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교육농단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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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5   |  발행일 2017-01-25 제30면   |  수정 2017-01-25
20170125

정부 국사교과서 국정화
국립대 총장 파행적 임용
대표적인 교육농단 사례
슈퍼甲 교육부 전횡 막고
교육자치 확대안 마련을


현 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한 수사와 재판, 탄핵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상대적으로 교육농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나 특검의 수사의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정유라 입시부정 및 부당한 학사관리 혐의로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관련 교수들이 수사선상에 올라 줄줄이 구속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화여대 건은 최순실 개인의 교육농단에 불과하다. 최순실 교육농단과 더불어 결코 묵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정부에 의한, 권력에 의한 교육농단이다. 박근혜정부와 자주 비교되곤 하는 이명박정부 때보다 더 심각한 교육농단이 현 정부 들어와서 빚어진 사실을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농단은 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국립대 총장 임용 제청 거부 및 파행적 임용이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학계와 교육계 절대다수가 반대하고 집필진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강행됐다. 그 결과물인 내용 자체를 떠나 상식과 교육적 가치를 벗어난 교육농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는 이렇게 탄생한 국사 국정교과서를 내년부터 검인정교과서와 병행 사용토록 결정해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남겨둔 상태다.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 및 2순위 임용은 현 정부체제 3년간 15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41개 전체 국공립대의 3분의 1이 넘는 대학에 해당된다. 그 전 20년간 총장 직선제 아래에서도 2순위 임용이 2건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대학자율성 침해는 물론 권한남용 소지가 많아 보인다.

이 두 사건은 대표적인 교육농단 사례로 교육자치 또는 대학자율이 권력과 교육부의 통제 속에 쉽사리 무너질 수 있는 교육행정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낸 방증이기도 하다.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 공공성, 중립성 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정신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정부에 의해, 권력에 의해 교육농단이 저질러졌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교육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교육부가 대학과 지역 교육청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일례로 2015년 발표된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에 대해 공정성이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학이 많았다. 특히 전문대는 전반적으로 신뢰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많아 대학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불과 며칠도 안 돼 거품 사라지듯이 조용해졌다. 교육부가 감시·감독권과 예산배분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립이든 사립이든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이었던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시대를 맞아 대학은 죽을 지경이지만, 교육부는 역설적이게도 파워가 점점 세지고 있다. 대학구조조정 명목으로 정부예산을 배정받아 이를 배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대학의 운명을 쥐락펴락할 위치가 된 것이다.

비단 이번 교육농단만이 아니더라도 교육부는 정부 부처 중에서도 가장 권위적이고 관료적이란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교육부가 이처럼 ‘슈퍼 갑’ 행세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 자율성이나 지방교육자치는 난망해 보이기도 한다. 교육을 정치화한 권력, 권력의 요구에 맞장구치고 스스로 힘을 키워나가는 교육부가 있는 한 교육농단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지금 새로운 국가 건설의 과제 앞에서 교육농단과 교육부의 전횡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국가교육의 미래는 더 암울해질지 모른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권력의 입맛에 따라 교육행정이 오락가락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교육부는 감시·통제기관에서 지원기관으로 거듭나야 하고, 지방교육청과 일선 학교, 대학은 자율 및 자치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교육행정개혁 논의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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