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이것은 소문이지 통달은 아니다(是聞非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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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3 07:51  |  수정 2017-01-23 07:51  |  발행일 2017-01-23 제16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이것은 소문이지 통달은 아니다(是聞非達)

20여 년 전 교사로 있을 때 학생들이 어려운 질문을 하면 갑자기 응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 사용한 방법이 그 질문을 학생에게 되묻는 것입니다. 그 학생이 대답을 못할 경우 전체 학생에게 다시 묻는 방법을 썼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했고 휴대폰도 없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사실 모든 정답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효학반(斅學半)이라는 말처럼 ‘가르치는 것이 배움의 반’이라는 실감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서당에서 자란 나는 훈장선생님과 학동이 한 글자씩 짚어가며 문답식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많이 보았습니다. 아마 교육학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산파술)보다도 훨씬 이전 우리나라의 교육방법일 것입니다.

제자 자장이 공자에게 “선비는 무엇으로 명성을 통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공자가 “네가 말하는 통달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함이냐?” 하고 되묻습니다. 공자는 자장이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것에만 집착함을 알고 도로 그에게 질문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그 질문은 공자가 정곡을 찌르기 위한 답을 얻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습니다.

자장이 “나랏일로 이름이 유명해지면 반드시 소문이 나는 것이고, 집안에 머물더라도 그 이름이 유명해지면 반드시 소문이 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자장이 말하는 통달은 어떤 방식으로든 명예가 드러나서 소문이 나는 것을 말합니다. 공자가 자장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시문비달(是聞非達)이니라”라고 합니다. 시문비달은 ‘이것은 소문이지 통달은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소문과 통달은 서로 유사성이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같지는 않습니다. 공자는 그 다름을 진실과 거짓으로 분별하여 구분하였습니다.

공자가 말하는 통달이란 꾸민 데가 없어야 합니다. 순수하고 곧아야 합니다. 의리를 좋아하여야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고 얼굴빛을 살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생각이 깊어져서 저절로 자신을 낮추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선비(학자)라고 합니다.

선비들은 진실을 실천하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선비들의 문화 규범체계가 갖추어지면 사회도 도덕적 질서를 확보하는 기능을 가지게 됩니다. 선비들은 현실 사회의 욕구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선비들은 신념을 실천하는 데 꺾이지 않는 용기도 지니고 있습니다. ‘선비 논 데 용 나고, 학이 논 데 비늘이 쏟아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훌륭한 사람의 자취나 착한 행실은 반드시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선비들은 나라 전체에도 반드시 소문이 나고, 집안에 있더라도 반드시 소문이 납니다. 이러한 통달은 바로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문이란 얼굴빛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어짊을 취하려고 하지만 행동거지가 벌써 어짊에 위배됩니다. 통달에 힘을 쏟지 않고 소문에 힘을 쏟기 때문입니다. 일순간 학문은 모두 이기심에서 나온 거짓이 됩니다. 요즘 내로라하는 많은 선비(학자)들은 주로 이기적인 마음에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것은 소문이지 통달이 아닙니다(是聞非達).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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