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정유년에는 우리를 鳥頭라 무시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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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6 07:44  |  수정 2017-01-16 07:44  |  발행일 2017-01-16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정유년에는 우리를 鳥頭라 무시하지 마세요

명색이 올해가 닭의 해인데 연초부터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이렇게 많은 닭이 폐사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특히 대구는 전세계 ‘치맥’의 메카인지라, 이런 닭들의 수난에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닭은 모든 조류를 대표하여 12지(支)에 올라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린 남들에 비해 지적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사람을 흔히 비속어로 ‘새대가리(鳥頭)’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조류의 지적 능력이 어느 면에서는 인간의 지적 능력과 비견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까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한다고 합니다. 거울을 보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능력은 사람과 일부 포유류만이 가능하다고 알려졌기에 이 결과는 매우 놀랍습니다. 또 DGIST의 이상임 교수는 까치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본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매우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까치의 번식률을 조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까치 둥지에서 새끼를 꺼내던 학생이 점심식사를 위해 학교식당으로 갈 때마다 어미 까치가 달려드는 것을 보고 혹시 어미 까치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아닌지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설마 새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겠느냐는 주변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까치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하였답니다. 늘 까치 새끼를 꺼내오던 학생과 그 학생과 키와 체형이 비슷한 다른 학생을 각기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게 하였는데 어미 까치는 정확하게 자신의 새끼를 꺼내간 학생에게만 공격 성향을 보여, 까치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본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똑똑한 까치보다 더 똑똑한 새가 있습니다. 캐나다 맥길대학의 루이 르페브르 박사는 수십 년간의 조류 생태 연구를 바탕으로 ‘조류 IQ 랭킹’을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서 당당하게 최고의 IQ왕으로 등극한 것은 바로 까마귀였습니다.

실제 그간 까마귀의 기행은 많이 보고되었습니다. 나뭇잎으로 도구를 만들어 벌레를 잡아먹기도 하고, 호두를 아스팔트에 떨어뜨려 깨 먹기도 하며, 더 노회한 까마귀는 차가 올 때 호두를 떨어뜨려 차 바퀴에 으깨진 호두의 속살을 꺼내 먹습니다. 심지어 다른 까마귀가 나중에 먹기 위해 땅속에 숨겨둔 장소를 잘 봐두었다가 주인 까마귀가 자리를 비우면 가서 훔쳐 먹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람쥐의 경우 자신이 숨겨놓은 도토리를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멀리서 다른 까마귀가 숨겨놓은 먹이를 훔쳐 먹는 까마귀의 영리함은 놀랍기도 하고 그 지능이 정말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더 놀라운 일은 한 까마귀가 먹이를 감추고 있는데 다른 까마귀가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면 괜히 근처에 다른 곳을 파는 척하면서 도둑 까마귀를 현혹시키는 행동도 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 되면 여느 사람보다도 더 영리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류 IQ 랭킹’을 보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는 매우 영리할 줄 알았던 앵무새가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른 새에 비해 뇌도 클뿐더러 사람의 말도 따라할 정도니 매우 영리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앵무새의 지능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합니다. 어쩌면 생각 없이 사람 말만 따라하는 앵무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패스트 팔로어’형 조류고, 다른 새들과 달리 아스팔트에 호두를 떨어뜨린다든지 거울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까마귀나 까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퍼스트 무버’형 조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17년은 비록 AI(조류인플루엔자)로 시작되었으나 조만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AI(인공지능)로 풍성해질 것입니다. 정유년은 까마귀나 까치와 같은 영리한 조류를 관찰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지혜를 배워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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