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겪은 서울·베를린…역사적 공간의 힘에 주목하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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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9 08:00  |  수정 2017-01-19 08:00  |  발행일 2017-01-19 제23면
전쟁 겪은 서울·베를린…역사적 공간의 힘에 주목하다
서용선 작 ‘베를린 성당’ <봉산문화회관 제공>

기억공작소 시리즈 올해 첫 전시
‘생각이 그려지는- 서용선’展
봉산문화회관서 4월9일까지 열려
입구엔 작업실 모습과 인터뷰 영상

봉산문화회관의 대표 기획시리즈 ‘기억공작소’의 올해 첫 전시인 ‘생각이 그려지는- 서용선’이 회관 4전시실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 작가의 작업태도는 일반 작가들과는 약간 다르다. “작업은 재주가 아니다. 재주보다는 공감과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리는 것보다 그릴 준비를 갖추는 게 어렵다”는 말에서 느껴지듯, 그는 자신의 작업과정을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자화상, 도시, 역사, 신화를 소재로 화면 밖으로 쏟아질 듯 표출하는 강렬한 원색과 거칠게 그은 붓의 선이 뿜어내는 긴장감을 떠올린다. 그것은 전쟁 직후의 작가가 성장한 시대적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불안과 결핍감에 대한 문제의식이며 그림을 넘어서 현실로 뛰쳐나가려는 욕구, 사회와 인간관계의 압박 등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의 작업 태도는 인간탐구에 기본을 두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전시담당은 “그의 작품은 작가 스스로를 살핀 자아와 전쟁 이후 파괴된 서울의 도시화라는 현실적 삶 속에서 겪은 도시와 일상, 그 도시 공간과 공유해온 현실참여적인 역사, 그 역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뿌리로서 신화, 그 흔적과 상상력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생각 등을 바탕으로 그려지는 신체행위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도 그의 작업적 특징이 잘 드러난다. 전시장 입구에는 서 작가의 작업실 모습과 인터뷰 동영상을 담은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전면 벽에 가로 세로 4~5m의 대형 천 위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회화가 걸려있다. 바닥에는 통나무를 조각한 인물 두상 12점이 줄지어 있다.

파란색 구름이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수직과 수평의 굵고 거친 선들을 교차시켜 구조화한 비자연적이고 비인간적인 인공세계의 기하학적 형태는 베를린 성당이다. 1747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거의 붕괴되었다가 이후 새롭게 복원된 역사적 도시 공간의 일부이다.

서 작가는 1990년대 이후 베를린에 몇 차례 체류하면서 전쟁 이후 서울과 베를린 두 도시의 구체적 정치상황과 역사성을 환기시키는 도시공간의 힘을 다시 확인하고 현대사회의 특성을 보여주는 현상으로서 도시공간의 시각적 체험과 생각에 관심을 가졌다.

정 전시담당은 “서 작가는 일상의 도시를 주의 깊게 보며 그곳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그 흐름 속에서 의미를 찾아 그림을 그린다. 이는 작가 자신의 감수성에 주목한 결과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회화과와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서 작가는 서울을 비롯해 일본, 미국, 독일 등 국내외에서 많은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4월9일까지. (053)661-3500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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