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대장질환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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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4 07:49  |  수정 2017-01-24 07:50  |  발행일 2017-01-24 제21면
육류나 당분 있는 가공식품 과다섭취하면 장질환 유발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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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원 송기환 부원장

대장에는 무수한 유해균과 유익균이 뒤섞여 산다. 장 점막에는 무려 100조마리 이상의 세균이 살고 있다. 400~500여 종의 다양한 세균은 면역 기능을 담당하고 음식물을 분해하며 비타민과 효소 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모든 장내 세균이 좋은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종 유해균이 늘어나면 장내 독소를 증가시키고 염증을 일으키며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은 면역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병으로 자주 재발하고 치료가 쉽지 않으며 잦은 설사, 통증,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등으로 대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며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나 궤양이 대장의 근육층·점막하층·점막층으로 침투하고, 자가면역질환인 크론병은 염증이 점막에서 장막까지 침범한다. 항문에서 입까지 위장관의 전 부위에 걸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궤양성 장 질환과 크론병의 증상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환경적·유전적 요인과 함께 장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대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항문에서 시작돼 대장 전체로 번지며 혈변이나 설사를 하거나 심한 복통과 탈수, 빈혈, 열,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크론병은 항문에서 입까지 위장관의 전 부위에 걸쳐 염증이 생길 수 있고 궤양성 장 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잦은 통증·설사·체중 감소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
궤양성 장질환·크론병 증상 비슷…원인 알지못해
누공성 크론병 수술로 완치 못해…약물치료 병행
과식 피하고 장운동 자극·설사 유발 음식 자제를



구병원(2014~2016년)에서 치료를 받은 염증성장질환자 중 73%인 620명이 궤양성 대장염이었고, 크론병은 27%인 229명이었다. 크론병 환자는 해마다 15%씩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합병증인 누공성 크론병(크론병 치루) 환자는 7년 사이에 6배 가까이 늘었다. 누공성 크론병은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고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재발이 잦아 수술로도 완치가 불가능하다.

다만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하고 최근에 개발된 생물학적 치료제를 병행할 경우 치료 효과가 높은 편이다. 크론병의 경우 심한 출혈이나 장 폐쇄, 고름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 또한 20년 이상 된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에는 절반가량에서 대장암이 생길 수 있어 지속적인 대장내시경 검사와 수술이 필요하다.

크론병은 혈액검사, 소대변검사, 대장내시경검사 외에 CT·MRI 등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지금까지 대장의 크론병 진단은 대장내시경, 소장의 크론병 진단은 CT로 촬영해 검사했지만 최근 방사선 노출이 없고 정밀도가 우수한 소장 MRI 검사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치료는 수술과 약물치료를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 누공성 크론병 환자는 항문 주위 출혈이나 농양으로 인해 심각한 불편과 고통을 겪는다. 치루나 치핵 등 일반적인 항문 질환으로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누공성 크론병은 치질과 달리 염증이 장을 침범해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약물치료와 별도의 시술이 필요하다. 특히 항문 주변에 구멍이 생겨 고름이나 분비물 등이 흘러나오는 다발성 치루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치루와 달리 한 번의 수술로 잘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절한 수술 시점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인 염증 조절제나 면역억제제 등으로는 치료가 잘 안 되고 생물학적 치료제로 좋은 치료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수술과 약물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내과와 대장항문외과의 긴밀한 협진도 필요하다.

염증성 장 질환에는 기본적으로 섬유소가 적고 부드러운 음식이 좋다. 육류는 기름기나 질긴 부위를 제거하고 살코기를 삶아 먹어야 한다. 과식을 피하고 조금씩 자주 먹는 습관은 장의 부담을 줄여준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설사로 인한 탈수를 예방하고, 과일이나 채소 주스, 우유 등은 장운동을 자극하거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충분한 영양 공급과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설사, 변비, 복통, 구역질, 체중 감소 등 증상이 식사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병원 송기환 부원장은 “염증성 장 질환자에게 나쁜 음식은 붉은색의 육류를 과다섭취하거나 정제된 당분이 포함된 각종 가공식품이다. 음식 조절은 병의 진행을 막지는 못하지만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최근에는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 영양제(글루타민)를 링거로 보충하는 치료도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되지는 않지만 적절한 치료와 관리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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