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월급 떼먹고 호화생활 업주 구속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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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7 07:58  |  수정 2017-01-17 07:58  |  발행일 2017-01-17 제10면
구미산단 사업장 2곳 운영하며
43명에 1억3천300여만원 체불
고급승용차 몰고 비싼 옷 구입

[구미] 주부 A씨(46)는 지난해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휴대폰 부품제조업체 Y사에 취업했다. 암수술을 세 번이나 받아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몇 달 지나지 않아 사업주가 월급을 주지 않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잠적했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진 A씨는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받아야 했다.

동생 병원비와 함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B씨(49)도 Y사에서 일하다가 월급과 퇴직금 등 1천3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월급을 받지 못하자 생계가 막막해진 그는 할 수 없이 일용직으로 일을 하다 허리부상을 입고 몸져 누웠다. B씨는 “다니던 직장에서 돈도 못받고, 몸까지 다쳤다. 재취업도 어려운 나이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취약계층 근로자 43명의 임금 1억3천300여만원을 체불한 구미산단 Y사 대표 심모씨(49)가 구속됐다. 16일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과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에 따르면 구미에서 사업장 2곳을 운영하는 심씨는 원도급사로부터 지급받은 납품대금을 자신의 개인 채무를 갚거나 개인자금으로 사용했다. 그는 근로자에게는 월급을 주지 않으면서 자신은 고급승용차를 운행하고 고가의 등산복을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즐겼다. 피해자 대다수는 자녀 학원비, 대출금, 생활비 등 소액이라도 벌어 생계를 유지하려 했던 근로자였다.

특히 심씨는 근로자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해 ‘입사 후 7일 이내 퇴직 시 급여를 미지급한다’는 내용의 반사회적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거래 식당의 식대, 전기료 등 공과금, 주유소 유류대금뿐만 아니라 거래 업체의 대금도 고의로 지급하지 않았다. 집단체불 후 임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장기간 잠적했다가 근로자들이 체당금(남이 할 일을 대신 맡아 하고 그 대가로 받는 돈)을 받도록 했다. 심씨는 지명수배 사실을 고지 받은 이후 신분을 속이며 도피하다 체포됐다.

이번 사건을 맡은 이경아 검사는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체불은 반드시 척결해야 할 중대한 범죄이므로 앞으로도 상습·악의적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로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는 설 명절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체임해소를 3대 핵심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해 중점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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