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갓 소녀티를 벗은 딸과 함께 가볼 만한 레스토랑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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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7   |  발행일 2017-01-27 제41면   |  수정 2017-01-27
맛·분위기 좀 아는 ‘딸바보 슈퍼맨’들을 위하여!

딸이 태어날 때쯤 1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무조건 예쁘기만 한 딸이 말을 할 때쯤 아빠 입에서 나는 술 냄새가 싫다고 해 술을 줄였다. 아장아장 걸을 때쯤이면 같이 놀아 준다고 뱃살까지 줄였다. 이제 갓 소녀티를 벗고 숙녀가 된 딸과 아빠가 가볼 만한 분위기에 서비스 뛰어난 음식점은 어떤 곳이 있을까. 진심을 담은 맛난 음식과 특별한 메뉴가 있는 곳, 딸과 둘이서 도란도란 속삭일 수 있는 공간도 있는 음식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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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타이


에스닉푸드 대표주자 태국요리 전문점
푸팟 퐁 커리·팟타이·똠얌꿍·후식 등
쓴맛 빼곤 경험못한 모든 맛 즐기는 재미

▶조이 뱅콕 (대구 달서구 앞산순환로 207, 053-621-8333)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제3세계 요리인 에스닉 푸드(Ethnic Food)의 대표주자 격인 태국 요리 전문점이다. 태국요리는 주로 수산물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 요즘은 건강식, 다이어트식으로 가장 트렌디한 요리다. 새콤달콤하게 맛을 낸 음식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한두 번 먹다 보면 어느새 중독이 되는 매력적인 맛이다.

무채색의 흰색 벽면에 실내 천장은 화려한 색깔의 우산으로 가득 차 있다. 벽면은 블링블링한 조각상과 코끼리 등 태국 소품들로 장식되어 태국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린 이국적인 공간이다.

‘푸팟 퐁 커리’는 딱딱한 허물을 벗자마자 잡은 소프트 크랩을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긴 뒤 코코넛 크림이 들어간 걸쭉한 옐로 커리 소스를 올렸다. 껍질째 먹는 게딱지는 고소하다. 게살로 속이 꽉 차서 알차기도 하다. 신 듯한 짭조름함과 단맛까지 나는 매력적인 맛이다.

숙주가 들어간 볶음 쌀국수인 달짝지근한 ‘팟타이’의 빼놓을 수 없는 땅콩가루 고명은 이국적인 볶음국수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면을 익힌 정도와 재료와의 조화가 좋다.

‘똠얌꿍’은 새콤하게 끓여낸 새우수프다. 달고, 시고, 짭짤하고 매운, 퍼즐을 맞춰 가는 듯한 4가지 맛이 동시에 난다. 우리의 고추장 같은 남프릭페이스트를 물에 풀고 타이거 새우와 태국고추, 피시소스, 고추기름 등을 차근차근 넣고 파처럼 길고 레몬 향이 나는 레몬그라스와 향이 무지 상큼한 라임잎, 톡 쏘는 매운맛이 나는 갈랑가를 듬뿍 넣어 이국적인 진한 맛이 나게 끓여 낸다.

후식은 엄청 달면서도 신기한 맛의 열대과일이 들어 있는 코코넛 밀크로 마무리한다. 이 집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 중 쓴맛만 빼고 거기에 매운맛을 섞은, 경험하지 못했던 맛들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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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밥상 코스 요리


1층까지 내려다보이는 6층 통건물 눈길
합리적 가격의 건강한 제철 퓨전韓食코스
시래기 덖은 밥·찹쌀 홍합밥 식감 일품

▶풀꽃 밥상 (대구 달서구 이곡동로 11·편 빌딩 5층, 053-581-0072)

모던한 깔끔한 스타일에 단아함과 정결함이 있다. 파티션으로 구획한 독립적인 프라이빗 룸과 입식과 좌식이 골고루 준비되어 있다. 1층까지 쭉 내려다보이는 6층 통건물의 가운데 공간으로는 분수가 쏟아진다. 양식의 시간 전개형과 한식의 수평적 음식 차림의 복합적 방식으로 퓨전 한식을 낸다. 무엇보다도 합리적인 가격이 마음에 든다. 잡지 같은 메뉴판에는 몸도 마음도 허기진 현대인의 영혼을 자극할 줄 아는 이야기가 있다.

코스 요리는 단호박죽을 시작으로 일본식 연두부요리인 쫄깃한 피넛모찌리도후와 구수함이 일품인 버섯들깨탕, 계란 지단이 올라간 버섯으로 금방 볶아낸 잡채로 입맛을 돋운다. 이어 본식이다. 코다리구이, 돼지짜글볶음, 소갈비찜이 메인 격이다. 밥은 시래기 덖은 밥과 홍합밥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수분을 그대로 머금고 있는 듯한 고슬고슬한 하얀 쌀밥에 억새지 않고 보드라운 시래기가 잔뜩 있는 시래기 덖은 밥에 강된장을 넣고 밥알이 깨지지 않게 살살 비벼 먹는다. 한 숟가락만 떠먹어도 시래기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 찬다. 부추를 잘게 썰고 김가루를 뿌려 간장을 기본으로 하는 양념장으로 쓱쓱 비벼 먹는 찹쌀 홍합밥은 간혹 씹히는 오렌지 빛깔 홍합의 낯선 쫄깃함이 식감을 즐겁게 한다.

국처럼 끓인 차돌된장찌개를 곁들이면 맛은 배가된다. 간장새우, 시래기고등어조림, 멸치볶음, 호박볶음, 두부조림, 오징어젓갈에 가리비젓갈까지, 푸짐한 밑반찬은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엄마표다. 친환경 재료를 기본으로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조리법을 최적의 서빙 시간으로 내놓는 ‘최고의 맛’ ‘건강한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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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스테이크


▶12키친(대구 수성구 무학로 11길 10, 053-652-8007)
아기자기 공주풍 인테리어의 伊 요리점
송로로 향기낸 수란 등 코스요리 인기
한번에 두 부위 맛 티본스테이크 독특


안정된 분위기에 자그마한 공주풍 인테리어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분위기 있는 조명에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워져 아늑함이 있다. 입구의 숙성고에 드라이에이징으로 와인처럼 소고기가 익어 가고 있다. 옆의 냉장고에는 콜라비, 래디시, 루콜라, 아피오스, 파슬리, 아이스플라트 등 군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허브가 가득 차 있다.

코스요리가 이 집의 인기메뉴다. 제일 먼저 전채요리인 아뮈즈 부슈로 얼음 위에 새우가 나온다. 이어 캐비아로 맛을 낸 관자요리와 야성적 숲의 향기와 깊은 산속의 흙냄새가 나는 듯한 세계 3대 진미의 하나인 트뤼프(송로)로 향기를 낸 수란 그리고 오리가슴살, 땅콩호박, 트뤼프와 이탈리아식 소시지인 살시치아를 살짝 얹은 올리브오일 파스타에 직접 갈아 만든 콜라비 주스, 메인인 안심 스테이크가 나오고 트뤼프 디저트로 마무리된다.

이 집은 차분한 분위기에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예쁘지만 섬세한 듯 강한 요리를 낸다. 한 가지도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균형 잡힌 요리들이다.

올리브오일 파스타는 살시치아가 감칠맛을 더해주고, 얇게 슬라이스 해서 살포시 얹은 트뤼프는 향과 씹히는 질감이 독특하다. 미디엄으로 익힌 안심 스테이크는 속은 분홍에 가깝고 가장 안쪽으로만 붉은 기운이 몰려 있다. 표면은 바싹 지져 짙은 갈색으로 시어링되어 터프하게 보이지만 고소하다. 속은 야들야들하고 육즙이 고르게 촉촉하다. 겉과 속이 다른 맛이다. 쇼트 로인인 허리 쪽 T자 뼈를 경계로 한쪽은 안심이고 반대쪽은 등심인 티본스테이크의 등심 부분은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독특하다. 한 번에 두 부위를 즐길 수 있게 굽기 조절도 최상이다. 소스는 팬에 남은 오일과 버터에 레드 와인과 레스팅하며 나오는 육즙을 부어 졸여 고기 맛을 더욱 진하게 한다. 가니시의 홀 그레인 피클의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맛이 독특하다.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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