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프랑스, 제품의 ‘계획적 진부화’ 차단…佛 시민단체·기업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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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2   |  발행일 2017-01-12 제14면   |  수정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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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및 태블릿 수리 전문 업체인 리메이커 전경. <출처: 리메이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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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제품 교체로 자원 낭비 인식
수명 단축 유도 기업 최고 징역 2년
SEB·리메이커, 마케팅 전략 바꿔

HOP(계획적 진부화의 중단)라는 프랑스의 사회단체는 프랑스 내 계획적 진부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대중에게 계획적 진부화를 알리고 그 대안을 찾는 곳이다.

‘계획적 진부화’란 제조사에서 제품의 사용연한을 미리 설정하고, 그 기간 안에 고장이 나도록 기술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계획적 진부화는 환경 보전·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프랑스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다. 새로운 제품 구매 주기가 짧을수록 버려지는 제품이 많아지고, 이렇게 버려지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및 이로 인한 자원 낭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사실 계획적 진부화는 해당 제품이 물리적으로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닌, 새로운 기능·제품 등의 출시로 인해 그 가치를 잃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심리적으로 여기게 해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행위까지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필터형 커피메이커가 아직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에도 새로운 커피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캡슐형 커피메이커를 구매하는 경우 또는 현재 보유 중인 스마트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도 새로 출시된 신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또 특정 부분이 고장난 경우 해당 부분만을 수리할 수 없도록 제품을 제조하거나 교환 가능한 부품 자체를 보유하지 않거나 또는 높은 부품가격이나 수리비용을 부과해 수리 대신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업계의 경향과는 달리 ‘10년간 수리 보장’에 사명을 건 프랑스 회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SEB’이다. SEB는 누구나 알 만한 가전브랜드를 포함한 25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소형 가전제품 제조사이다. SEB는 프랑스 정부가 관련 법률을 제정하기 훨씬 이전인 2008년부터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일환으로 자사 제품의 수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1년부터 SEB의 모든 제품은 수리가 가능하도록 일체형이 아닌 부품분리형으로 제조됐고, 그 모든 부품을 프랑스 내 창고에 보관하기 시작했다. 또 전 세계 60개국의 SEB 전문수리매장 또는 SEB에 의해 인증된 수리점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기업은 ‘리메이커’(www.remaker.fr)다. 리메이커는 일체형으로 수리할 수 없도록 제조되어 있는 스마트폰을 전문으로 수리하는 스타트업기업이다. 아이폰6 시리즈의 배터리 교체는 70유로, 아이폰5 시리즈와 4 시리즈의 액정 교환은 각각 109유로 및 59유로 등으로 투명한 가격 정책도 유지한다. 해당 비용에는 방문 서비스와 부품비가 포함돼 있으니, 방문 가격만 일반적으로 50유로인 프랑스에서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또 1년 수리보장은 물론 두 번째 수리는 50% 할인가격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업 전략으로 리메이커는 1년 사이에 40% 이상 성장했고, 기존의 개인고객에서 법인고객까지 그 시장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2015년 7월부터 프랑스에서 계획적 진부화를 유도하는 기업은 최고 2년의 실형 또는 30만유로의 벌금이 부과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내에서 계획적 진부화를 위한 노력은 프랑스 정부의 관련 정책 및 법률 제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HOP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단체의 움직임과 이로 인한 대중의 인식 변화, 그리고 이 틈새시장과 기회에 착안하는 새로운 기업 및 비즈니스의 생성이 흥미롭다.
<영남일보 - < 재> 경북도 경제진흥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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