영화 연출에 재능을 발휘한 피터 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트랜스포머’ ‘19곰 테드’ 시리즈 등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배우 마크 월버그가 ‘론 서바이버’로 시작된 감독과의 인연을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가며 훌륭한 호흡을 보여준다. 굴착반 직원 케일럽 역은 꽃미남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이, 시추선의 총 책임자 지미 역은 영화 ‘분노의 역류’ 등으로 잘 알려진 커트 러셀이 맡았다. (장르:액션·스릴러·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07분)


★ 매기스 플랜
남편을 전처에게 ‘반품’할 계획을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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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교직원 매기(그레타 거윅)는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인공수정이다. 그녀는 피클 사업을 하고 있는 자신의 대학 동창이자 수학 천재인 가이(트래비스 핌멜)에게 정자 제공을 부탁한다. 하지만 대학교수이면서 소설가를 꿈꾸는 존(에단 호크)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계획은 틀어진다.

명문대에서 학과장을 맡아달라고 할 정도로 잘나가는 학자로 가족보다 주위의 평판과 성공에 집착하는 아내 조젯(줄리안 무어)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던 존은 자신의 소설을 이해하고 좋아해주는 매기에게 반한다. 매기 역시 존을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자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그와 결혼해 딸 릴리까지 얻게 된다. 알콩달콩 사랑을 이어가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던 매기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오로지 소설 쓰기에만 매진하며 자신에게는 점점 소홀해진 존으로 인해 힘들어한다. 그러다 매기는 자신과 존의 사랑을 쿨하게 받아들였던 존의 전처 조젯이 여전히 남편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존을 전처에게 돌려보내려는 뜻밖의 황당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女 감독 레베카 밀러의 발칙한 상상력 돋보이는 로코
뉴욕 배경으로 사랑·결혼 관한 에피소드를 경쾌하게
그레타 거윅·에단 호크·줄리안 무어 ‘명불허전 연기’



‘매기스 플랜’은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것은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우정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여자주인공이 똑똑한 친구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아 싱글맘이 되려 한다는 설정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또 한편 예측 불가능하고 복잡한 현대인들의 사랑을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그려낸 점은 퍽 이색적이다.

영화를 연출한 여성 감독 레베카 밀러의 말대로 ‘매기스 플랜’은 극적인 요소보다 코미디적 요소가 더 많은 작품이다. 자칫 과한 설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큰 결점으로 부각되지 않는다.

‘비포미드나잇’ ‘비포선셋’ ‘비포선라이즈’ 시리즈를 통해 청춘의 아이콘으로 불려온 에단 호크가 지적이고 유머러스하며 귀여운 매력을 가졌지만 현재 아내와 전처와의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철없는 어른인 존을 연기한다.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칸, 베를린, 베니스까지 세계 5대 주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바 있는 줄리안 무어가 사실은 남편만을 사랑하는 조젯 역을 소화했다. 또 2014년 국내에서 개봉해 아트버스터(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예술영화) 신드롬을 일으킨 ‘프란시스 하’의 주연배우 그레타 거윅이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인 매기 역을 맡아 대선배인 에단 호크와 줄리안 무어 사이에서 강한 존재감을 뽐낸다.

레베카 밀러 감독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자신의 친구인 카렌 리날디가 완성하지 못한 소설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번 영화를 연출했다. 영화는 뉴욕의 화려한 모습보다는 따뜻한 일상을 담고 있다. (장르:로맨스·멜로·드라마,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98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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