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고구려가 중국 땅?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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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0   |  발행일 2017-01-20 제23면   |  수정 2017-01-20

우리나라 고대사 영역인 고구려, 부여, 백제 역사를 중국 고대사 연호 중심으로 정리해 사실상 중국사 일부로 편입시킨 역사서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간됐다.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이상훈 박사와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 박준형 박사는 최근 관련 내용이 수록된 ‘고구려역사편년(高句麗歷史編年)’ ‘부여역사편년(夫餘歷史編年)’ ‘백제역사편년(百濟歷史編年)’이 지난해 6월 중국에서 출간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의해 밝혀진 중국의 역사왜곡은 기가 막힌다. 자국우월주의에 빠져 역사왜곡도 서슴지 않는 중국정부의 안하무인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발간된 책은 2002∼2007년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중국 정부가 기금을 지원하고 동북공정 참여 학자가 집필을 주도했다. 중국 연호 중심으로 고구려·부여·백제 관련 사료를 정리했으며, 중국 고대국가에서 사용한 연호를 중심으로 우리의 역사를 정리했다.

예를 들어 ‘고구려역사편년’을 살펴보자. 고구려 보장왕 19년에 해당하는 서기 660년의 시기를 굵고 큰 글씨로 ‘唐高宗顯慶五年(당고종현경오년) (660年)’으로 표기했다. 이와 함께 관련사료목록에는 ‘구당서’ ‘신당서’ 등 중국 사료 기록을 우선으로 나열하고, 한국사료는 상당부분 누락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향후 해당사료를 읽고 연구하게 될 학자들이 고구려 역사를 우리 것이 아닌 중국의 역사로 오인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중국의 역사왜곡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사회과학원이 주체가 되어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의 국책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고구려가 중국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가뜩이나 사드 갈등으로 양국의 관계가 껄끄럽기만 한 요즘, 중국의 어거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국민과 학계,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일 것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또 하나의 갈등거리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동아시아에서 화합과 평화의 기운은 언제쯤 찾아올는지?

김은경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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