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릴레이인터뷰] 이재명

  • 이영란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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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3   |  발행일 2017-01-23 제5면   |  수정 2017-01-23
“야권 뭉치는 경선 필요…탈당않고 완주해 대선 이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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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성남시 대외협력사무소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대선 출마와 향후 계획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해 ‘1천만 촛불’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이재명 성남시장을 꼽는다. 이 시장이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가장 먼저 주장하며 촛불 민심에 적극 대응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홀로 대통령 퇴진을 강하게 주장한 연설 내용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폭발적 관심을 모았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성남시 대외협력사무소에서 이 시장과 직접 만나 앞으로 대선 출마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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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세는 멈춘 것 같아
계속 오르는 건 인생사에 없어
안동 예안부근서 12살까지 살아
화전민 생활…두시간 걸어 등교
공정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꿈’

수도권 규제완화에 동조안해
자치·분권으로 지방 배려해야
문재인-이재명의 대결이 될 것
친문배제는 또다른 분열 만들어
서울시장 밀약설은 말그대로 說


▶최근 지지율이 내리막이다.

“누가 그러나(웃음). 내리막길은 이제 다 멈춘 것 같다. 혹시 주식을 하나?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고 그런 거다. 원래 일방향으로 계속 상승하는 건 인생사에도 없다. (지지율은) 반드시 올라갈 것이다.”

▶이 시장의 친인척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부정부패의 대상은 권력자 본인일 수도 있고 권력자의 측근일 수도 있다. 측근은 실제 권력자와의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친인척은 존재 자체가 권력이 된다. 통제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원래 권력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우리나라 과거 대통령만 봐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친인척 개입을 통제하는 것은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고 어려운 일이다. 이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가 된 사람은 셋째 형님이다. 그 형님이 원래 시민운동을 한다고 하면서 시장 인수위에 참여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내가 시장이 되고 나니까 자기가 시장 행세를 하고 다니더라. 시청 내 인사도 지시하고 감사원한테는 대학교수 자리 만들어 달라고 하기도 하고….”

▶원래 셋째 형과 사이가 안 좋았나. 욕설 논란 등이 왜 나온 건가.

“그 이전(시장 취임 전)에는 되게 좋은 사람이었다. 다만 어머니하고는 소원했지, 어머니하고 돈 때문에 싸웠거든. 성남시장이 된 후에는 자꾸 문제를 일으키니 원천적으로 차단을 해야 했다. 전화를 안 받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시장실 앞에서 농성을 하더라. 성남시에서 시민들이 농성을 하면 다 만나줬는데 그 사람만 안 만났다. 만나주면 그 사람의 권력을 입증하는 꼴이 되니까. 그러니까 결국 어머니를 찾아가더라. 어머니를 통해서 압력을 넣으려고. 그래도 어머니가 들어주지 않으니 죽인다고 협박했고, 결국 어머니를 때렸다. 어머니가 입원까지 하게 됐다. 그래서 어머니를 때린 날 형제들끼리 만나서 술먹고 이야기하는데 그걸 녹음했다. 그래서 나한테 공개한다고 위협까지 하더라. 그래도 나는 (이권 개입은)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이 사태가 일어난 거다. 친인척 비리를 막는 건 이렇게 잔인할 정도로 어렵다. 박근혜, 최순실도 자매 같은 사람인데 결국 못 끊은 거 아닌가. 나의 경우는 처음에 잡았어야 했는데 결국 내가 희생을 치른 것이다.”

▶고향이 안동으로 TK출신 정치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고향에 대한 추억이 있나.

“안동에서는 12세까지 살았다. 살던 곳은 안동 예안 부근으로 영양·봉화·안동 3개 군(郡) 접경지역이다. 사실 우리는 화전민이었다. 말 그대로 정말 화전민. 안동에서 학교는 삼계초등을 다녔다. 다른 추억보다 학교를 가려면 15리, 그러니까 5~6㎞를 걸어 다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학교에 가려면 2시간은 걸어가야 하니 오전 7시에 집에서 나왔다. 비가 많이 와서 강에 물이 많이 차거나 하면 못 가는 거지(웃음). 그리고 그 당시에는 배가 고픈데 먹을 게 없으니까 산에서 들에서 이것저것 따먹고 캐먹는 것이 일이었다. 지금도 나무나 풀 중에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못 먹는 것을 구분한다.”

▶어린시절 혹시 정치인을 꿈꾼 것은 아닌가.

“학창 시절에야 무슨 꿈이 있었겠나. 다만 그때는 준비물을 안 가져가면 맞았던 기억이 난다. 준비물이라는 게 벼·보리를 가져오라는 건데 못 가져가서 선생님한테 많이 맞았지. 그래서 선생님을 할까 생각했던 적은 있다. 나도 때려보려고(웃음). 그건 어릴 때 한스러워서 그런 거고, 그 꿈은 중학교도 못 가면서 사라졌다.”

▶그래도 원래 정치를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지위나 관직이 꿈이 아니었다. 내가 살았던 때보다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나는 중·고등학교를 못 다녔다. 공장을 다니면서 돈을 벌었다. 그러다 보니 군대도 안 갔다. 공장에서 코·팔·귀가 다 망가졌으니까. 정말 심하게 많이 다쳤다. 사실 지금도 주변 형제들이 어렵게 산다. 문제가 됐던 그 형님 빼고는 환경미화원, 요양보호사, 야쿠르트 배달원 등으로 일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그 주변 대한민국에 많은 사람이 처한 어려움을 돕는 게 나의 일이라 생각한다. 지금 대통령도 시장도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인권변호사로 시민운동가로 지금은 시장직을 통해서 목표를 이뤄가고 있다. 분명히 그 자리 자체를 탐하진 않는다. 지금도 대통령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좀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정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성남시장 출신이다 보니 이 시장의 수도권 규제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사실 성남에 있으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동조해 달라는 목소리도 많았는데 안 했다. 그게 옳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뜻은 명확하다. 사실 수도권 규제라는 것이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긴 하다. 무조건 규제, 무조권 완화를 할 수는 없는데 대원칙은 불공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수도권과 지방 사이, 지방과 지방 사이의 불균형 격차가 너무 심하다. 이걸 해결하는 게 다음 정부의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 생각인가.

“우리나라는 지나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일극화’로 국가 전체가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자치와 분권 강화로 지방에 대한 각별한 배려가 중요하다. 즉 지방의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는 지방에서 유인을 갖도록 하면 된다. 교육기관·투자 등으로 (기업·기관이) 지방으로 갈 유인들을 만들어 내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정치의 본질이기도 하다. 강자의 욕망을 억제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게 정부와 정치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최근 민주당이 경선방식 등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앞으로 행보에 변화가 있을까.

“우선은 탈당은 고려 안 한다. 소위 친문(親문재인) 배제방식이라는 건 의미가 없다. 야권이 다 뭉치는 방식으로 해야지, 누구를 빼고 누구만 모여서 제3지대를 만드는 건 또 다른 분열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이 볼 때 납득할 만한 방식이 되어야 한다. 나는 완주할 것이고, 이길 것이다.”

▶최근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데.

“친문·반문 하는데 나는 문재인과 이재명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본다. 나에 대한 공격도 많은데 권투시합을 하려면 때려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때리는 것 자체를 서글퍼하면 안 된다. 다만 꼬집고, 침 뱉고, 욕하는 걸 하면 안 되는데 그런 점들이 보이는 게 문제다. 나는 분명히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원칙대로 할 것이다. 지지자들에게도 당부했다. 상대를 허위사실 유포하지 말고 모욕하지 말고 비방하지 말라고. 결과야 어찌 되든 다 같이 데려가야 할 식구들이다.”

▶항간에는 ‘문재인 대권-이재명 서울시장’ 밀약설도 도는데.

“그런 이야기가 있더라. 내가 누구한테 서울시장을 제안한 적도 없는데…. 그야말로 설일 뿐이다. 아마 저를 무서워하는 쪽에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저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기존의 정치와는 분명 다를 것이거든. 말한 건 전부 지켜왔으니까. TK(대구·경북)에서도 잘 지켜봐 달라.”

대담=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정리·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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