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같은 빨강·굵은선에 담은 ‘존재’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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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0   |  발행일 2017-01-20 제17면   |  수정 2017-01-20
리안갤러리 대구서 2월28일까지
영국 구상미술화가 토니 베반展
최근작 ‘나무’ 시리즈도 선보여
20170120
토니 베반 작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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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베반 작 ‘Tower’

리안갤러리 대구가 올해 첫 전시로 영국의 대표적인 구상미술화가 토니 베반 개인전을 마련했다. 20일부터 2월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작가의 첫 개인전을 열어 호응을 얻은 데 힘입어 대구지역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개인전이다.

1951년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토니 베반은 런던 골드스미스대학, 슬레이드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197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의 유명미술관에서 다양한 전시를 열어왔다. 2007년 영국 왕립미술원 회원으로 선정됐으며 올해 열리는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 거장전에도 초대받았다. 현대 구상회화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런던 국립초상화 미술관, 런던 테이트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토니 베반의 작품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마음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몸과 연결되어 있는가’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물질사회에 대한 생각,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상들의 이면, 인식의 기억 등을 소재로 30여년간 작품활동을 해왔다.

토니 베반을 아는 상당수 사람들은 그의 작품하면 ‘옥스 블러드(ox blood)’를 떠올린다. 옥스 블러드는 황소의 피를 연상시키는 빨강이란 뜻으로, 거무칙칙하고 진한 빨강을 의미한다. 옥스 블러드 색은 동맥, 힘줄과 같은 신체와의 연관성을 나타내는데,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얼굴과 목을 지나는 옥스 블러드 색의 선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는 1980년대 치열한 고뇌를 담은 인물화를 거쳐 사물 표면 아래의 구조적인 모습을 표현해내는 구조물과 인물화에 점진적으로 추상적인 요소를 가미시켜 나갔다. 그의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초기의 초상화는 큰 의미를 가진다. 작가는 자신의 신체 및 정신상태, 즉 자신이 가진 고유한 특징을 초기작업의 소재로 삼아 앉아있는 사람, 초상화, 머리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그의 초상화는 프란시스 베이컨, 반 고흐와 같은 이전 작가들의 초상화와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 18세기 조각가 프란츠 사버 메써슈미트의 작품을 재해석해 추가적인 의미를 담고 자신이 받은 이미지에 상상력을 가미한 구조로 발전시켜나갔다”고 설명했다.

이는 존재를 육체로부터 분리시켜 모든 것을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선으로 단순화시킴으로써 이미지를 해체하고 특정 감정이나 순간적인 마음의 상태를 초월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그러지고 추상적인, 때로는 장식적인 느낌이 나도록 그려진 그의 초상화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그의 대표작들과 함께 최근 중국여행을 통해 발견해낸 향나무의 형상학을 관조적으로 보여주는 ‘나무’ 시리즈도 들고 나온다.

안 대표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에 첫선을 보이는 작품을 비롯해 토니 베반의 작품세계 전반을 훑어볼 수 있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강렬한 색상과 굵고 힘있는 선을 통해 심도있게 담아낸 그의 작품은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053)424-2203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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