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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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3   |  발행일 2017-01-13 제43면   |  수정 2017-01-13
사기·수사·전략 達人이 펼치는 현대판‘열국지’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마스터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마스터

쫓는 자와 쫓기는 자와 그 사이에서 머리를 굴리는 자의 이야기는 이미 저 유명한 마카로니 웨스턴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시연된 바 있다. 그래서 희대의 4조원대 다단계 사기 스캔들, 조희팔 사건을 소재로 한 조의석 감독의 범죄액션 스릴러 ‘마스터’는 서부극에서 만난 이들을 오늘의 한국으로 소환해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의 플롯 속에 용해한 듯하다. 회원 수만 명에게 사기를 치며 승승장구해 온 원네트워크 회장 진현필(이병헌), 그의 실체를 파악하고 반년간 그를 추적해 온 경찰청 직속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그리고 이 양자 사이에서 살길을 모색하는 진회장의 수족인 원네트워크 전산실장 박장군(김우빈), 이들의 첨예한 관계를 메인축으로 돈과 권력에 얽힌 인간의 욕망을 통속적으로 해부하고 있는 ‘마스터’는 제목 그대로 사기와 수사와 전략(잔머리)의 달인들이 펼치는 현대판 ‘열국지’다.

김재명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조건으로 진회장의 아킬레스건인 비밀장부를 빼오란 임무를 부여받은 박장군은 진회장의 비밀자금을 사취할 비책을 도모하고 ‘십리 끝 바늘 촉감’의 진회장은 박장군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양다리 걸친 정체를 들킨 박장군은 테러를 당하고 밟힌 꼬리를 급하게 자른 진회장은 파트너 김엄마(진경)와 함께 출국한 뒤 자신들의 죽음이 보도되도록 꼼수를 쓴다. 그러곤 세탁된 신분을 활용해 필리핀에서 정계의 실력자 벤자민 상원의원을 끼고 ‘꿈의 신도시’ 프로젝트란 6조원대의 새로운 사기 플랜을 기획해 실행에 옮겨간다.

이처럼 권력층의 비호 아래 서민의 희망을 요리해 자신의 배를 채우는 진회장의 가증스러운 민낯은 이미 ‘내부자들’ ‘베테랑’ ‘검사외전’ 등 올해 개봉된 유사한 소재의 문제작에서 익히 봐왔던 모습이다. 문제는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 이후 절대권력과 유착된 부패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과 그 감회는 훨씬 깊고도 넓으며 세심해졌다는 것이다. 바로 그 국민들이 관객이 되어 바라보는 ‘마스터’ 속 세상은 이제 단순한 영화적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숨 쉬고 발 딛고 있는 현실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현실의 인물 조희팔을 연기한 이병헌의 싱크로율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적정한 기대치에 미치며 강렬한 눈빛의 반항적 이미지를 사기집단의 브레인 필(feel)로 반전시킨 김우빈의 존재감도 만만찮다. 그러나 무모할 정도로 정의감에 불타는 김재명을 연기한 강동원은 너무 젊은 야전사령탑이란 설정을 떠안은 부담감 때문인지 몸에 안 맞는 기성복을 입은 듯 영화 속 역할에 제대로 빨려들지 못하고 부유하는 듯해 관객을 안타깝게 한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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