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대통령의 사생활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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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4   |  발행일 2017-01-14 제23면   |  수정 2017-01-14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해 해명했지만 의혹과 논란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리인단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엔 공식 일정이 없었고,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관저 집무실에서 업무를 봤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날 오전 10시에 세월호 사고를 서면과 전화 등을 통해 보고받고 구조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며 시간대별로 정리한 업무 내용을 공개했다. 세월호 참사 1천일이 지나서야 박 대통령이 자신의 행적을 직접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작의 냄새가 풍기는 데다 앞뒤가 안 맞는 부분도 많다. 설령 답변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그 당시에 박 대통령이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렵고, 구조조치를 적절하게 취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여러 언론매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세월호 참사일 전후의 미용 시술 등 각종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 왔다. 그리고 국가 기밀과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대통령의 행적을 자세히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특히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주요 방어 논리로 내세웠는데, 박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 달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또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정호성 전 비서관 등도 대통령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박 대통령도 ‘나에게도 사적 영역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물론 대통령도 사람인 만큼 사생활을 누릴 권리는 있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기에 업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시간은 단 1초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생활을 더 중시했는지 모르지만 평일에도 관저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더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월호 참사 당일의 행적이 묘연하기까지 했다. 이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의 일정이 매일 분 단위로 세세하게 알려지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국민이 진정 알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사생활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얼마나 투철하게 일을 하느냐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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