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들었다 놓는 ‘CEO 리스크’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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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1   |  발행일 2017-01-21 제11면   |  수정 2017-01-21
■ 대기업 수사대상 되면 직격탄
사상최고가 승승장구 삼성전자株
이재용 영장 2.1% ↓ 기각 1.4% ↑
현대차·SK·롯데 등도 수사 대상
투자자들 사법처리 여부에 ‘촉각’
“경영 투명성 강화로 실적 늘어나”
전문가들 “장기적으로 호재” 전망
20170121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그룹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삼성그룹 외에 SK와 롯데 등 박영수 특검팀이 예고한 대기업 수사 동력도 약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물론 수사가 예정된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한숨을 돌린 곳은 바로 주식시장이다.

특검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에 나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삼성전자는 물론 코스피까지 출렁이는 등 국내 증시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그룹 주를 중심으로 코스피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팀의 대기업 수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에 따라 증시가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자 사이에서는 CEO 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수사와 시장 영향은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발표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시장 영향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센티멘털과 펀더멘털 리스크가 혼재한 상황이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의 단기 주가 파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출범한 이후 대기업 총수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장 먼저 수사 선상에 올렸다. 이어 특검 출범 이후 대기업 총수에 대해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최순실 일가에 대한 대가성 지원 여부와 지난해 12월6일 국회 국정조사 때 위증 혐의가 이번 구속영장 청구의 핵심 사유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조의연 부장판사는 19일 새벽 5시쯤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 부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하락하기 시작, 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 주가는 흔들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9일부터 나흘 연속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지만, 이 부회장의 밤샘조사가 끝난 지난 13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진 16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2.1%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5조6천억원이 날아갔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전체 삼성 그룹주 역시 전일 대비 -1.6%(우선주 포함 시가총액 기준, 그룹주 시총 6조5천억원 감소) 하락 마감했다.

국내증시 시가총액의 26.2%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의 구속영장 청구 사태는 국내 증시 전체를 흔들었다. 코스피는 2,050선대 후반에서 낙폭을 좁혀 이날 2,064.17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2천400억원을 투매했고, 이 중 1천970억원이 삼성전자 순매도에 집중됐다.

이번 사태의 파장의 크기와 그 범위를 쉽사리 가늠키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투자심리 측면 단순 노이즈나 단기 차익실현의 빌미 정도로 보긴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하나금융그룹 측은 분석했다.

당장 삼성그룹과 재계는 △컨트롤 타워 부재에 따른 경영차질 △사업계획 수립 및 신성장 동력 확충 지연 △미국 등 주요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적용에 따른 신규 사업 배제 및 징벌적 벌금 부과 가능성 △그룹 사업재편 및 지주사 전환작업 지연 △삼성전자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을 이유로 삼성그룹의 혼란을 넘어 국가 전체적 손실로 비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진 1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46% 올랐고 삼성물산과 삼성 SDS도 한때 2% 이상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특검이 SK와 롯데 등 주요 대기업에 대한 추가 수사를 예고했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관련 파장이 시장 전반으로 일파만파 확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CEO 리스크 사례로 본 증시 전망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과거 주요 대기업 오너의 유사 리스크 부각 당시를 살펴보면,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불구속 기소된 상황을 기점으로 핵심 계열사와 그룹주 전체적으로 중립 이하의 부정적 주가 영향이 확인된다.

특히 CEO가 구속기소되거나(2006년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법리공방이 장기화되는 경우(2011년 한화 김승연 회장)에는 주가 파장이 보다 가중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2006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난 뒤 한 달 만에 회사 주가는 17%나 떨어졌다.

하지만 불구속기소로 컨트롤 타워 부재 리스크가 경감되거나(2008년 삼성 이건희 회장) 그룹사 핵심 업황의 구조적 성장세가 나타나는 경우엔(2012년 SK 최태원 회장, 2013년 CJ 이재현 회장)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CEO 리스크의 주가 영향은 대체로 미미했다. 또 오너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그룹 계열사의 실적이 좋으면 주식이 크게 오른 경우도 있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2007년 폭행 혐의로 구속된 기간 한화그룹 시가총액은 6조9천억원에서 8조7천억원으로 26% 올랐다. 당시 코스피 상승폭이 6%대였음을 고려하면, 한화그룹은 4배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런 만큼 특검팀의 대기업 수사를 두고 증권사의 전망은 엇갈린다.

CEO 리스크와 경영 공백 등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측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실적이 받쳐줄 경우 저점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측이 있다.

하지만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되는 대기업 그룹사들의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얼마 동안 이어지느냐를 변수로 보고 있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거기다 국내외 투자기관 중에서 투자 기업을 선별하는 기준으로 CEO와 임원이 법적 구속을 당하는 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부 지침을 두는 곳이 적지 않아 이 또한 수급 측면에서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검이 이 부회장 영장 기각과 상관없이 다른 대기업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상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9곳.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현대차, SK, 롯데 등이다. 이들 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총수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실하게 마무리될 때까지는 횡보 또는 약세 국면을 보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 총수의 구속으로 인해 리더십 공백 사태가 생긴다고 해도, 이는 일시적인 위험요인의 하나일 뿐 코스피 시장 전체의 근본적인 리스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거 그룹 총수가 검찰 수사, 법정구속 등을 겪으면서 경영 투명성이 강화되고, 실적으로 이어져 이익이 더 늘어난다는 점을 몇 차례 경험하면서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는다”고 덧붙였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하나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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