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대한민국 출산지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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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2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출산지도 만든 행자부
행정편의적 발상에 분노
아이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기반부터 만들어야 한다


유독 치맥과 대구를 사랑해 대구시의 명예시민이 된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지난 10일 오후 수성못의 풍광 좋은 카페에서 지역 여성들과 리퍼트 대사의 작은 간담회가 있었다. 대학교수, 된장·고추장을 만드는 전통식품업체 대표, 북한이주민지원센터 소장, 학생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교육공무원, 필자 이렇게 5명이 리퍼트 대사와 함께 지역 여성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에 부임해 아들과 딸을 차례로 얻었다. 본인 스스로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에 대해 “2명으로 와서 4명으로 떠나게 됐다”라고 이야기한다. 어린 남매를 키우다 보니 육아는 자신에게도 힘든 문제라며, 부인이 백일이 채 안 된 딸을 데리고 자고 자신은 아들과 함께 자는데 아들이 침대를 뱀처럼 기어 다녀 잠을 설친다는 에피소드도 전한다. 39세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임신한 식품업체 대표에게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당신은 이제 곧 시작이군요”라는 말을 건네 좌중이 웃음을 터트렸다.

리퍼트 대사가 자리를 떠나고도 우리 5명은 남아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국에서 11년간 공부하고 지역 대학에 취직해 돌아온 여교수는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막상 8세짜리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정착하면서 육아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두 달만 봐줄게” 하면서 같이 살게 된 친정어머니는 아들이 고3인 지금까지 12년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해 워킹맘의 고충을 단적으로 말해주었다. 한국의 보육 및 교육시스템으로는 아이를 더 이상 낳을 수 없었다는 말도 덧붙인다.

전통식품업체 대표는 여성기업인으로서 자신부터라도 직장환경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획기적으로 ‘할머니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고 한다. 업체의 성격상 할머니 직원이 많은 기업이다 보니 손주를 본 할머니에게도 자녀를 출산한 직원과 동일하게 육아휴직을 제공한 것이다. 처음에는 할머니 직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들이 “육아휴직 반납하고 다시 일하러 가면 안 되냐”고 전화를 한단다. 그만큼 아이 보는 일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최근 행자부가 만든 ‘대한민국 출산지도’ 때문에 많은 여성들의 심기가 좋지 않다. 지역별 가임여성 수를 공개하고 순위를 매긴 것으로 여성들의 거센 항의에 현재는 홈페이지를 닫은 상태이다. 이 뉴스를 접한 여성들은 “여성이 아기 자판기냐”라는 격한 반응부터 “저출산의 책임이 왜 여성에게만 있느냐, 근본 원인부터 파악해라”라는 논리적 비판까지 부정적 평가 일색이다. 그런데 문제는 왜 여성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이틀 전 뉴스에는 행자부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홈페이지를 재오픈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홈페이지 폐쇄와 함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거센 항의로 인해 뭇매를 맞았음에도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남성중심적 시각으로 일차원적인 행정적 편의만 생각했지, 왜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지 그 마음을 읽는 데는 실패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워킹맘 육아에 대한 감성어로 ‘고민’ ‘걱정’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감성어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엄마 혼자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독박육아’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정부는 일가정양립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해 출산한 직장 여성의 13.4%가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여성이 평등하고 일터와 삶터가 쾌적한 환경이 되면 출산율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여성 또는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처럼 보는 도구적 시각도 문제이다.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기반 없이 애국심으로 아이를 낳으라는 말은 공허할 뿐인 것이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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