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주암정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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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3   |  발행일 2017-01-13 제23면   |  수정 2017-01-13

문화재를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유형 문화재의 경우 훼손되지 않도록 잘 보존하고 후세에 전승이 되도록 가꾸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요즘 말로 금수저인 간송 전형필 선생처럼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데 막대한 재산과 평생을 바친 인물도 있다. 6·25전쟁 당시 대구에서 미국 문화원장을 지냈던 맥타가트 교수처럼 외국인이면서도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를 박물관에 기증한 사람도 문화재를 사랑한 사람이다. 문화재 가꾸기의 날을 정해 문화재를 돌보거나 문화지킴이 단체를 운영해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문경 금천에는 석문구곡이 있고 그중 제2곡이 주암정이다. 배 모양의 바위인 주암(舟巖) 위에 세워진 정자인 주암정은 인천채씨 문중 정자다. 100여년 전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이 정자는 문경의 150여개 누(樓)·대(臺)·정(亭)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 이유는 정자의 주인이 매일 마루를 쓸고 닦는 등 깨끗하게 관리하는 데다 찾아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자와 같은 문화재의 경우 특별한 행사 때나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이곳은 아무 때나 들러도 좋은 곳인 덕분이다. 정자 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막걸리를 한 잔 해도 운치가 있다. 정자 아래 연못의 연꽃이나 주위의 풍광이 조화롭게 어울려 한 번 찾은 사람은 다시 발길을 향하게 만든다.

최근 문경에서 공모한 관광사진전 금상의 소재도 이 주암정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주암정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큰 길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이고 등록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세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세상에 드러났다. 서울의 한 독지가는 밤 풍경을 보고 싶다며 대형 조명등을 설치해 주기도 했다. 가끔 음악회나 모임도 열린다. 60대의 몸이 다소 불편한 주인은 언제나 방문객을 환영한다. 생수와 전기주전자 등을 늘 준비해 두고 있다. 정자 기둥에는 다소 어눌하게 쓴 “주인이 없어도 차 한잔 드시고 가세요”라는 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어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진정한 문화재 사랑의 방법을 보는 것 같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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