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반기문을 기다리는 세 개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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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6   |  발행일 2017-01-16 제30면   |  수정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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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통령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세 개의 지옥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검증의 문, 비전의 문, 세력의 문.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습니다.

정치 신인들은 대부분 첫 ‘검증의 문’ 앞에서 지쳐 떨어집니다. 그들은 정치판의 때가 묻지 않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처음엔 폭발적 지지를 받지만 아주 작은 약점만 드러나도 지지율이 급전직하합니다. 기성 정치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러려니 하지만 국민들은 신인에게는 아주 매섭습니다. 국내에 도착하기도 전에 터진 ‘박연차 23만달러 수수설’은 사실이건 아니건 일단 반 전 총장에게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그나마 조기 선거 덕에 짧은 검증 기간이 반 총장에게는 다행입니다.

둘째 ‘비전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후보의 내공이 필요합니다. 많은 캠프가 멋진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 당대 최고의 전문가를 동원하곤 합니다. 그러나 성공하는 슬로건은 대개 후보자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서 만들어집니다. “나 같은 고교 졸업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사회 아닐까요?” “저는 해 봐서 압니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족이 없습니다. 국가와 결혼했습니다.” 멋진 슬로건은 기술이 아니라 후보자의 인생과 철학이 만들어냅니다.

반 전 총장이 공항에서 던진 일성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였습니다. 공허했습니다. 그것도 4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써먹은 겁니다. 국민들은 유엔 총장 10년의 경험이 스며든 몸의 이야기를 원했는데 아쉽습니다.

여기까지가 예선전이고 셋째인 ‘세력의 문’은 본고사에 해당됩니다. 현행법대로 치러진다면 야권 후보로 문재인씨가 유력합니다. 문재인을 이기기 위해서는 나머지 진영이 하나로 묶여야 합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높으니 일단 주도권은 그에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벽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 당으로 와서 공정경선합시다.” “저 당이랑 함께 하느니 차라리 혼자 뛰겠다.” 이런저런 잡음이 싫어서 차라리 독자정당을 만들겠다? 엊그제 공항에서 병풍 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것도 쉽지는 않겠습니다. 반 전 총장의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대부분의 정치 갈등은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곤 하는데 남은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아무튼 반 전 총장이 앞으로 두 달 안에 검증, 비전, 세력이라는 세 가지 문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는 올 여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 있을 겁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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