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토크] 영화 ‘공조’ 북한 형사 림철령役 현빈

  • 김명은
  • |
  • 입력 2017-01-20   |  발행일 2017-01-20 제43면   |  수정 2017-01-20
로맨틱 가이, 상남자로 돌아오다
20170120

배우 현빈(34)은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통해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라는 대사 하나로 전국의 여성팬들을 잠 못 이루게 했고, 그가 극 중에서 입고 나와 “이탈리아 장인이 손수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것”이라고 소개한 트레이닝복은 여기저기서 패러디되며 패션 업계마저 뒤흔들었다. 그가 여주인공 하지원과 선보인 거품 키스는 드라마, 예능 할 것 없이 지금까지도 각종 대중문화 콘텐츠의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다. 드라마가 끝난 직후이자 인기 절정의 순간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며 현빈은 더욱 거센 신드롬을 일으켰다.

군 제대 후 출연한 영화 ‘역린’과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가 잇따라 저조한 흥행성적을 냈지만 현빈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믿음은 여전히 크고 견고하다. 데뷔 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필모그래피만 봐도 그가 잠깐의 시류를 타고 반짝 인기에 그칠 배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역린’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면서 그가 선택한 작품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현빈은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이 최초로 공조수사를 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공조’에서 특명을 받고 극비리에 남한으로 파견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 림철령 역을 맡았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이미지가 강한 현빈이 북한 형사로 출연한다는 것부터가 흥미롭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현빈을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투리 연기 북한말 선생님에게 배웠다

현빈은 ‘공조’를 설 연휴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2시간짜리 오락영화라고 소개했다. 대개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껏 자신이 선택한 작품 가운데 가장 상업성이 강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의 말처럼 남북 체제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지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영화 후반부에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듯한 장면을 끼워넣으면서 다소 신파로 흐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빈은 이에 대해 “초반에 (액션 등) 볼거리가 많아서 뒤로 가면서 사람 간의 소통을 통해 정서적 부분을 다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린’ 이후 3년만의 스크린 복귀
“지금껏 출연작 중 가장 상업성 강해”
극중 北 특수부대 출신 형사 역할답게
“뼈와 뼈 부딪히는 위험장면도 직접”

‘南 형사’유해진 선배와 브로맨스
“둘 다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 등
굉장히 다르면서도 비슷해 각별”

“TV-스크린 넘나드는 연기로
크든 작든 변화 보여주고파”
후속작 영화 ‘꾼’ 촬영 한창



현빈의 액션 연기를 빼놓고 이번 영화를 말하긴 어렵다. 전작 ‘역린’에서 세밀한 등근육을 선보이며 탄탄한 몸매를 과시해 이미 큰 화제를 모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는 차원을 달리하는 고강도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심의 고가도로에서 몸을 던지고, 달리는 차량의 문에 매달려 총격전을 벌이는 것은 물론 맨몸 격투에 물에 젖은 두루마리 휴지로 상대를 가격하는 독특한 액션신까지 선보인다.

“실제 타격을 가해 뼈와 뼈가 부딪히는 위험한 신이 많았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합이 맞지 않고 오차가 생기면 바로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도 많았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 써 촬영을 진행했어요. 큰 사고 없이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현빈의 ‘신경질적인 근육’을 마음껏 감상하긴 어렵다. 그는 “많은 분들이 ‘역린’에서의 제 몸을 크게 인식하고 계시지만 사실 ‘공조’ 촬영 때 몸이 더 좋았다”면서 “극중 고문 받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감독님께 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진 말았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역동적인 액션에 좀더 집중하고자 했던 것이다.

영화 출연을 결정한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북한 사투리를 익히는 것이었다.

“제가 먼저 요청해 탈북자 출신 북한말 선생님과 억양 연습을 꾸준히 했습니다. 북한에도 지역별로 사투리가 있는데 극중 철령은 평양말을 사용하는 걸로 설정했습니다. 김주혁 선배가 연기하는 차기성이 쓰는 말은 함경도 사투리에요.”

◆유해진 선배와 친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현빈은 ‘시크릿 가든’ 이후 작품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기자분들한테 질문을 자주 받게 되니까 역으로 흥행의 기준이 뭔지를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흥행한 거라고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역린’도 흥행한 거라고 말씀드렸죠. 물론 대중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겠죠. 하지만 흥행 여부는 저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조’도 개봉과 함께 관객들의 판단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 전까진 제 몫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일 뿐이죠.”

그는 “모든 작품이 다 사랑받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배우로서는 흥행 외에도 연기와 작품에 임하는 자세, 노력 등 여러 요소가 녹아드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에서도 작품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빈은 이번 영화에서 선배인 유해진과 남북의 형사 콤비를 통해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생계형 남한 형사 강진태 역을 맡은 유해진은 현빈이 현란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중간중간 웃음을 만들어낸다.

현빈은 촬영 기간 유해진의 집을 찾아가 와인을 마시며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눴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처음 겪은 일이라고 했다.

“굉장히 자연스러웠어요. 그때 상황을 떠올려 보면 참 희한한 일 같기도 해요. 유해진 선배님이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인 걸로 알고 있고 저 또한 그런 편이거든요. 경찰서 장면을 찍던 날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촬영이 끝나 스태프들이랑 저녁을 같이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뭔가 부족했는지 선배님께 전화를 드리고 집 앞으로 찾아갔습니다. 단 하루지만 그날의 일이 촬영 내내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빈은 등산을 즐기는 유해진을 위해 산이 찍힌 사진을 선물했고, 유해진으로부터도 직접 찍은 사진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굉장히 다르면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면서 “유해진 선배님과는 친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에 유해진이 ‘삼시세끼’와 같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달라고 요청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는 “그때 가봐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며 웃었다.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현빈은 다작을 하는 배우가 아니다. 지금까지 두 작품을 동시에 찍은 적도 없다고 한다.

“제가 그동안 일해온 시간을 봤더니 많이 해야 1년에 두 작품을 선보였더군요. 제대 후 첫 스케줄이 중화권 팬미팅이었어요. 거기서 ‘역린’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결정해 촬영에 들어갔죠. 그러고 나서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를 끝내고, 2015년에 ‘공조’ 출연을 확정하고 지난해 마무리한 뒤 10월부터는 후속작인 영화 ‘꾼’ 촬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공백기가 꽤 되는 듯하지만 사실상 거의 쉼 없이 달려온 셈이다. 그는 “하나만 제대로 파도 될까말까 한데 어떻게 이것저것을 하겠느냐”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는 최근 배우 강소라와 연인 사이임을 밝혔다. 두 사람이 교제를 막 시작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즉시 열애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을 두고 현 시국과 관련이 있다는 등 여러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열애 공개를 두고 나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는 일로, 해프닝일 뿐”이라고도 했다.

“인터뷰할 때 사적인 얘기는 되도록 안 하고 싶어요. ‘공조’를 위해 많은 사람이 거의 1년의 시간을 투자했는데 개인적인 일로 거론되는 건 아무래도 싫은 게 사실입니다. 감독님을 비롯해 고생한 스태프에게 죄송스럽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작품과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현빈은 폭이 크든 작든 변화를 보여주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번 영화 ‘공조’ 역시 표현 방식이나 장르가 그가 지금껏 했던 작품과는 달랐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20대 때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여운이 있는 작품에 끌렸죠.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행복합니다’ ‘만추’ 등이 그 당시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보니 다 그런 류의 작품이었더라고요. 요즘에는 가벼운 오락 영화에도 관심이 갑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여유가 생기고 생각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구분하지 않고 연기라는 틀 안에서 똑같이 봤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활동하겠다는 뜻이다.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사진제공=퍼스트룩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