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흥의 음악칼럼] 작사·작곡 카를로스 푸에블라-노래 솔레다드 브라보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Hasta siempre Command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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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0   |  발행일 2017-01-20 제40면   |  수정 2017-01-20
혁명이 사라진 시대,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한 그를 기리며…
[전태흥의 음악칼럼] 작사·작곡 카를로스 푸에블라-노래 솔레다드 브라보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Hasta siempre Commandante)’

영원한 혁명가 체 게바라는 카스트로와 함께 1959년 쿠바 혁명에 성공했지만 6년이 지난 1965년 4월 “쿠바에서는 모든 일이 끝났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길을 떠났다. 제3세계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민중들과 함께하기 위해 쿠바에서의 2인자의 삶을 버리고 또다시 혁명가의 길을 찾아 떠난 것이다. 알려진 것처럼 체 게바라는 콩고를 거쳐 볼리비아로 떠났다. 그리고 1967년 10월9일 남미 혁명의 도미노 현상을 두려워한 미국 CIA의 사주를 받은 볼리비아 정부군에 잡혀 총살을 당했다.

전 세계에 공개된 사진에는 체 게바라의 시신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볼리비아 군인들로 가득했다. 그를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미국과 볼리비아 정부는 사진을 공개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를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영웅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전 세계 대중은 그의 죽음에서 예수를 떠올렸고 그를 ‘남미의 예수’라 불렀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잘린 그의 두 손은 미국으로 보내졌고 그의 주검은 묘비도 없이 암매장되었다. 가진 자들에게는 가장 위험한 인물이었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영원한 벗이었던 우리 시대의 가장 성숙한 인간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눈 채 떨고 있던 소년병을 향해 오히려 “두려워하지 말고 쏘아라”고 말했다.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던 그에게 바쳐진 ‘우리 시대의 가장 성숙한 인간’이라는 헌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의 이름 ‘게바라’ 앞에 붙은 ‘체’는 ‘나’라는 뜻을 가진 말로, ‘나의 게바라’(체 게바라)는 남미의 민중이 붙인 최고의 찬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태흥의 음악칼럼] 작사·작곡 카를로스 푸에블라-노래 솔레다드 브라보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Hasta siempre Commandante)’

칠레의 카를로스 푸에블라가 체 게바라에게 헌정했던 ‘아스타 시엠프레 코만단테(Hasta siempre Commandante)’는 ‘사령관이여 영원하라’라는 뜻이다. 이 노래는 체 게바라가 쿠바를 떠나면서 남긴 ‘Hasta la victoria siempre’라는 말을 되새기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원한 승리를 향해서’ 또는 ‘영원한 승리의 그 날까지’라는 그 말에는 혁명은 끝이 없고, 영원히 승리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는 그의 다짐이 오롯이 담겼다. 카를로스 푸에블라는 이런 체 게바라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 노래를 만든 것이다.

체 게바라가 죽은 뒤 노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르며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칠레의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와 베네수엘라 저항 가수 솔레다드 브라보, 그리고 미국의 대표적 반전 가수 존 바에즈와 프랑스의 배우이자 가수인 나탈리 카르돈 등이 부른 노래가 잘 알려져 있고, 개인적으로는 원곡보다 애절한 느낌이 더해 체 게바라의 죽음을 더욱 가슴 아프게 전달하는 솔레다드 브라보의 곡을 제일 좋아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까지도 체 게바라는 금지된 이름이었다.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의 유골이 발굴되어 쿠바로 옮겨진 1997년, 체 게바라 신드롬이 전 세계로 퍼지고 나서야 비로소 ‘Che의 일기’를 비롯한 ‘라틴 여행 일기’ ‘체 게바라 평전’ ‘먼 저편’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 자서전’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 등이 책으로 출간되었고 그의 사후 30년을 맞아 카를로스 푸에블라가 주도해 만든 추모음반은 그보다 4년이 지나 소량 수입되었다.

특히 의대생이던 그가 오토바이로 남미 여행을 하면서 억압받고 가난으로 고통받는 인디오들과 민중의 아픔을 이해하는 이야기를 엮은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2004년에 개봉되기도 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던 날, 다국적 기업의 대표 브랜드인 모 대형 호텔 로비 벽면에 그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모든 불의와 억압에 저항하는 상징이었던 그의 얼굴이 자본주의 욕망의 상징인 대형 호텔의 로비에 장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천민자본주의의 천박함은 영원한 혁명가를 대중의 소비로 탈바꿈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혁명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빛바랜 혁명은 녹슬어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아무도 혁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촛불시위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촛불시위가 촛불 혁명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시대적 착오일까?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죽음, 용산 참사, 해직 언론인,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 시대의 가장 성숙한 인간, 체 게바라가 온 몸을 던져 우리에게 전한 말은 분명히 아직도 유효하다.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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