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새벽 닭의 힘찬 기상으로 혼돈의 전환기를 돌파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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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0   |  발행일 2017-01-20 제22면   |  수정 2017-01-20
20170120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4차 산업혁명 물결 도래
미래로의 대전환 시기에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퇴행의 길 걷는 우리사회
각성의 새벽닭 울음 기대


새해 정유년의 상징인 닭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밤의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재촉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나쁜 기운을 막는 부적에 닭을 그렸다. 서양에서 닭은 깨우침과 깨달음의 상징이다. 성서에서 스승인 예수를 세 번이나 배신한 베드로의 양심을 깨운 것은 닭울음소리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멀리서 들리는 닭 울음소리는 새로운 희망을 준다. 따라서 혼돈에 빠진 개인이나 조직, 나라에는 새벽을 알리는 힘찬 닭 울음소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반드시 부침이 있다. 우여곡절이 전혀 없이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모든 업종을 통틀어 세계 최고의 성과를 올리며 전대미문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삼성이 최근 어려움에 빠진 것만 봐도 명확히 알 수 있다. 나라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국운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시대에 따라 역동적으로 바뀐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떨치고 일어나 재도약하려면 그 신호탄이 되는 닭 울음소리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가 큰 혼돈과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작금의 정치적 혼란은 우리 사회의 상식과 기본, 그리고 무엇보다 공동체의 근간인 사회적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경제적으로도 다른 나라들은 이미 도래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21세기형 경제로 대전환을 서두르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20세기 산업사회형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 또한 심상찮다. 정치적으로는 북핵사태를 필두로 날로 심해지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일본의 군사대국화 등 우리에게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에 따른 선진국들의 신보호주의와 세계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대혼돈은 공교롭게도 대략 100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것 같다. 100년을 지탱해오던 한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체제가 시작되는 전환기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과 혼란의 시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 당연시되던 상식과 가치관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무규범 상태인 ‘아노미’가 발생한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17년을 전후한 사정을 살펴보면 현재와 유사한 대혼란의 전환기였다. 정치적으로는 고립주의를 고수하던 미국이 1차대전에 개입하면서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러시아혁명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정치경제적 실험이 시작됐다. 경제적으로는 전대미문의 생산력폭발을 가져온 포드의 대량생산혁명이 정착되면서 20세기 산업경제가 탄생했다. 이런 대전환기의 와중에 우리는 나라를 잃어버리고 식민지 노예상태로 전락했다.

현재의 혼돈과 위기는 100여년 전 발생했던 대전환의 결과 탄생한 20세기 산업사회가 붕괴되면서 새로운 21세기형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00여년 전의 실패로 세계사의 흐름에 맞춰 제때 산업사회로 전환하지 못하고 반 세기 이상 늦게 산업화를 시작했다. 이제 겨우 20세기형 산업사회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게 됐으나 아쉽게도 그 시대는 급속하게 끝나고 있다. 지금 당장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21세기형 사회로의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또 다시 100년 전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미래로의 대전환이 시급한 이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이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과거로 우리 사회를 퇴행시킨 것은 너무나 아쉽다.

지금은 빠르게 끝나가고 있는 20세기 산업사회의 잔재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나라를 깨울 새벽 닭 울음소리가 절실한 시기다. 19세기 중반 미국 철학자 소로의 명저 ‘월든’의 마지막 구절은 “시간이 흐른다고 새벽이 오지는 않는다. 진정한 새벽은 우리가 잠에서 깨어날 때에야 오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닭의 해를 맞아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잠자고 있는 우리 사회를 깨울 힘찬 새벽 닭 울음소리를 기대해본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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