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조기 언어교육과 뇌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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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4 07:50  |  수정 2017-01-24 07:50  |  발행일 2017-01-24 제20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조기 언어교육과 뇌건강
이은정 <선임연구원>

“우리 아이는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에 혼자서 책을 읽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나이가 비슷한 자녀를 둔 엄마들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빠르면 말문이 트인 2, 3세부터 한글교육을 시작하며, 부지런한 엄마는 아이가 태내에 있을 때부터 팝송을 들으며 영어 조기교육에 열중한다. 이렇듯 부모들의 조기교육은 언어학습에서부터 시작되며, 이러한 조기교육 열풍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뇌 발달 이론에 맞춰보면 교육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뇌에 있다. 우리 아이들은 신경회로가 치밀하지 않은 미성숙한 뇌를 가지고 있고, 이 미성숙한 뇌는 자라면서 점차 성숙하게 발달한다. 그래서 뇌를 바로 알고, 시기에 적합한 교육을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일차적으로 언어를 이해하고 말하는 것은 우리 뇌에 있는 4개의 엽(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 중 측두엽이 정상적으로 발달했기 때문인데, 이 측두엽은 6~12세 시기에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때문에 6세 이전보다는 6세 이후에 언어학습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구나 이 시기는 언어가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라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유아기 때보다는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쉽게 이해하며 글자가 눈과 귀를 통해 쏙쏙 뇌에 각인된다.

뇌 신경세포의 회로가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과도한 조기 교육은 아이의 뇌에 인지 과부하를 일으키고, 지속되면 부모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아이는 공격적 행동이 증가하거나 소아우울, 틱, 인터넷 중독과 같은 다양한 정서 및 행동장애, 말더듬과 같은 의사소통 장애 등을 보일 수 있다.

특히 아이의 발달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인지교육 중심의 조기교육은 부적절한 학습 자극을 가하는 것이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고 이러한 스트레스는 뇌의 신경회로 중 스트레스 관련 부분의 조절력을 손상시켜 면역기능 저하, 기억력 저하, 발달 지연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이는 어른에 비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이 약하며, 일부 아이들은 자신이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성장해간다.

사회적 성공을 꿈꾸는 부모의 욕심에서 야기된 학업 스트레스가 아이들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아이의 뇌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조기 언어학습 대신 유아 시기는 보고 듣고 만지는 것과 같이 새롭고 다양한 놀이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 축적된 경험은 학습능력을 갖출 수 있는 아이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되고 아동기로 이어질 때 종합적인 사고능력의 밑거름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의 건강한 뇌 성장을 촉진시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조기교육보다 아이의 발달과정에 맞춘 적기 교육이 바람직하다. 이은정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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