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허물 덮어주는 것이 용기와 희망 전달

  • 최은지
  • |
  • 입력 2017-01-16 07:44  |  수정 2017-01-16 07:45  |  발행일 2017-01-16 제18면
“다른 사람의 숨기고 싶은 실수, 모른 체 해주는 것이 배려”
20170116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쉬는 시간 바지에 실례한 단짝친구
자신도 일부러 실례하며 친구 위로

실수한 후 솔직하고 밝게 행동해야
시간 흐르면 잊혀져 추억이 될 것


어느 공개 상담코너에서 읽은 글입니다.

‘제 친구 중에 말도 없고 마음이 여린 A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그 친구랑 가장 친해요. 어느 날 쉬는 시간에 그 친구가 같이 화장실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미술 작품을 완성하여 제출해야 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쉬는 시간이 지나고 수업이 시작되었어요.

다음 쉬는 시간이 되어서야 저희 둘은 서둘러서 화장실에 갔습니다. 다행히 화장실에 도착했지만 A는 다리를 꼬면서 앉아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울면서 뭔가 슬픈 웃음을 지었어요. “… 나 실수했어.” 누가 보기 전에 저는 얼른 수도에서 물을 틀어 A에게 물벼락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뒤따라온 같은 반 친구 몇 명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소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소문은 점점 퍼져서 전교생이 알게 되었고 제 친구 A는 죽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후 A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화장실에 가지 않고 일부러 그대로 실례해버리는 행동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A는 제가 진짜로 아끼는 친구이기 때문에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바지에 실례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까지 했지만 전화로 울기만 합니다. 어떻게 해야 친구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교실에서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러나 작은 실수로 인해 퍼진 소문이 한 사람의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함께 이 고민을 몇 가지 방향에서 바라볼까요.

먼저 실수를 한 A를 걱정하고 있는 친구를 볼까요. 친구의 허물을 덮어주기 위해 순간적으로 물을 퍼부었다는 행동이나, 자신도 일부러 바지에 실례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가슴이 훈훈했습니다.

‘사랑이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를 맞아보지 못한 사람은 어떠한 말로도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자신이 직접 겪어본 후에야 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A에게는 참으로 행운인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이런 마음을 가졌더라면 A가 그렇게까지 괴로워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A처럼 실수를 한 당사자입니다. 물론 자신의 실수에 대해 부끄럽고 마음이 괴롭겠지요.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에서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을 얽매어 둘 필요가 있을까요. 소극적이고 소심하게 행동하면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더 밝은 모습으로 솔직하게 나서는 것이 어떨까요. “너무 오래 참는 바람에 실수했어. 너는 실수한 적 없니?” 이렇게 당당하게 나선다면 더 이상 놀림감으로 취급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떠한 시선에도 당당하게 행동하고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잘 떨쳐낸다면 그런 실수쯤은 서서히 잊혀 지나간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의 허물을 아무렇지 않게 퍼뜨린 친구들입니다. 비밀이라고 생각되면 남에게 알리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양심은 있어서 공개적으로는 말을 못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너한테만 알려주는 것이니 남에게 말하지 마” 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꼭 같은 말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게 되어 결국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됩니다.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는 비밀이라면 자기 선에서 멈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내 귀에 전해진 것이 마지막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오히려 그러한 허물을 빌미로 다른 요구를 하거나 놀림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도 있어 충고를 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은 무심코 던진 말이지만 당하는 사람은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작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상에 허물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시험을 잘못 봐서 점수가 엉망이라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무심코 했던 말실수 등 다른 사람의 작은 실수나 허물에 대하여 너그럽게 덮어주는 것이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배려입니다.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은 실수나 허물쯤은 덮어주고 이해해준 친구는 헤어지더라도 두고두고 생각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여 베푼 작은 배려는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도 ‘남의 허물을 덮어 주는 사람은 사랑을 추구하는 자요, 그것을 거듭 말하는 자는 친한 벗을 이간하는 자이다’(잠언 17:9)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은 드러낼수록 아름답지만, 다른 사람의 허물은 덮을수록 아름답다고 봅니다. 여러분은 남의 실수나 허물을 들추는 사람인가요? 덮어주는 사람인가요? 임기숙 <대구용계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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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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