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TK 정치권, 죽어야 산다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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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3   |  발행일 2017-01-13 제23면   |  수정 2017-01-13
20170113

새누리당의 내홍이 가관이다.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의원 간의 힘겨루기가 볼썽사납다. 새누리당의 미래가 옹색하다. 친박 핵심 인적 청산이 혁신의 핵심이라고 하는데…. 친박, 특히 대구·경북 친박 일부도 여기에 동조한다. 과연 그러할까. 오십보 백보 아닌가. 책임으로 따지자면 절이 싫어 일찌감치 새누리당을 떠난 비박계는 없을쏜가. ‘배를 버린 세월호 선장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우리 정치사에서 많이 봐 온 데자뷔이고, 매양 해 온 개혁과 혁신 코스프레(시늉)에 불과할 뿐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을 터. 안팎 곱사등이 신세가 바로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더 심각한 건 TK 정치권이다. 큰집 걱정할 새 없는, 제 코가 석자다.

TK 정치권은 향후 개혁과 쇄신의 시험대에 올랐다. 전국구로 주시의 대상이 됐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만 청산의 대상인가. 친박·비박 모두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아무 책임도 아니라는 물타기다. TK 정치인 누구 하나 숙청에서 자유로울 사람 없다. 그들 모두는 지정학적으로 ‘박근혜의 아해들’이다. ‘배신의 정치’ ‘자기의 정치’ 등으로 핍박을 받았던 유승민 의원조차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기까지 박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반사 이익’을 얻었지 않나. 친박이든 비박이든, 개혁보수(바른정당)든 새누리 고수든 TK 정치인은 그 누구도 박근혜 영향력의 자장 밖에 있었다 할 수 없다.

‘구름 낀 볕뉘도’, 박근혜 곁불도 쬔 적이 없다고 뒤늦게 ‘쌩까고’ 거리를 두는 것은 진정 비겁한 배은망덕이고 뿌리마저 부인하는 자기배신이다. 정치는 실리와 잇속을 챙기기에 앞서 명분을 우선하고, 또 그래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기술이다. 제 살길 찾기보다는 책임과 의리를 선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불가피하게, 인연의 끈을 끊을 때에는 그에 합당한 시대정신과 대의명분을 찾아야 하고, 하다못해 없으면 만들기라도 해야 한다고, 고금의 정치사는 가르치고 있다. 작금 TK 정치인들의 각자도생발(發) 복지안동(伏地眼動)은 구차하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진박도 비박도 같은 박에서 나왔음을 부정하지 마라.

유권자 국민, 특히 TK 지역민들은 유난히 심사가 복잡하고 기댈 정치적 언덕이 부재하다. 마음 줄 곳 없는, 이러한 정치적 애정의 결핍을 채워 줄 청량한 샘물 하나, 어디서 찾아야 하나. TK 정치세력의 분열과 분화는 위기이자 다양성 확보의 기회이다. 문제는 누가 개혁의 대상에서 주체로, 지역민들 마음속으로 들어가느냐이다. 무엇보다 보스와 지역주의에 편승했던 구태와 완전히 결별하는 게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정치놀음과의 절연도 빼놓을 수 없다. 진영논리와 편가름을 넘어 무소의 뿔처럼 홀로 우뚝 서라는 말이다. ‘양반집 자제’니 ‘동메달’이니, 고향사람들 듣기 민망한 주홍글씨도 말갛게 지워 없앨 일이다.

TK는 보수의 본산으로 정치적 변혁의 사각지대였음을 자인해야 한다. 전국의 이목과 관심이 쏠리는 전환기, 이제 TK 정치권의 선택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당장 지역구 선량들의 전전긍긍 좌고우면은 지역 민심을 배반한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야구로 치면 좌우 타석에 번갈아 가며 들어설 수 있는 스위치 히터들이다. 표로는 여야를 넘나드는 크로스 보터들이기도 하다. 지난해 4·13 총선의 결과를 보라. 여야 정치권이 작위적으로 당 대 당 연합이나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더라도 될 만한 사람을 뽑았고, 여야 황금분할을 이뤄냈다. 유권자의 눈높이가 정치인들의 식견을 뛰어넘은 ‘민초 정치’의 시대, TK 정치권의 활로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기개와 용단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민초와 SNS시대, 정치적 결단과 선택은 민심과 지지를 좌우한다. TK 정치권이 용기와 지혜, 소신과 긍지에 찬 선택을 하고 민심을 이끌어 갈 본보기를 보일 골든 타임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운명공동체인 지역구 의원 모두 자신을 탄핵하라. 의원직을 내던지고 재신임을 받는 수준의 자기정화 의례를 거칠 일이다. 이것만이 홀로서기의 지름길이고 TK 정치권 부활의 관건이다. TK 정치권, 죽어야 사는 이치를 모른다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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