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을 묻다 .2] 윤여준

  • 이영란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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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0   |  발행일 2017-01-20 제6면   |  수정 2017-02-14
“3년 단임할 바에 대선전 개헌…제3지대 후보 연합 쉽지 않을 듯”
20170120
서울 여의도 ‘윤여준정치연구원’에서 18일 오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올해 대선정국을 놓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정치권의 화두는 ‘제3지대’ 또는 ‘빅텐트론’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30%를 넘어서는 대선 주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주자들이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합종연횡’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어디에 안착하느냐에 따라, 기존 당이나 이념을 벗어난 다양한 조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를 넘나들며 유력 정치인들의 멘토로 활약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론적으로 가능할지는 몰라도 실제로 후보 간 연합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윤여준정치연구원’에서 윤 전 장관을 만나 올해 대선과 정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선주자중 돋보이는 사람 없어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 못하면
체제 유지 어려워 언젠가는 폭발

반기문, 창당 대신 당 선택할 듯
김종인, 경제전문가 측면서 주목
손학규, 욕심만 버리면 ‘큰 역할’
문재인, 호남 지지받을지 미지수

유승민, 한국보수 생존방향 제시
김부겸, 균형 잡히고 두뇌 뛰어나

▶탄핵 정국으로 어느 때보다 정국이 혼란스럽다.

“국민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한 시대가 끝났다. 이는 박정희 시대를 의미한다. 권위주의 통치 제도는 10·26사태(1979년) 이후에 정리가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이 이어졌기에 사실상 ‘박정희식 통치’가 계속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권위주의 통치를 한 것은 물론 박정희 시대를 복귀시켜려는 모습마저 보였다.”

▶대한민국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근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지만, 지금 당면한 현실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라 생각한다. 이걸 완전히 해소하긴 어렵지만 이걸 완화하지 않고는 지금 체제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울 듯하다.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구조화되어 있다. 대기업은 급격히 비대해지고 나머지 기업이나 민생은 피폐해지다 보니 양극화가 발생한다. 지금 특검이 대기업을 수사하고 있는데 국민적 분노가 대단하지 않나.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특히 이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신자유주의 30년이 만든 폐해가 아닐까.”

▶정치권에서 해법이 있다고 보나.

“박정희 시대는 결국 국민들의 광장 민주주의로 종결시킨 것 아닌가. 광장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다. 일상화되는 것은 위험하다. 대의제도로 국민의 뜻을 대신하라고 정치인들이 있는 것인데, 지금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지 않나. 계속 광장 민주주의가 이어지면 국가적인 혼란이 말도 못하게 올 것이다. 정치권이 새 시대를 열려면 중심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마땅한 중심세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새누리당의 쇄신은 독자적으로는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고 뿌리치고 나간 바른정당이 국민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참신함에 있어서는 민주당,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누가 당선되냐는 내 개인적인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시대에는 정치인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의 새누리당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쇄신의 움직임을 시작한 새누리당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어떻게 쇄신하는가에 달렸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가셔서 갈등이 있으나 정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서청원 대표·최경환 전 부총리·윤상현 의원 등 이른바 핵심 3명이 당원권 3년 정지라던데,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핵심 세사람이 정리가 된다면 새누리당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친박(親박근혜)이라는 세력이 무슨 가치나 이념을 중심으로 뭉친 게 아니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뭉친 것이다. 핵심 인사들만 정리가 되면 상당히 바뀔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당이 별로 안 바뀌면 ‘TK(대구·경북) 자민련’이 될지도 모른다. 과거 자민련과 같이 TK 정당으로 살아남아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데, 가능할까.…”

▶개헌을 말하는 것 같은데 개헌은 최근 대권 주자들 사이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3년 단임을 하겠다는 주자도 나왔다.

“3년 하고 그만둘 바에야 선거 전에 개헌이 낫지 않나. 아직은 개헌이라는 이슈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점점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 대선을 앞두고 중요 어젠다는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임기를 꼭 일치 시키자고 하는데 반드시 그게 옳은 제도냐는 생각이 든다. 중간 평가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소야대가 문제라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국정을 운영하는 게 민주주의다.”

▶대선 주자군을 평가하면 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어떤가.

“미안하지만 지금 대선 주자군 중에 딱히 돋보이는 사람은 없다. 반 전 총장은 공항에서 연설 하는 것을 보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짧고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직업 외교관답게 핵심없이 말을 지루하게 하더라. 그 이후 행보도 너무 옛날 방식이다. 참모진이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구태의연한 방식을 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보나.

“글쎄. 반 전 총장도 독자적으로 가긴 힘들 것이고 당을 선택하긴 할 것이다. 다만 경선이 부담스럽겠지. 창당 이야기도 있는데 정당이라는 건 아무나 못 만든다. 확고한 지역기반이 있고 확고한 추종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기반이 없는 반 전 총장은 불가능하다. 새누리당이 깨지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아직 출마 의사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어떤가.

“출마를 하실지는 모르겠으나, 역량이나 인품을 제가 보는 정치인 중에서는 그만한 분도 찾기가 쉽지 않다. 연세가 높으셔서 그렇긴 한데 워낙 건강이 좋은 양반이다. 경제 위기가 온다는데 지금 대권 주자 가운데서는 경제 전문가도 없기 때문에, 국민여론이 (김 전 대표를) 불러낼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후보로서는 관심대상에서 빠져있는 것이지.”

▶손학규 전 도지사는 어떻게 보는가.

“늘 여러 차례 가능성으로만 있다가 소멸하기를 반복했다. 저는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모르겠다. 본인이 욕심을 버리면 큰 역할할 수 있다. 세력을 묶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텐데 언론보도로만 보면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야권은 결국 문재인으로 가게 될까.

“항상 전략적인 선택을 했던 호남의 지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씨는 고정지지가 있긴 하나, 지금도 (호남의) 친지들하고 연락을 해보면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 많다. 지금은 누구도 장담 못한다.”

▶반기문·김종인 연대 이야기도 있다. 우리는 부통령이 없지만 경제 분야 총리를 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도 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이상적인 조합일 수도 있다. 반 총장이 국내 정치 경험도 없고 10년동안 국내를 비웠던 분이지 않나. 그 조합이 이론적으로는 좋을 수 있으나 권력이라는 게 이론으로만 되는 건 아니다. 김 전 대표 입장에서도 대통령 눈치 보는 총리 왜 하려고 하겠나. 권력을 나눠 갖는 것인데 사실상 힘들지 않을까.”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에 대한 평가는.

“유승민 의원은 지난번 원내대표 연설을 들어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더라. 나는 유 의원이 대표연설에서 제시했던 방향이 아니고서는 이른바 한국의 보수라고 하는 세력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본다. 젊으니까 계속 도전해서 그 다음을 바라볼 수도 있지 않나. 충분히 잠재력을 가진 후보다.”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구갑)도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상당히 균형잡힌 사람이다. 평소에 만나서 이야기도 하는데 뛰어난 정치인이다. 두뇌회전 속도로 치면 대한민국 정치인 중 제일이 아닐까. 또 현존하는 TK 정치 의원 중에 돋보이는 사람 중 하나다. TK 정치인 한계점도 있을 것이지만, 민주당에서 커 나간다면 주목해봐야 하지 않을까.”

대담=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정리·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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